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돌아온 外人, 4거래일 만에 삼전·SK하닉 ‘1.5조’ 베팅
실적 반등·정책 기대 모멘텀에 외국인 자금 유입 가속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외국인 자금이 증시에 불을 지피고 있다. 6월 들어 불과 4거래일 동안 두 종목에만 1조5000억원 넘는 순매수가 쏠리며 코스피 3,000선 재돌파 기대가 고조됐다. 이들 종목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22% 이상을 차지해 사실상 지수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6월 들어 9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3조597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7624억원과 7882억원어치 순매수하며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두 종목의 순매수 비중은 전체의 43.1%에 달한다.
이러한 매수세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5월 말 대비 6.41% 오른 5만9800원을 기록, ‘6만전자’ 재진입을 눈앞에 뒀다. 종가 기준 3월 20일(6만200원) 이후 최고치다. SK하이닉스도 11.98% 상승한 22만9000원에 마감하며 지난해 7월 4일(23만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외국인 자금이 반도체 대형주에 몰리는 배경에는 ‘실적 회복’에 대한 확신이 자리해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일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평균 6조8692억원으로, 3개월 전(6조3100억원)보다 약 9% 상향됐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7조3200억원에서 20% 늘어난 8조75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전환에 따른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5월 DDR4 16GB 제품 가격은 전월 대비 13.4%, 8GB 제품은 13.0% 상승했다. NAND 역시 SLC군과 MLC군 가격이 각각 최대 4~5% 오르며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이러한 흐름은 수출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반도체 수출액은 137억9000만달러(약 18조7130억원)로 5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확인된 잠정 데이터를 보면 D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7% 증가했고, NAND도 -36%(3월)에서 -18%(5월)로 역성장폭을 절반 이상 줄이며 회복세를 나타냈다.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정책 지원 기대도 외국인 투자 심리를 지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28일 “세계 1등 반도체 국가로 도약시키겠다”며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공약한 바 있다.
여기에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즉시 시행’을 목표로 추진되며 제도적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 유예기간을 뒀던 개정안과 달리, 이번에는 공포 즉시 적용 가능성이 높아지며 한국 증시의 구조적 매력이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대선 이후 불확실성 해소와 주주가치 강화에 대한 시장 기대, 2분기 메모리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외국인 매수가 몰리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하반기에도 반도체 ‘빅2’의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은 안정적인 수급 밸런스 및 AI 관련 우상향 수요로 인해 견조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DRAM 수출액 증가율이 3~5월 30% 내외를 유지했는데, 메모리 가격이 상승 전환한 것을 감안하면 향후 증가폭 축소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중국의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과 미국의 관세 정책 시행에 따른 재고 축적에 메모리 시장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에 메모리 가격은 2분기를 거치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시장은 관세 정책발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전방 수요 둔화와 선출하에 따른 하반기 수요 둔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공급사들의 보수적인 공급 기조와 낮은 재고 수준, 중저가 제품 위주의 기업 선구매 활동을 고려하면 부정적 영향은 시장의 우려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메모리 겨울론’을 주장하던 모건스탠리는 지난 3월 보고서 <D램, 침체를 넘어 미래를 보다>를 통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29조4000억원에서 40조8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는 20조6000억원에서 29조1000억원으로 각각 38.4%, 41.3% 상향했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이 바닥을 쳤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시장은 이미 계곡(침체)을 지나 미래를 보고 있다”면서 “내년까지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한다”고 명시했다.
한편 외국인 자금은 반도체를 넘어 방산·전력·금융 등 실적 안정성과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6월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방산), 두산에너빌리티(전력), KB금융(금융), 우리금융지주(금융), 알테오젠(제약), HD현대일렉트릭(전력), 한국전력(전력), 하나금융지주(금융) 등이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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