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의 광고썰전 (235)] 변우석의 팔도 vs 유재석의 배홍동 vs 최화정의 진비빔면 vs 이정재의 더미식, 비빔면의 계절을 알리는 반가운 광고 (하)
신재훈 입력 : 2025.05.07 12:20 ㅣ 수정 : 2025.05.07 12:20
브랜드 특성과 찰떡 궁합인 모델 캐스팅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반가운 비빔면 시즌을 가장 먼저 알린 최화정의 진비빔면 광고다.
[오뚜기 진비빔면] 이제 비빔면도 손~크게! 양도 맛도 120% 만족 편
최화정이 젊은 커리어 우먼 역할로 등장한다
딸 최화정 : 엄마는 늘 말했어
최화정이 나이가 지긋한 전업주부 엄마 역할로 나온다
엄마 최화정 : (비빔면을 푸짐하게 비비며) 먹는 건 푸짐해야지
최화정 : (커다란 비빔면이 화면으로 쓱 들어오며) 손 큰 진비빔면
(엄청 많은 양의 비빔면을 손으로 열심히 비비며) 아낌없는 재료로 맛은 벅차고 / (비빔면을 크게 한입 맛있게 먹으며) 양은 그득해 오뚜기 진비빔면 / (입맛을 다시며) 아~후 매력 있다
푸짐한 재료에 넉넉한 양에 맛까지, 한 마디로 가성비 끝판왕 비빔면 컨셉이다. 신뢰감 듬뿍, 전달력 탁월, 맛 좀 아는 알뜰 주부 이미지의 최화정 캐스팅이 돋보인다. 특히 이 광고의 신의 한 수는 최화정의 역할이 단순히 먹는 역할이나 설명을 하는 나레이터가 아닌 비빔면을 직접 만드는 엄마 역할이다.
세상 엄마들의 수만큼 가장 맛있는 음식이 존재한다는 말처럼 좋은 식재료를 푸짐하게 사용하여 특유의 손맛으로 아낌없이 퍼주는 생각만 해도 입맛이 도는 엄마표 음식을 떠올리게 한다. 한 마디로 엄마 하면 떠오르는 모든 좋은 이미지를 다 담았다는 얘기다.
물론 아주 드물게 음식을 맛있게 못 만드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또한 엄마와 딸을 오가는 1인2역의 연기 변신 그리고 비비고 먹고 연기하고 나레이션하고 열 일하는 최화정의 투혼이 광고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다음으로 온에어된 이정재의 더미식 비빔면 광고다.
[The미식] 매콤, 새콤, 깔꼼! 거봐, 아는 맛보다 더 맛있으니까! 편
세련된 하얀 스카프와 블루 정장을 시원하게 입은 이정재가 폼 나게 등장하고 매콤, 새콤, 깔꼼이 중독성 강한 리듬에 맞춰 계속 반복된다
카메라가 점점 더 빠지며 완전 화이트와 블루의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세트를 배경으로 이정재와 젊고 세련된 옷을 입은 남녀들이 음악에 맞춰 감각적인 어깨춤을 춘다
이정재 : (비빔면을 맛있게 먹으며) 매콤, 새콤, 깔꼼하게
거봐, 아는 맛보다 더 맛있다니까 / 더미식 비빔면
음식 광고의 뻔한 공식을 파괴한 파격적인 광고다. 마치 명품 패션이나 화장품 여름 광고를 보는 듯하다. 깔끔을 매콤, 새콤의 은율에 맞춰 깔꼼으로 표현한 카피 센스도 돋보인다. 이 광고의 탁월한 점은 “아는 맛보다 더 맛있다”는 핵심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지속하는 브랜드 전략에 있다.
후발 브랜드로서 효과적으로 존재감을 알리는 방법은 정치에서 뒤처진 후보들이 가장 지지율이 앞서는 No. 1 후보를 공격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소비자에게 가장 익숙한 No. 1 브랜드와 싸우는 모습을 통해 No. 1과 싸우는 대등한 No. 2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No.1인 팔도비빔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많이 먹어 온 그 익숙한 “아는 맛(팔도비빔면)”을 공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수십년 간 길들여진 익숙한 맛의 높은 벽을 광고 카피만으로 넘기는 어렵다. 설사 제품 자체의 맛이 뛰어나더라도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가 그들의 저서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언급한 “마케팅은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다” 라는 법칙처럼 더미식 비빔면이 팔도비빔면보다 더 맛있다는 소비자의 인식을 단기간에 만드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 보인다.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는 팔도 비빔면, 배홍동의 신작 칼빔면, 맛은 벅차고 양은 그득한 오뚜기 진비빔면, 아는 맛보다 더 맛있는 더미식 비빔면 등 광고하는 비빔면 종류가 많아진 만큼 어떤 비빔면을 먹을지 고민도 덩달아 많아진다.
셰익스피어의 ‘햄릿’ 3장 1막에 나오는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처럼 “어느 비빔면을 먹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되었다. 햄릿처럼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고 어느 비빔면을 먹을지 정도의 가벼운 문제는 너무 복잡하게 고민 말고 심플하게 일단 한번씩 다 먹어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해도 되지 않을까?
어쩌면 이것이 비빔면 브랜드들의 노림 수 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