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교영 기자 입력 : 2025.04.25 08:15 ㅣ 수정 : 2025.04.25 08:15
공정위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심사보고서 발송
서울의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마치고 제재 수순에 들어갔다. 과징금 규모가 수천억에서 1조원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향후 법적 다툼도 예상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8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의 담합 행위를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각 은행에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에는 각 은행의 정보 교환 행위가 대출 조건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공정위 측 보강 내용이 담겼다.
공정위는 은행들은 7500개에 가량 LTV 자료를 공유해 이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부당 이득을 얻고 유리한 대출 조건을 선택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 담보 대출 시 한도를 정하는 비율이다. LTV가 높을수록 대출 한도가 늘고 반대로 낮을수록 대출 한도는 줄어든다. 이 때문에 대출자들은 LTV가 높은 곳을 선호한다. 은행들이 해당 정보를 공유하면서 LTV를 낮춰 경쟁이 제한이 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단순한 정보 교환일 뿐 담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일이며 정보 교환 후에도 은행별 LTV가 일정 부분 차이를 보였던 만큼 경쟁이 제한되지도 않았다고 항변했다.
또한 LTV를 낮추면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은행의 이자 수입이 줄어드는데 은행의 이익을 봤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LTV가 사실상 공개된 정보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고객들에게 대출 한도를 안내하려면 LTV는 기본 공개되는 사항이라는 것이다.
다만 공정위는 경쟁 제한 여부를 핵심으로 보고 있다. 정보교환으로 경쟁이 제한됐다면 이익 여부와는 상관없이 위법성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두 차례 전원회의를 열고 결론을 낼 방침이었으나 사실관계추가 확인을 위해 결론 보류 뒤 재심사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 심사관은 지난 2월 12과 17일 4대 은행 현장 조사 등을 재조사를 마치고 약 2개월에 걸쳐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각 은행에 보낸 상황이다.
공정위는 1차 심사보고서에서 검찰 고발 의견을 제시했으나 이번 심사보고서에서는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과징금의 근거가 되는 관련 매출액을 상향 조정했다. 1차 때는 LTV 관련 대출 신규취급액만 관련 매출액 기준으로 삼았으나 이번에는 기한 연장 대출 규모까지 포함했다.
위반행위의 중대성에 따른 부과 기준율에 관련 매출액을 곱해 과징금을 산출하는 만큼 은행들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과징금은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는 각 은행의 의견을 제출받은 후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의견 수렴 기한은 다음달 초 정도로 알려졌으며 상반기 내 결론이 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LTV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기 위한 정책 수단인데 이를 공정위에서 문제 삼고 나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갈등이 될 수도 있다”며 “과연 은행들이 이자 수익 감소와 리스크 등을 감수하고도 담합할 여지가 있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1조원이 넘는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은행들이 공동으로 행정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제재로 인해 은행들의 영업 활동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