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제 기자 입력 : 2025.04.17 05:00 ㅣ 수정 : 2025.04.17 05:00
1분기 매출 3조9559억 원...이익은 줄고 리스크 커져 감가상각과 연료비 상승에 영업이익 감소세 보여 美 '디미니미스/ 폐지 결정...화물 수익과 노선 전략에 새 변수
[사진 = 대한항공]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기록은 세웠지만 마음껏 웃지는 못했다"
대한항공이 2025년 1분기 실적에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매출이 크게 늘어났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나란히 하락세를 기록해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기 신규 도입에 따른 감가상각(고가 자산 가치를 수년간 분산해 비용 처리하는 회계 방식) 증가를 비롯해 △연료비와 정비비용 상승 △고(高)환율과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확대 등 ‘고비용 구조’가 기업 수익성을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다음 달 2일부터 중국과 홍콩에서 출발하는 800달러(약 114만원) 미만 소포에 관세와 세관검사를 면제해 주는 소액 면세제도 혜택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발(發) 화물 수송에 의존해온 대한항공 화물 부문 수익도 타격을 입게 됐다.
■ 1분기 매출 실적 '역대급'…그러나 이익 줄고 비용 커졌다
대한항공 2025년 1분기 잠정실적 [표 = 대한항공]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3조 9559억 원을 기록했다.이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약 3% 늘어났지만 규모를 따지면 창사 이래 분기 최대 매출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올해 1분기 매출 실적이 두드러진 것은 △여객 수요 회복 △국제선 정상화 △북미·유럽 등 장거리 노선 예약률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크게 남는 장사'는 아니다.
올해 1분기 대한항공 영업이익은 35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고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93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44% 급감했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실제로 남는 돈인 수익성은 오히려 더 나빠진 셈이다.
그 배경엔 ‘고비용 체제’가 자리잡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7월부터 보잉 787-10 드림라이너를 시작으로 차세대 항공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 1월에 에어버스 A350-900가 운항에 투입됐다. 이에 따라 새 항공기 도입에 따른 감가상각 비용이 증가했다.
또한 장거리 노선 확대와 기체 가동률 증가에 따른 정비비용 부담도 늘었다. 항공사 전체 원가에서 연료비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그나마 다행인 점은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가격이 지난 16일 배럴당 60.86달러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이런 기조가 이어지면 오는 2분기부터 연료비 비용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환율도 중요한 부담 요소다. 항공기 임차료를 비롯해 연료비, 정비비용 등 대부분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6일 1423.40원을 기록하는 등 올해 1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20원을 넘어섰다"라며 "이에 따른 환차손(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도 만만치 않다"라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면서 항공업계도 이자 비용 증가에 시름을 앓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대한항공 재무구조 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최근 여객 부문 회복에 도움을 얻고 있지만 연료비, 감가상각, 환율 등 외부 변수에 지나치게 민감한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라며 “이에 따라 항공업계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약하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 美 디미니미스 폐지…화물 수익에 ‘직격탄’ 예고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 장미정원에서 상호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처럼 대한항공이 실적 회복 과정에서 외생 변수에 휘들리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악재가 등장했다.
미국 정부가 다음달 2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디미니미스(de minimis) 면세 혜택'이 폐지되기 때문이다.
디미니미스는 일정 금액 이하의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해 수입세를 면제하는 제도다.
현재 미국은 800달러 이하 상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최근 중국·홍콩에서 발송되는 저가 수입품에 대해 디미니미스 혜택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발(發) 전자상거래 상품의 미국 직배송 물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관련 물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왔던 대한항공 화물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특히 테무, 쉬인 등 중국계 쇼핑 플랫폼은 전 세계에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디미니미스 혜택 폐지로 이들 물량이 줄어들면 대한항공의 중국-미국 노선 수익성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디미니미스 폐지는 단순한 통관 정책 변경이 아니라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보호무역 전략의 하나”라며 “중국발 화물 비중이 높은 항공사일수록 노선 전략과 가격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미니미스 폐지에 따른 실제 피해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글로벌 공급망과 직결된 통상 변수가 항공업계 수익성과 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라며 "대한항공 역시 화물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재조정하면서 대외 리스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