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JOB리포트] 한국인 취업 막는 ‘트럼프 공포’ 현실화

정진용 입력 : 2017.04.24 11:44 ㅣ 수정 : 2017.04.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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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지난 19일 위스콘신주케노샤에 있는 공구 제조업체를 방문, 미국우선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문직취업비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뉴시스



전문직 취업비자 H1B 추첨제 아닌, 허가제로 변경

연봉10만달러 이상 제한할 경우 한국인 대거 탈락

(뉴스투데이=정진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국우선(America First)’을 내세우면서 제품생산은 물론, 일자리에서도 미국인고용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통령 취임 이후 이 같은 공약을 실행에 옮기려는 움직임들이 잇따르면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미국취업∙미국이주가 바늘구멍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직비자(H1B) 칼 빼든 트럼프 행정부=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H1B(전문직 단기취업비자) 발급요건과 단속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서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위스콘신 주 케노샤에 있는 공구 제조업체 ‘스냅-온’ 본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내 생산제품 구매, 미국인 고용’(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이라 불리는 행정명령서에 서명했는데, 이 행정명령은 서명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150일 이내에 모든 관련부처에서 실행에 옮긴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앞서 미국 연방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은 지난달 H1B 비자 신청 절차를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급행심사’(프리미엄 서비스) 제도를 4월부터 최대 6개월간 정지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행정명령은 이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이슬람권 비자발급 중단조치를 내렸던 트럼프 행정부는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인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에 대한 취업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지를노골적으로드러낸 셈이다.

H1B비자는 사실 미국업계의 필요성 때문에 생겨난 제도다. 미국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인력난에 시달렸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수하면서도 보다 값싼 해외인력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업계에서는 H1B비자제도를 적극 활용해왔다.

실제로 뉴욕타임즈(NYT)가 미국무성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H1B비자의 69%는 IT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도인들이 차지하고 있고, 중국인이 12%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두 나라 비중이 전체 H1B비자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독일, 요르단, 브라질, 필리핀, 프랑스, 영국, 한국, 멕시코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한국은 전체 H1B비자 출신국가 중 9번째에 자리하고 있다.

◇최소연봉 10만달러 추진으로 추첨제에서 허가제로 변경 움직임=현재 H1B비자는 정해진 할당량(쿼터)보다 희망자가 많아서 미 국무부는 해마다 4월 신청을 받고 6월중 컴퓨터 추첨을 통해 비자취득자를 결정했다.

미 국무부가 정한 H1B비자의 쿼터는 석사학위자가 2만명, 학사학위자는 6만5000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평균적으로 30만명 이상이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컴퓨터 추첨 확률만으로도 25%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미 행정부는 이를 연봉을 기준으로 하는 허가제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캘리포이나주 대럴아이사 하원의원 등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H1B비자의 최저임금을 연 10만달러로 정해서 그 이상 임금을 받는 사람에 한해 H1B 비자를 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H1B비자 신청자의 절반 이상이 자격미달로 사실상 전문직비자를 취득하는 길이 원천 봉쇄될 수 밖에 없다.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연봉 10만달러 이상 H1B비자 취득자는 전체의 43%에 불과하고 이들 대부분이 컴퓨터와 수학전공의 석사 학위 이상을 지니고 있는 대학원 졸업자들이다. 문과에서 이 정도 연봉을 받는 사람은 MBA나 금융공학 전공자나 가능할 뿐 대부분이 기준에 미달하고 있다.

학사학위 소유자들은 평균 연봉 5만~8만달러 사이에 위치해 있고, 한국인들은 이보다 적은 4만달러 미만이 대부분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H1B비자 기준을 연봉 10만달러로 결정하면, 컴퓨터나 수학 같은 IT전공의 대학원 졸업자들만 경쟁력을 갖게 되고, 나머지 대부분은 자격요건조차 갖추지 못하게 된다. 연봉 10만달러 이상의 대학원생들이 우선적으로 H1B비자를 취득하게 되고, 여력이 생길 경우 나머지는 추첨제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되면, 현재 고임금을 받으며 H1B 비자의 69%를 차지하는 인도인들조차 절반이상 탈락하게 되며, 연봉 수준이 낮은 한국인들에게는 차례가 거의 가지 않을 전망이다.

◇실리콘밸리 등 업계의 강력 반발이 변수= 트럼프 행정부의 전문직취업비자 규제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IT 분야다. 실리콘밸리의 많은 외주업체들은 전통적으로 우수하면서도 값싼 해외인력들을 대거 채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따를 경우 인건비가 대거 상승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뉴욕타임즈는IBM, 코그니전트는 물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퀄컴 등 미국의 대형 IT기업부터 무수히 많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Start-up)들까지 수천명의 H1B 비자 소지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특히 페이스북과퀄컴은 전체 인력 중 15%가 H1B 비자를 소지하고 있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업계의 불만은 현재 미국대학을 졸업하는 미국인만으로는 IT기업 수요를 채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IT기업의 특성상, 인재의 우수성이 생명인데, IT관련 전공을 했다고 미국인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많은 미국 IT기업들은 여전히 과학이나 프로그래밍 자격을 갖춘 미국인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IT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타협안을 내놓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인에게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트럼프의 정책은 국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조차 이를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이민 규정과 건강보험법 개정 등에서의 초기 실패로 취임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부분을 경제 분야에서 만회하기 위해 당분간 이 같은 애국심에 호소하는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치로 인해 많은 한인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뉴욕, 뉴저지 소재 한인기업들은 H1B비자를 활용해서 한국인대졸자들을 채용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마저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한인기업 중 H1B 비자 자격조건인 연봉 10만달러 이상을 제시할 기업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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