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원인의 행정감시와 자기확신의 경계선

[전북/뉴스투데이=여정수 기자]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현장에서 임실군의 건설현장을 둘러싼 감시와 논쟁의 중심에 한 주민 A씨가 있다.
A씨는 건설기술 자격증을 바탕으로 수십 년간 현장 실무를 경험해온 인물로, 최근 임실군의 수의계약 공사 중 일부가 "하자가 명백하다"며 도청과 군청에 대한 감사 청구, 대량의 정보공개 요청, 그리고 개별 현장에 대한 반복적인 민원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특히 임실군이 진행한 재해예방사업 공사에 대해 "절대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일부 공사 현장은 임실군이 특혜성 공사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강하게 주장하며, 공식 감사 결과가 자신의 분석과 다를 경우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감시자로서의 권리 행사를 넘어선, 사실상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압박’ 형태의 대응이다. A씨는 임실군의 공공 건설사업 전반을 전면 공개입찰로 전환하고 수의계약을 폐지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수의계약은 현행 지방계약법에 따라 긴급성, 소규모 사업, 지역경제 보호 등을 이유로 허용된 제도다. 이 제도 자체가 반드시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지역 중소업체의 생존과 직결되기도 한다.
이를 일괄적으로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자칫 현실보다 이상에 경도된 시선으로 비칠 수 있다.
더욱 주목되는 지점은 A씨가 지적한 임실군 관내 건설사가 시공한 석축공사다. 그는 시방서대로 시공되지 않았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해당 공사가 하자 투성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석축공사의 시방서는 ▲기초 다짐, ▲규격 석재 선정, ▲적층 방식, ▲줄눈 처리, ▲배수 조치 등 일련의 절차를 기술한 일반 기준이다.

실제 시공 현장에서는 지형 조건, 기후, 기존 구조물 상태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시방서의 내용이 현실과 일정 정도 괴리될 수 있다는 점은 공사 전문가 사이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A씨 자신도 이 같은 점을 부분적으로는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특정 공사가 ‘시방서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무조건적인 하자로 규정하고 문제화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판단보다는 확신에 근거한 단정으로, 감시자의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할 수 있는 부분이다.
A씨는 자신이 옳다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그 믿음이 강해질수록 타인의 판단은 ‘틀렸다’는 논리로 밀려난다. 감시는 감정이 아닌 구조로, 주장은 확신이 아닌 증거로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제기되는 민원과 청구가 행정력 전체를 압박하고 지역 공공사업의 일정에 실질적 타격을 주고 있다면 그 책임 역시 감시자의 몫으로 돌아가야 한다.
공익을 위한 감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 감시가 자기 신념의 투사에 그칠 때 감시는 곧 행정 마비로 지역 피로로 바뀔 수 있다.
행정은 검증되어야 하고 공사는 견제받아야 한다. 그러나 검증의 도구가 ‘단정’과 ‘반복’으로만 이뤄진다면 결국 감시는 권리에서 불신으로 전락할 수 있다.
공사 현장의 흙과 시멘트, 지자체의 예산과 시간, 그리고 주민의 일상이 섞여 있는 이 복잡한 현실 속에서 감시자의 책임도 함께 성숙해지길 바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판이 아니다. 공익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는 성찰의 자리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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