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 한국의 은둔청년 해법 (6)] 일자리 체험이 은둔탈출의 첫 단추...대대적인 지원전문인력 양성도 절실
박진영 기자 입력 : 2025.04.13 12:03 ㅣ 수정 : 2025.04.13 12:03
고립‧은둔 청년 2년 새 2배 증가…지원 인프라 부족해 정부 관계자, "고립‧은둔 청년 규모에 맞는 지원 시급" 유승규 대표, "눈높이 맞춘 일자리, 일경험 제공해야" 김영근 교수, "전문 지원 인력 양성, 고용보장이 핵심"
인구감소 국가인 한국에서 청년과 청소년의 5.2% 정도는 고립‧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데, 삶을 포기한 젊은 층은 늘고 있다. 업친데 덮친 격이다. 이는 개인과 가정의 불행에 그치지 않는다. 연간 11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낳는다. 국가 차원의 지원과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 <뉴스투데이>가 ' 고립‧은둔 청년 및 청소년의 실태', '현행 정부 정책 분석', '바람직한 정책 추진 방향' 등 3가지 관점에서 [심층기획: 한국의 은둔청년 해법]을 연중기획으로 보도한다. <편집자 주>
고립‧은둔 청년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청년 정책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미드저니 / Made by A.I]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경기 불황에 신입 채용이 줄어들며 청년 고립‧은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고립‧은둔 청년 비율이 5.2%에 달하며 이는 불과 2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고립‧은둔 청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23년 12월 청년 복지 5대 과제'의 하나로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이후 청년미래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등 고립‧은둔 청년의 삶을 개선하는데 앞장섰다.
하지만,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상담이나 정책 지원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고,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단기적인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 고립‧은둔 청년 지원책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보건복지부 청년정책팀 관계자, 인제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김영근 부학장, 은둔형 외톨이 지원 기관 '안무서운회사'의 유승규 대표 등 고립‧은둔 청년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갖고 고립‧은둔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과제에 대해 취재했다.
■ 고립‧은둔 청년 54만명 시대, 지난해 정부 시범 사업서 693명 도움 받아…지원 규모 확대 필요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고립·은둔 청년 대책 사업으로 '청년미래센터'를 설치했다. 인천과 청주, 전주, 울산 등 총 4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고립‧은둔 청년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13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각 센터 당 평균 14명의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2년간 시범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시범 사업을 지켜보며 많은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의 규모가 더 확대돼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추산하는 고립‧은둔 청년수가 54만명에 육박하는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수는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청년정책과 관계자는 11일 <뉴스투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년미래센터가 지난해 8월 사업을 시작한 이후 12월 말까지 총 693명의 고립은둔청년을 지원했다. 전국의 고립‧은둔 청년 규모에 비하면 센터의 역할이나 규모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립‧은둔 청년의 특성에 맞는 정부 지원책도 필요하다는 소리가 많다. 보건복지부의 청년정책 전문가는 "고립‧은둔 청년의 특성상 외부와 접촉을 하지 않아서 발굴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의 80%는 밖으로 나오고 싶은 의지를 가지고 있으므로 센터에서 전담 인력들이 고립‧은둔 청년들을 밖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또, 밖으로 나온 청년에 대해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을 실시해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고립‧은둔 청년 전담 인력들은 개인 욕구 조사를 통해 청년들이 필요한 자원과 연계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며 "일경험 프로그램이나 일상회복 프로그램, 공동생활 프로그램 등 고립‧은둔 청년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별 고립‧은둔 청년(청소년) 주요 지원 사업 [표=국회예산정책처 나보포커스]
■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 "장기 미취업 청년에 일경험 제공하는 기업 중심으로 정부 지원 늘려야"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의 경우, 청년이 고립‧은둔 상태에 빠지는 주된 이유가 '취업'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취업 지원 방안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립‧은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적합한 직업을 찾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무서운회사'의 유승규 대표는 "고립‧은둔 상태가 긴 청년의 경우 문제를 해결하는데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한 애를 먹는다"며 "은둔 상태에서 벗어난 청년들이 지역 센터나 최근 문을 연 마음편의점과 같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신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시도들이 밀도 있게 나와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일자리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유승규 대표는 "취업 경험과 자신감이 부족한 고립 청년들에게 일경험은 필수이다.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삶을 재정비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은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고, 유연성이 떨어지므로 민간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공공은 일반 기업이 일경험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인제대학교 김영근 교수, "고립‧은둔 청년 지원 인력 정규직화, 채용부터 보수 교육까지 전문 시스템 갖춰야"
고립‧은둔 청년 지원 사업이 단기성으로 종료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전담 인력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고용을 보장해 안정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제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김영근 부학장은 "고립‧은둔 청년 지원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부터 자격을 갖춘 전문가를 채용하고,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보수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상담 인력의 경우 슈퍼비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상담 전담 인력 대다수가 계약직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지속 가능한 지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한다"고 밝혔다.
정부 사업에 투입할 인력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려야 한다. 유승규 대표는 "고립‧은둔 사업에 종사하는 종사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장기 은둔 경험이 있는 청년을 지원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한 반면 보수는 부족하기 때문이다"면서 "전담인력 양성을 통한 전문성 확보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년 정책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담 인력 양성 방식은 현재 시범 사업중에 있는 청년미래센터의 인력 전문화 과정을 보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보건복지부 청년정책팀 관계자는 "청년미래센터에서 근무하는 전담 인력들은 지난해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사전 교육을 받았다"며 "올해 보수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며, 전문성 강화를 위한 체계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다음 정부에서는 고립‧은둔 청년 문제에 대한 인력 지원 인프라를 재빨리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청년미래센터의 경우 시범 사업을 마친 후 전국으로 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고립‧은둔 청년들이 충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