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1000원에서 950원까지 내려온 엔화, 다시 800원대 시대 올까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5.26 01:43 ㅣ 수정 : 2025.05.27 17:43

지난달 1000원 웃돌던 엔화 환율,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지연 가능성과 미국증시의 회복 조짐에 위험자산 선호현상으로 950원 중반까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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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00엔당 1000원을 넘겼던 원·엔 환율이 최근 들어 950원대까지 낮아지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900원대 초반까지의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거론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1000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방향,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인 외부 변수들이 원·엔 환율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24일 100엔당 950원대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29일에는 1009원52전으로 1000원을 넘어섰던 원·엔 환율이 최근들어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낸 것이다. 현재 원·엔 환율은 95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과 글로벌 증시 흐름을 꼽는다.

 

에드워드 리 HSBC 아시아 통화전략 헤드는 “미국과 일본 간의 무역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일본은행의 긴축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며 “시장에서는 당초 두 차례 금리 인상을 기대했지만, 현재는 그 기대가 빠르게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며 단기적으로 원·엔 환율이 940원대, 경우에 따라 930원대 초반까지도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 하락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미국 증시의 회복세가 꼽힌다. 사라 모건 모건스탠리 수석 외환전략가는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가 상승할 때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에서 이탈해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엔화 약세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최근 나스닥 중심의 기술주 반등은 위험 선호 심리를 자극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엔화의 상대 가치 하락을 초래했다”며 “만약 미국 증시가 추가 상승 여력을 소진한다면 이러한 흐름은 일시적일 수 있지만 당분간 원·엔 환율은 930~940원대 추가 하락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 시각에서는 다시 원·엔 환율이 1000원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토마스 가르시아 골드만삭스 일본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최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일시적으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은 주변국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내수와 성장률 지표는 한국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엔화 강세, 나아가 원·엔 환율 반등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레이첼 클라크 뱅크오브아메리카 매크로 리서치 팀장은 “BOJ는 올해 한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단행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으며, 반면 한국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양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원화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950원이 당장 바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건 변화에 따라 1000원 회복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조나단 웨버 HSBC 외환 전략 부문 책임자는 “원화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중국 경제 둔화 등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나 글로벌 증시 불안정성이 겹칠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원·엔 환율은 반등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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