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제일병원 폐업위기가 택시업계 파업에 던지는 교훈
제일병원 폐업위기가 택시파업에 던지는 교훈

제일병원, 저출산에 노사갈등으로 폐원 위기
경영난 악화에도 노조 파업 강행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국내 최고 출산병원으로 명성을 이어온 서울 제일병원이 개원 55년 만에 경영난으로 폐원 위기에 몰렸다. 이번 제일병원 사태가 심각한 저출산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불가항력적인 위기 상황에 협력하지 못한 노사 갈등도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산업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입원실과 분만실을 폐쇄하고 외래진료만 유지해왔던 제일병원은 환자들에게 다음주부터 모든 진료와 검사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알렸다.
제일병원은 지난 10월부터 간호사를 비롯한 일반 행정직원에 이어 의사들에게도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직군별로 급여 20~40%를 삭감해 운영해왔지만 이마저도 지급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영난은 심각한 저출산 흐름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 보고사를 보면 올해 10월 출생아는 2만65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400명(5.0%) 줄면서 1981년 월별 출생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3만명을 밑돌았던 작년 10월보다 더 줄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일병원의 분만 건수도 2014년 5490건, 2015년 5294건, 2016년 4496건으로 매년 줄고 있다. 다른 산부인과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5년간 지역별 분만심사현황'에 따르면 2013년 전국 706개소였던 분만의료기관 수는 지난해 528개소로 17.6%나 감소했다. 서울의 분만시설은 최근 5년간 21% 감소해 5곳 중 1곳이 문을 닫았고, 분만기관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도 18.2% 줄었다.
이런 위기 상황에 노사간 갈등까지 더해졌다. 지난 5월 병원측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금 일부를 삭감하자 6월 노조가 임금 삭감을 거부하며 전면 파업을 하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간호사들이 대거 휴직하거나 사직했다. 매각 방안도 추진했으나 협상이 지연되면서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최근 제일병원을 그만 둔 한 관계자는 "경영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면서 직원을 비롯해 의료진들까지 빠져나가고 있어 외래진료까지 불가능해졌다"며 "인수 협상도 지연되면서 앞으로 어떻게 정리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일병원 사태가 저출산 등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라는 불가항력적인 위기에 노사가 힘을 합쳐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경기가 안 좋을 때 노사 갈등이 발생하면 회사는 위기 극복을 위한 조치를 제 때 취하지 못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져 공멸하게 된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산업구조 변화에도 대책보단 '카풀 전면금지' 원칙 고수
택시업계도 같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근 택시업계는 승차공유 서비스인 '카풀(car pool·자가용 합승)을 놓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T 카풀은 같은 방향의 사람들끼리 모여 갈 수 있도록 자가용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다. 승차공유를 통해 운전자는 돈을 벌고, 탑승자는 출퇴근 시간에 택시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다.
승용차 한 대에 여러명이 타고 이동해 연료 소비를 줄여 환경보호에도 기여하고 각자의 비용도 절감돼 이미 해외에서는 이같은 형태의 차량 공유 서비스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우버', 동남아의 '그램',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 등이 대표적이다.
전세계적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교통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지만, 택시업계는 이에 맞서 경쟁력을 키우기 보다는 '서비스 금지'만을 외치고 있다. 때문에 택시업계의 강경책이 일시적인 생존권 위협을 막을 수는 있지만 결국 '대책없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택시업계의 반발이 지속되는 가운데도 카풀 서비스 이용자는 되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쏘카 자회사 모빌리티 플랫폼 VCNC의 '타다'는 지난 10월 론칭 이후 약 2개월만에 앱 다운로드 20만건, 가입 회원 16만명을 돌파하며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카풀업체 풀러스도 택시 파업 이후 일주일간 콜수가 전주와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20일에는 저녁 퇴근 시간대 카풀 호출 건수는 평소 대비 최대 770%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카풀 등 차량공유 서비스와 택시업계가 공존하기 위해선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한 교통 전문가는 "교통 공유 서비스의 확산은 전 세계적인 추세인데 무조건 자신들의 이익만 내세우며 반대한다면 모두 자멸 할 수 있다"며 "업계간 경쟁과 협력을 통해 자생력을 키우고,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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