전소영 기자 입력 : 2025.05.03 07:00 ㅣ 수정 : 2025.05.03 07:00
LG이노텍, 1분기 광학솔루션과 기판소재사업에서 두드러진 성과 거둬 삼성전기, IT용 MLCC와 산업· 전장용 MLCC 등 고부가 제품 매출 늘어나 트럼프 대통령 관세정책 앞두고 제품 미리 사두는 '풀인 효과' 영향 커 LG이노텍·삼성전기, AI·반도체 부품, 첨단 모빌리티,MLCC 고도화 주력
[사진 = LG이노텍/삼성전기]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폭탄' 에 많은 기업이 살얼름판을 걷고 있지만 LG이노텍과 삼성전기 등 국내 양대 부품업체는 올해 1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거머쥐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2025년 1분기 매출 4조9828억원과 영업이익 125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5%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28.9% 감소했다.
수익성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결과이지만 1분기 컨센서스(시장 전망치)가 매출 4조4612억원과 영업이익 1065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애초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은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LG이노텍은 광학솔루션사업과 기판소재사업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1분기 광학솔루션사업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증가한 4조1384억원으로 집계됐다. 계절적 비수기에도 고사양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에서 안정적인 공급을 일궈낸 데 따른 결실이다.
기판소재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3769억원이다. 특히 반도체 기판과 디스플레이 기판 제품군에서 수요가 회복된 점이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주효했다.
다만 전장부품사업 매출은 전기자동차 등 전방 산업 성장세 둔화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줄어든 4675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매출 2조7386억원과 영업이익 2006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2% 늘었다.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컴포넌트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1조2162억원으로 집계됐다. IT(정보기술)용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와 산업·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용 MLCC 등 고부가 제품 중심의 공급 확대로 매출이 증가했다.
패키지솔루션 부문은 전년 동기보다 17% 늘어난 499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및 메모리용 BGA(볼그리드 어레이) 공급이 증가했다.
다만 광학솔루션 부문 매출은 1조2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각 사 실적발표 자료 [그래프 = 뉴스투데이]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에 오락가락하며 혼선을 빚는 가운데 관세 상승을 우려한 제조사가 재고를 축적하기 위해 제품을 미리 사두는 이른바 ‘풀인(Pull-in) 효과’ 영향이 가장 크다"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2분기는 트럼프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는 시점이다. 다만 부품 업계는 관세 정책의 직접 영향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실적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전기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관세 관련 불확실성으로 업황을 명확하게 전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MLCC, 카메라 모듈 일부가 미국으로 직수출되지만 실제 수출 규모를 감안하면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세 폭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올라가면 결국 소비심리 둔화로 이어져 LG이노텍과 삼성전기 주요 거래선인 세트(제품)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상호 관세 대상에서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을 제외하겠다고 밝혔지만 불과 이틀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예외가 발표된 적이 없고 단지 다른 관세 부류로 옮겨질 뿐”이라며 입장을 번복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관세는 완성품 업체가 부담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부품사는 직접 영향을 받지 않는다"라며 "이에 따라 관세에 따른 수요 감소가 크지는 않겠지만 세트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 리스크는 우려스럽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기업이 기존 생산 라인을 바꾸거나 진행 중인 투자계획을 수정하는 결정은 쉽지 않다"라며 "이에 따라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중장기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G이노텍은 실적 발표 자료를 통해 “반도체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차량 AP 모듈을 앞세운 AI(인공지능)·반도체용 부품, 차량용 센싱·통신·조명 등 모빌리티(이동수단) 핵심 부품 사업에 속도를 내고 로봇 분야 주력 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글로벌 빅테크용 제품에 필요한 FC-BGA를 양산한 데 이어 AI·반도체 부품 신사업을 육성하는 등 사업구조 첨단화를 이어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전기도 컨퍼런스콜을 통해 “산업, 전장 등 성장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MLCC 제품 라인업 강화와 대면적 고다층 하이엔드 AI 서버 기판 공급을 늘리고 전장용 전천후 카메라, 하이브리드 렌즈 등 고부가 제품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또 “ 실리콘 커패시터 본격 양산 등 신규 제품 적기 사업화와 유리기판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라며 “경기 침체, 저성장 우려 등 경영환경 변동에 대비해 고객사 수요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빠른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 외부 불확실성에 따른 실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