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5.04.25 05:00 ㅣ 수정 : 2025.04.25 05:00
고부가·환율 효과에 1분기 매출 역대 최대 미국발(發) 관세 여파 북미 시장 위축 우려 당분간 가격 인상 없이 현지화 전략에 집중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사진=현대자동차]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현대자동차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으로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HEV) 모델 판매가격이 늘어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점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대차가 올해 남은 분기 동안 실적 호조를 이어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시장 전망이 엇갈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수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자동차 업계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공급망 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차량 가격 인상 없이 경쟁력 방어에 나서는 한편 대규모 미국 투자를 통한 현지 생산 능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며 ‘관세 파고’를 헤쳐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자료=현대자동차 / 그래프=뉴스투데이]
■ 1분기 매출액 44조원 ‘역대 최대’...HEV·환율 덕에 날았다
25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44조4078억원, 영업이익은 3조63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9.2%, 2.1% 증가했다. 특히 매출액은 1분기 기준으로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0.6% 감소한 100만1120만대를 판매했다.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 판매량은 각각 16만6360대, 83만4760대로 집계됐다. 이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국내는 4.0% 늘었지만 해외는 1.1% 줄었다.
이 처럼 해외 판매량이 줄었지만 전체 매출액이 늘어난 것은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량은 21만242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4%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13만7075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4.5%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1분기 영업이익률 8.2%를 달성했다. 인센티브 증가 및 투자 확대에도 영업이익률이 양호한 성과를 낸 것이다. 올해 1분기 매출 원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0.5%포인트(p) 상승한 79.8%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오르기 시작한 환율도 현대차 실적에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 1분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453원으로 전년동기와 비교해 9.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연간 실적, 관세에 달렸다...현재 관세율 유지되면 '최대시장' 북미 사업 타격
시장 관심은 올해 남은 2·3·4분기 현대차의 실적 추이다. 미국발(發) 통상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자동차 업계도 관세 사정권에 들어와 업황 악화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등 북미는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완성차 업계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 북미 자동차 수출액은 90억6300만 달러(약 13조 153억원) 다. 미국 관세 영향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전년동기 대비 9.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를 물리고 있다. 한국 등 자동차 수출국 입장에서는 세금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판매 가격을 올리면 미국 현지에서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통상전쟁 최종 목표가 중국 견제라는 점에서 비(非)중국 국가에 대한 관세율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오락가락 관세정책을 보면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세진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관세 부담에 따른 영업 수익성 저하가 우려됐지만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관세 부담이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적을 것”이라며 “결국 중단기 영업수익성은 관세 부과 시기와 관세율, 국내외 생산설비 효율화 과정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 소재 HMGMA 준공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 현대차 “가격 인상 없다” 자신감 드러내...美 현지 생산 가속페달
현대차도 통상환경 변화에 대비한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통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실물 경제 침체 가능성 등이 경영 활동의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현대차의 미국 내 재고는 약 2~3개월분으로 알려졌다. 단순계산으로 오는 6~7월쯤부터 25% 관세 효과가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결국 미국 관세 정책에 따라 현대차의 3·4분기 실적 규모도 좌우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는 관세 영향에도 당장 미국에서 차량 판매 가격을 급격히 올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가격이 향후 몇 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가격은 시장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 확대로 관세 충격을 상쇄할 계획이다. 미국 조지아주(州)에 준공한 HMGMA 증설로 연간 생산 물량을 총 120만대 수준까지 늘리는 목표도 세웠다. 이는 미국 현지 생산분에 대해 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관건은 현대차 계획대로 생산력이 향상되는 지 여부다. 현대차는 올해도 신차 판매를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경영 리스크에 대한 정교한 분석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혁신에 나설 방침이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올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관세 대응 전략 테스크포스팀(TFT)을 출범해 전사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라며 “향후 시장 수요와 공급 변동에 따른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가격과 인센티브 정책을 수립해 수익성 만회를 위한 노력을 계속 펼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