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기자 입력 : 2025.04.10 08:25 ㅣ 수정 : 2025.04.10 08:25
독감‧폭설‧산불 등 1분기 보험금 지급 증가 전망 손해율 상승 불가피하나 손실규모 감당 가능할 듯 하반기 태풍‧폭우 고려 시 연간 실적 악화 가능성 '기본자본 K-ICS' 도입 예정…건전성 제고 '고심'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한 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이 1일 산불 피해를 입은 주택과 교회 건물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으나 올초부터 손해율 악화 요인이 겹치면서 1분기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당국의 건전성 규제 제도에도 변화가 예고되면서 손보사에는 먹구름이 드리우는 모양새다.
10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독감 유행과 2월 중 발생한 대규모 폭설, 지난달 발생한 대규모 산불에 따른 1분기 보험상품 손해율 악화가 전망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주차 독감(인플루엔자) 의사환자 수는 외래환자 1000명당 99.8명으로 현재와 같은 수준의 표본감시체계가 구축된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독감이 유행하면서 손보사는 장기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가 증가하게 돼 예실차 부진이 예상되고 있다. 손보사들은 지난해 4분기에도 독감 유행에 따른 예실차 악화로 실적이 악화된 바 있다.
이에 더해 올들어 지난달까지 매달 폭설이 이어지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급등했다. 손보사의 올해 2월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9.6%로 전년 동월 80.0%에 비해 9.6%포인트(p)나 악화됐다. 폭설 외에도 올해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정비수가 인상 등 손해율 악화 요인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영향에 재물‧사망보험금 발생이 예상되는 점도 1분기 실적을 위협하는 요소다.
연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면적은 1만5300헥타르(ha)다. 국내 손보사 중 캘리포니아에 진출한 곳은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다. 현대해상의 경우 보유계약이 적고 계약한 곳이 산불 피해 지역과 거리가 있어 큰 영향은 없으나, DB손보의 경우 6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도 손보사의 근심을 더하는 요인이다. 지난달 21일부터 열흘간 경북‧경남‧울산에서 산불이 발생하면서 이번 산불로 31명이 사망했으며 중상 9명, 경상 42명 등 8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피해면적은 4만8239ha로 추정되며, 추정치인 만큼 피해면적은 더 커질 수 있다. 아직 피해액을 추산하기에는 이르지만, 손보사의 손해율 상승은 불가피하다.
다만 피해지역 대부분이 산간이고, 도심지역이 아닌 만큼 손실 규모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아직 정확한 산불 피해 규모가 집계되지 않아 아직 손해율을 산정하지 못한 상태"라며 "전년 대비 보험금 지출이 증가하는 것은 맞으나 피해지역 대부분이 산간지역인데다 미가입자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여 손실규모는 감당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불 추가 발생 가능성, 하반기 태풍‧폭우 피해 등을 고려하면 연간 실적도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해율이 악화될 전망인 가운데 당국의 규제도 손보사의 업황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하면서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고 자본 확충에 나섰다. 보험사가 자본성증권을 발행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방어다.
K-ICS 비율은 보험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당국은 이 비율이 150%를 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은 당국이 지난해 결산실적부터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도록 하면서 이에 따른 K-ICS 비율 하락을 막기 위한 노력이다.
다만 당국은 올해 상반기 중 자본성증권 등 보완자본을 포함하지 않고 자본금, 이익잉여금 등 기본자본을 근거로 한 K-ICS 제도를 마련해 규제 수준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이 경우 기본자본을 보전하기 위해 주주환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본자본을 근거로 K-ICS 비율이 규제되면 보완자본을 통한 건전성 제고가 어려워지는 만큼 주주환원을 줄이고 잉여금을 쌓아둬야 하기 때문이다.
손보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1분기 손해율 악화 요인이 중첩되면서 실적이 악화될 전망"이라며 "기본자본 K-ICS 도입 등 규제 변화가 예고돼 건전성 관리도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