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뱅킹 잔액 1조 돌파…은행은 신규 고객 유치, 고객은 금으로 분산투자
금 가격 급등에 골드뱅킹 수요 확대
은행, 플랫폼 활성화·고객 유입 효과

[뉴스투데이=이금용 기자]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골드뱅킹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비대면 기반의 간편한 금 거래 방식이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췄고, 은행은 이를 플랫폼 강화와 고객 유입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21일 기준 1조717억원으로, 지난 달 사상 최초로 1조를 넘어선 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물 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모바일을 통한 간편 거래가 투자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값 상승세도 뚜렷하다. 국제 금 시세는 이달 들어 온스당 335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달러화지수는 연초 대비 약 10% 하락해 1970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른바 ‘셀 USA’ 현상 속에 글로벌 자금이 주식이나 국채, 달러 등 미국 자산에서 이탈하며 금, 엔화 등 대체 자산으로 분산되는 흐름이다. 특히 환차손 우려가 커지면서 금은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25년 2월 말 기준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985억3000만 달러로, 1월 말과 비교해 한 달 만에 49억1000만 달러 줄었다. 이는 달러 보유를 줄이고 금을 포함한 대체 자산으로 자산을 이동시키는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실물 금보다 골드뱅킹을 찾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금값 급등에 따라 골드바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모바일로 실시간 시세에 따라 소액 단위(0.01g)로 매수·매도할 수 있는 구조가 편의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다. 고객은 자산 규모에 맞춰 보유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고, 실물 보관에 따른 부담도 없다.
국내에서는 신한·KB국민·우리은행 등 3곳만이 골드뱅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21일 기준 총 계좌 수는 28만8086좌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이 17만924좌로 가장 많은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3월 말(17만35좌)보다 900좌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은행권은 "골드뱅킹이 직접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금 추종 ETF보다 선호도가 높고, 거래의 편의성 측면에서는 실물 골드바보다 수요가 많아 골드뱅킹 이용률이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골드뱅킹은 기존 예대마진 모델과는 다른 비이자 수익원이다. 거래 수수료와 스프레드 등은 거래량에 비례해 수익으로 이어지며, 신용 리스크 부담도 낮다. 고객 자산을 은행이 보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운용 리스크도 제한적이다.
골드뱅킹은 디지털 접점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실시간 시세 확인, 자동매매 기능 등을 활용하기 위해 고객이 앱에 자주 접속하면서, 다른 금융 서비스와의 연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수수료 중심의 수익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은행의 수익성도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흔히 MZ세대 신규 가입 비중이 높을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자산 규모가 크고 경제 활동이 활발한 40~50대 중장년층에서 가장 크게 유입되고 있다”며 “금 투자 수요를 흡수하는 동시에, 앱 기반 금융 플랫폼에 중장년층을 유입시키는 효과도 크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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