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난 노량진 수산시장, 무슨 일 있었길래

이지우 입력 : 2016.04.04 18:15 ㅣ 수정 : 2016.04.0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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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 현대화 수산시장이 지난달 16일 첫 경매를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구 수산시장 상인들과 대립이 갈수록 심해져, 현재 신구 건물이 나란히 붙은 채 대립각을 이루고 있다. [사진=이지우 기자]


시장현대화 사업 추진에 신·구 상인간 갈등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노량진 수산시장 이전을 둘러싼 신·구 상인간 갈등이 칼부림까지 나는 극한 상황에 이르렀다.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노래방에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위 부위원장인 김모씨가 수협중앙회 최모 경영본부장과 김모 TF팀장과 언쟁을 벌이다 흉기를 휘둘렀다.

김씨는 수산시장으로 이동해 경비원까지 칼로 지르고 도주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현대화비상대책위는 신축건물로 이전을 반대하는 상인측이 구성한 모임이다. 

외관부터 극과 극. 1971년 문을 연 노량진 수산시장이 최근 시장현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구 시장에서 자리 잡은 상인들이 신축건물로 이전을 거부하고 격렬하게 반발하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노량진시장을 서울의 명소로 거듭나게 한 주역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등을 돌린 것이다.

상인 약 700여 명을 갈라놓은 것은 시장 현대화사업이었다. 현재 노량진 시장은 두 개의 수산시장이 나란히 붙어 공존하고 있다. 4일 방문해본 수산시장은 상인들 간, 경비원 간 분위기도 날이 서있었다.


新상인 “상인 화합돼야 이전처럼 수산시장 활성화” vs 舊상인 “신건물에 들어가면 ‘전통’ 죽는다”
 
노량진 현대화 시장은 지난달 16일 첫 경매를 시작으로 공식 개장했다. 현대화 사업은 날로 늘어나는 해외 관광객 유치와 구 건물의 시설 노후화 방안 등의 취지에서 2002년 첫 삽을 떴다. 사업을 진행한 수협은 총 투자비 5237억원을 들여 연면적 11만8346㎡에 지하 2층에서 지상6층의 대규모 현대화된 시장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30년간 구 건물에서 장사를 하다 최근 신 건물에 들어온 상인 A씨는 “구 건물에 있을 때보다 눈에 띄게 수입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수입이 줄어든 것은 기존 손님이 대부분 구 건물에 가기 때문에 이전할 때부터 (여기 들어온 상인들 대부분이)감안해야 될 부분이었다”며 ‘상인 자리 1.5평 논란’에 대해 “수협에서 밝힌 길이를 직접 재봤는데 1.5평은 맞다. 다만 세로가 짧고 가로가 길어져 물건을 내놓는 공간이 비교적 좁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 전체 수산시장 상인 약 700명 중 30%밖에 이전하지 않아 빈 현대화 수산시장(왼쪽) 모습과 반면 이전 수산시장 분위기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전통 수산시장(오른쪽) 모습 [사진=이지우 기자]


이 상인은 또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넘게 동거동락해왔던 (구건물)상인 식구들과 이렇게 갈라지니 안타깝다. 얼른 수협과 원만한 해결을 보고 모든 상인이 하나로 다시 뭉쳐야 예전과 같은 수산시장 분위기를 다시 만들고, 이들과 같이 수협과 임대료 협상 등 함께 미래를 개척 할 부분들이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구 건물 상인(현대화 비상대책위원회원) B씨는 “아직 신 건물은 보수수리가 한창이다. 이유는 구 건물보다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구건물이 노량진을 지켜올 수 있던 이유는 수산 시장 상인들에게 지금 건물이 최적화된 장소(배수 문제, 환기 문제 등)로 맞춰져 왔는데 그 긴 시간을 현대화 시장은 단시간에 이뤄내려니 벌써부터 삐걱거리는 것”으로 설명했다.
 
또, 현대화 비대위는 “수산시장을 이뤄온 것은 상인들인데, 수협이 강압적으로 이전을 감행하고 있다. 신 건물에 들어가면 높은 임대료와 수협의 관리를 받게 되는데 이것은 우리의 권리를 침해받는 것”으로 덧붙였다.

▲ 전통 수산 시장(구 건물) 상인들은 각 점포마다 붉은 색 띠를 등에 달고 있다. [사진=이지우 기자]


여전히 고객은 ‘전통’ 수산시장으로…구 건물 리모델링, 현실적 어려워
 
한편, 구 건물은 휑한 신 건물과 달리 오전부터 많은 손님들이 발길을 잇고 있었다. 흑석동에서 온 김순자씨(68) 부부는 신구 건물의 대립에 대해 “당연히 전통시장은 여기라고 생각해 오늘도 해산물을 사러 온 것이다.

40년 가까이 일주일에 한번씩 오는데 상인들과 인사하는 정에 오기도 한다”며 “신 건물을 한번 돌아봤는데 전부 모르는 상인같았다”며 ‘전통’이 ‘현대화’에 묻힐까 걱정하기도 했다.
  
신 건물을 둘러보던 31살 주부는 “위생적으로 좋아 보이지만 너무 많이 휑해 시장 같은 분위기가 들지 않는다. 드문드문 상인들이 들어서 있는데 상권형성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로 수산시장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부족한 이미지같다”고 말했다.
 
대부분 고객들은 현대화 시장을 둘러보고 다시 구 건물로 발길을 돌렸다.
 
또, 구 시장 상인이 주장하고 있는 ‘전통시장 리모델링’에 대해서 현대화 시장 측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진행하게 되면 당장 구 건물 내 상인들이 3-4년간 장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현대화 비대위에서 구체적인 방안도 없으면서 무작정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신·구 건물 상인간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전통 수산시장 상인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이며, ‘기존 구 건물 이용객의 발길을 신 건물로 어떻게 돌리냐’는 등의 문제를 수협이 어떻게 해결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한편, 현재 신축 건물로 옮겨간 판매 상인은 전체 약 700명 중 200여명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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