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미식'에 2천억 쏟아부었는데...김홍국 회장, 눈덩이 적자 어쩌나
하림산업, 지난해 1096억원 영업적자 기록
김 회장 "더미식, 라인 증설 등 계속 투자할 것"
NS홈쇼핑 작년 영업익 412억...하림산업에 절반 내줘
높은 가격에 소비자 외면...'더미식' 실적 하락
"자본력과 더미식 사업 전략 돌이켜 봐야"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하림산업은 3년 전 라면과 즉석밥 등을 판매하는 '더미식' 브랜드를 론칭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발돋움을 천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하림지주는 최근 NS홈쇼핑 등 그룹 계열사를 총동원해 막대한 자금을 수혈하고 있으나 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림산업을 향한 그룹 차원의 자금 출자는 김홍국 회장의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됐다. 김 회장은 계열사의 수익 절반을 출자해서라도 '더미식'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늘어난 적자 폭을 줄이고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짜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지주의 자회사인 NS홈쇼핑은 하림산업에 280억 원을 대여한다고 밝혔다. 이달 25일 180억 원과 내년 1월 100억 원을 차입하며, 이자율은 4.6%라는 설명이다.
NS홈쇼핑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사업에 필요한 투자 개념"이라며 말을 아꼈다.
최근 하림산업은 더미식을 키우기 위해 주로 NS홈쇼핑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NS홈쇼핑은 올해 8월과 9월 각각 500억 원씩 총 1000억 원을 빌려줬다. 앞선 2021년과 2022년엔 각각 300억, 600억 원을 유상증자했다. 지난 3년 동안 2000억 원 넘는 자금이 투입된 것이다. NS홈쇼핑은 지난해 매출 5977억 원과 영업이익 412억 원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돈을 '계열사 투자'라는 명목으로 내어준 꼴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김 회장은 더미식에 추가 투자를 감행할 의지가 커 보인다. 지난 16일 서울 성수동 '용가리 치킨' 25주년 기념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김 회장은 "더미식 브랜드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시장에 자리잡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라인도 증설해 생산량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더미식은 2021년 10월 '장인라면 담백한맛'을 첫 출시한 뒤 제품 영역을 넓혀 왔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겨냥하며 라면 '맵싸한 맛·사천짜장맛'과 즉석밥을 선보였다. 배우 이정재를 광고 모델로 파격 기용하며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하지만 더미식은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농심과 삼양, CJ제일제당 '비비고' 등 경쟁사보다 가격이 비싸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처지다. 더미식 장인라면 담백한맛과 얼큰한맛(4개입)은 '좋은 식재료'를 강조하며 대형마트에서 7800원에 판매 중이다. 농심의 프리미엄 라면인 '신라면 더블랙'이 4개에 6150원인 것에 비하면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 소매점 판매 통계에서도 '더미식 장인라면'은 지난해 기준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에서 10위권 밖에 위치했다.
소비자 인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더미식의 실적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 식품사업 매출 398억 원 중 냉동식품(149억 원)과 탕류(99억 원) 매출은 증가했으나 주력으로 밀고 있는 더미식 라면과 즉석밥은 되레 줄었다. 라면류 제품은 72억 원으로 전년(85억 원) 대비 14.5% 하락했으며, 즉석밥 쌀 가공류 제품은 66억 원으로 전년(80억 원) 대비 17.4% 급감했다.

더미식이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며 하림산업의 적자 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림산업은 더미식이 출시된 2021년 21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동기간 영업손실은 589억 원에 달했다. 적자는 2022년 868억 원으로 불어나더니 지난해엔 1096억 원을 넘어섰다.
그룹 차원의 수혈을 받은 만큼 하림산업의 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다. 지난해 하림산업의 부채 총계액은 5480억 원으로 전년(4775억 원) 대비 14.7% 늘었다.
영업손실 부담은 하림산업 지분 100%를 보유한 하림지주가 떠안았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1000억원, 올해 초 300억 원 등 총 1300억 원을 운영비 명목으로 하림산업에 투자했다.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하림산업에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하림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트린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간편식과 라면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좋은 식재료만을 고집하며 고가 전략을 편 것이 자충수가 됐다는 것이다.
라면과 즉석밥 등 가정간편식을 포함한 국내 식품 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4분기 식품산업통계정보는 고환율과 정세불안, 소비 침체가 지속되면서 식품산업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제너시스BBQ와 농심, CJ제일제당 등 대형사들이 내수 시장 한계에 직면해 수출길을 찾는 것도 이에 대한 반증이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기존 식품 산업 생태계는 이미 포화 상태인데, 하림은 새로운 식품 설비를 만들어 진입하려는 것"이라며 "식재료 생닭 시장에서 하림의 브랜드 가치는 충분히 의미 있지만, 라면과 즉석밥을 생산한다는 게 보수적인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제품 카테고리가 부족해서 라인업을 충실히 늘리고 있으며, 내부적으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림산업에 대한 무리한 계열사 '쥐어짜기'가 하림 그룹 전체를 위기로 몰아가는 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하림산업이 이미 오랫동안 적자라 더미식 브랜드가 성장하기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본력과 사업 전략을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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