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주주권 강화 물건너가나…대선 앞두고 '상법 개정' 격돌

황수분 기자 입력 : 2025.04.18 08:20 ㅣ 수정 : 2025.04.18 08:20

상법개정 부결, 주식시장 거버넌스 리스크 재부각
국내 증시 영향, 당장은 없으나 투자자 '신뢰'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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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권 강화를 골자로 했던 상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이견 속에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미지=챗GPT 생성]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주주권 강화를 골자로 했던 상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이견 속에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부결이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을 후퇴시켜 투자자들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또 국내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기조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평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주주로 확대하고 이사가 직무 수행 시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담겼다. 

 

아울러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도 포함됐다. 민주당이 자본시장 선진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당론으로 추진한 법안이었으나 전일 국회 재표결 끝에 결국 폐기됐다. 

 

핵심은 대선 레이스다. 상법 개정은 투자자들을 두고 대선국면으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커져서다. 

 

민주당은 이번 상법 개정을 소액주주 보호 및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여기고 개미(개인투자자) 표심을 얻을 호재로 주목했다.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는 “상법 개정안 통과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선진 자본시장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다”며 “고질적인 코리아디스카운트도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소액주주 보호에 대한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이 개정이 경영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봤다. 

 

그간 재계·여당은 주주들의 소송 위험으로 장기적 투자가 어려운 데다, 행동주의 펀드의 약탈적 경영권 위협 등을 이유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해왔다.

 

실제 국민의힘은 소송남발 및 헤지펀드 공격을 이유로 상장기업의 물적분할이나 인수합병(M&A) 시 주주 보호 규정을 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전일 본회의장에서 “(개정안 시행 시) 이사는 민형사상 책임 가능성 때문에 경영상 의사결정 하기가 어렵게 되고, 기업의 성장동력이 훼손돼, 장기적으로는 주주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즉 여당은 대형 상장사를 대상으로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개정안'을 대안으로 내놓은 반면 야당은 "소액주주와 국민의 권리를 짓밟았다"며 거부권 철회를 촉구해왔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법 개정은 국내 상장사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라며 “결과적으로 대주주 중심의 경영구조가 유지되면서 장기적으로 소액주주 권익 보호에 한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일 민주당은 집중투표제와 같은 기업 입장에서 더 부담감이 높은 상법 개정안 재발의를 예고했다. 

 

일부 전문가들 역시 상법 개정안이 부결됐지만 장기적으론 해당 논의가 계속 이어질 것이며, 주주 중심의 경영 패러다임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투자자들은 투자 시 개별 기업의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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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권 강화를 골자로 했던 상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이견 속에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미지=챗GPT 생성]

 

■ 소액주주 보호 장치 강화, 대주주 의사결정 감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돼 국회로 되돌아갔던 상법 개정안이 재의결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으나 주식시장 전반에 큰 혼란은 없었다. 

 

하지만 일부 ESG 관련 종목 및 지배구조 리스크가 있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 경계심리는 다소 높아진 모습이다. 향후 유사한 입법 논의가 재점화할 경우 이들 기업 주가가 다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한화그룹 사이에 ‘지배구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연결고리가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몇 년간 한화솔루션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재편을 시도해왔는데 계열사 합병 및 분할 등 복잡한 거래가 많았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유증) 추진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상법 개정 및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규모 유증 사건은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상법 개정이 통과됐다면 이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외부 주주의 감시와 견제가 강화됐을 것, 특히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강화되면 향후 M&A와 물적분할, 사업 재편 등에서 대주주의 의사결정 자유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상법은 회사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는 규정하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규정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합병·분할 등 각종 지배구조 개편 시 대주주의 이익만을 획책하고 다수 소액주주의 이익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부재는 다수의 투자자에게 한국 상법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외국자본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을 저해하고 주식시장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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