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5.13 02:21 ㅣ 수정 : 2025.05.13 02:21
미국과 중국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90일간 관세 대폭 내리기로 극적 합의 소식에 뉴욕증시 급등, 반면 금값 시세는 3.1% 내려 최근 몇 달 사이에 가장 큰 폭 하락 기록
미중 무역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올랐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중 갈등이 극적인 휴전에 들어가면서 뉴욕증시가 모처럼 큰 폭으로 급등세를 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개장초 전장보다 8% 이상 올라 320달러를 넘어섰고, 엔비디아 역시 전장보다 5% 이상 올라 122달러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앞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2차 무역협상에서 양국은 서로에게 부과했던 초고율 관세를 사실상 원상복귀 수준으로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부과했던 145%의 관세를 30%로 낮췄고, 중국 역시 미국산 제품에 부과했던 125% 보복관세를 10%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무역전쟁 발발 이후 최대 폭의 완화 조치로, 양국 간 디커플링(공급망 분리) 우려가 누그러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양국 대표단 모두 공급망을 완전히 분리하는 디커플링은 원하지 않는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이번 합의는 무역의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미국과 중국은 기술, 에너지, 희토류 등 주요 분야에서 상호 의존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번 협상은 이러한 기조에 대한 ‘조정’의 신호로 해석된다.
무역갈등 완화 소식은 뉴욕증시에 즉각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개장초 전장보다 2.34% 올랐고,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2.62% 상승했다. 나스닥은 4% 이상 급등세를 나타내며 단숨에 1만8600 포인트를 웃돌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타결이 그간 침체 우려를 키워온 ‘무역 불확실성’을 크게 해소했다는 데 주목한다.
JP모건 자산운용의 글로벌 전략가 안드레아 프레첼리는 "이번 합의는 실질적인 관세 부담 완화를 동반한 신뢰 회복의 신호"라며, "특히 반도체, 소비재, 기술주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술주가 집중된 나스닥 지수가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한 점은 미중 간 기술전쟁 완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협상 타결은 경기 침체 우려를 일부 걷어내며 미 국채 금리와 유가에도 상승 압력을 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46%로, 지난 거래일 대비 7bp 상승했고, 서부텍사스원유(WTI) 유가는 배럴당 63.17달러로 3.52% 급등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캐서린 롤랜드는 "이번 관세 인하로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활기를 찾게 되면, 제조업과 소비 회복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원자재 수요 증가가 유가를 견인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중 무역협상이 극적으로 타결을 보면서, 안전자산인 금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양상이다.
뉴욕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3241.5달러로 102.5달러(3.1%) 하락했다. 이는 최근 몇 달 사이 가장 큰 하락폭 중 하나다.
씨티그룹의 귀금속 전략가 이사벨 마틴은 "투자자들이 다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금에서 주식과 원자재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분명히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단기적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시한부 휴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양국은 90일간 인하된 관세율을 적용한 뒤, 후속 협상을 통해 본격적인 무역구조 개편 방안을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런던정경대(LSE)의 국제무역학 닐 포스터 교수는 "이번 합의는 양측의 필요에 따라 이뤄진 실용적 타협이지만, 근본적인 기술이전, 산업보조금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라며, "양국의 정치일정과 내부 여론에 따라 향후 협상이 언제든지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를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다는 점, 미국이 아직 대체 공급망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리스크로도 지적된다. 미국과 중국이 90일간의 한시적 휴전을 마치고 근본적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국제사회는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