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8.07 00:05 ㅣ 수정 : 2022.08.07 00:05
신규사업 TF 총 사령탑으로 퀄컴 출신 정성택 부사장 새로 영입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대규모 기업 M&A 속도 내기 위한 포석 이재용 부회장 "메모리 반도체 이어 시스템반도체도 세계 1위 거머쥐겠다" 英 ARM·獨 인피니온·네덜란드 NXP 등이 인수대상 기업 후보에 올라 전장·AI· 5G 등 신성장 동력 분야 업체 삼성품에 안길 수도
삼성전자는 신규사업 TF 조직 수장으로 정성택 부사장(사진 왼쪽)을 새롭게 영입했다. 가운데 사진은 한종희 대표이사 그리고 김재윤 부사장 [사진편집=뉴스투데이 김영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외 불확실성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재계는 경기침체를 우려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최근 한종희 대표이사 겸 DX부문장(부회장) 직속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 출신 외부 인재를 영입해 태스크포스(TF) 수장 자리에 앉혀 미래 먹거리 발굴에 고삐를 죄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가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는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이라고 풀이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품에 안길 M&A 대상 기업 후보군에 대한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 한종희 부회장 직속 신(新)사업 TF 구성으로 M&A 급물살 타나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 직속으로 신(新)사업 TF 조직을 새롭게 구성했다. 당시 TF장(長)에는 전사 경영지원실 기획팀장이었던 김재윤 부사장이 선임됐으며 팀원은 10여명으로 전략, 기획 등에서 차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최근 신사업 TF장에 정성택 부사장(사진)을 새롭게 영입했다. 지난 2분기 중 영입된 것으로 알려진 정 부사장은 퀄컴과 세계적 컨설팅업체 매킨지앤드컴퍼니, 독일 거대 통신업체 도이치텔레콤 등 IT(정보기술)기업과 컨설팅회사 등을 두루 거친 인재다. 정 부사장은 또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한 경험도 있는 IT분야 전문가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신사업 TF 구성이 대형 M&A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처음 TF장으로 선임됐던 김재윤 부사장이 M&A를 주도하는 전사 경영지원실 기획팀장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새 조직이 회사의 구체적인 M&A를 다방면에서 검토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또한 새롭게 선임된 정성택 부사장은 자타공인 IT 전문가로 그가 이끄는 TF팀이 삼성전자 미래 신사업을 주도하는 굵직한 M&A를 중점 논의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기업 M&A를 지속적으로 언급해온 바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2'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트(가전·모바일)와 부품(반도체)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다수의 M&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단기적인 프로젝트와 중·장기 프로젝트가 모두 진행 중이며 어디가 성사될지 알 수 없지만 생각보다 훨씬 빠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9년 4월 30일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을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삼성전자 M&A 물망에 오른 기업 살펴보니...
신사업 TF구성 및 관련 인력 영입으로 잠시 잊히는 듯했던 삼성전자 M&A에 대한 관심이 최근 다시 불거졌다.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분야는 시스템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 기업으로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반쪽 1위’라는 오명을 써야 했던 삼성전자를 두고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기업 M&A로 시스템반도체를 적극 키워야 한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지난 4월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반도체 M&A 전문가 마코 치사리를 미국 삼성반도체혁신센터(SSIC) 센터장으로 영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인수·합병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M&A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는 전 세계 반도체 설계 시장 최강자인 영국 ARM이다. 현재 퀄컴과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ARM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이 컨소시엄에 참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는 급증하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차세대 차량용 시스템반도체인 '통신칩', '프로세서', '전력관리칩' 등 3종을 공개하는 등 첨단 차량용 반도체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 등을 만드는 독일 ‘인피니온’과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등이 잠재적 M&A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NXP의 경우 지난 2019년에도 삼성전자가 인수를 검토한 바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 밖에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이렇다 할 M&A 소식이 없었던 전장(자동차 전자장비)과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등 신(新)성장 동력 분야의 M&A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한편 신사업 TF 구성과 관련 영입 등 M&A에 관한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오고 있지만 국제정세 불안 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가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겨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계 전문가는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이어져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들어간 만큼 삼성전자의 M&A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 인상, 주식가격 하락 등 경기침체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무리하게 M&A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삼성전자 행보에 대해 “M&A와 관련된 사업 의지는 분명하지만 현재 전 세계 상황을 감안할 때 당장 추진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