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상대는 싱하이밍이 아니라 ‘시진핑’…문제 확대하지 말고 수습 나서야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중국이 우리 정치권의 분열 이용할 것이고 내부적 적대감 회복 어려워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지난 8일 이재명 대표를 만나 ‘내정간섭’ 논란을 일으킨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우리와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서로의 원칙을 주장하고 있어 양국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정치권에서도 여야의 공방이 거칠어 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문제를 확대하지 말고 수습에 나설 시점이다. 정부는 중국에 결기를 충분히 보였고, 정치권도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국익을 논의할 때이다.
■ 시진핑 1인 지배체제 아래서 주한 중국대사는 오만할 수 밖에 없어
필자는 12일 칼럼 ‘정치권의 한목소리만이 한·중 관계 정상화할 수 있다’에서 중국이 보이고 있는 오만과 강압의 원인을 4가지로 들었다. 그 중 첫 번째로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이 ‘한국은 과거 중국의 일부였다’라는 인식을 들었다. 이런 인식 때문에 그가 집권하는 기간에는 이번과 같은 강압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시진핑은 작년 20차 공산당 대회를 통해 3연임 하면서 1인 지배 권력을 공고히 했다. 그를 과거 황제에 빗대 시황제(習皇帝)라고도 하고 독재자 마오쩌둥(毛澤東)과 비견된다고 해 시쩌둥(習澤東) 또는 마오진핑(毛近平)이라고 한다. 중국은 누구도 시진핑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1인 지배체제이다. 시진핑이 중국몽을 이루려고 우리에게 강압적이면 외교 최전선에 있는 중국 대사는 이 지침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상대는 싱하이밍이 아니라 시진핑인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실까지 나서 싱 대사를 향해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 이어서 “비엔나 협약 41조에 외교관은 주재국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되는 의무가 있다”라고 이례적으로 비판하면서 중국 정부에 ‘적절한 조치’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싱 대사가 한국의 각계각층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것은 그 직무”라고 언급하며 우리의 ‘적절한 조치’요구를 거부했다.
현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다른 원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도 우리의 이러한 강경하고 원칙적인 조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하는 듯하다. 필자는 우리가 중국에 대해 할 바를 제대로 했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에서 싱 대사 발언 문제를 멈추고 차후 중국과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싱하이밍 후임으로 거론되는 ‘천하이’는 제2의 위안스카이라는 평가
2020년 1월 부임한 싱하이밍은 3년의 재임 기간이 넘어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12일자 에포크타임스(THE EPOCH TIMES) 보도에 따르면, 후임은 천하이(陳海) 미얀마 대사가 유력하다고 한다. 천하이는 김일성 대학 조선어과를 졸업한 한반도 전문가로 외교부 아시아국 부국장 시절인 2016년 12월에 방한해 사드 배치와 관련,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는가”라고 언급하면서 “사드를 배치하면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라고 협박한 바 있다.
천하이는 2차례 한국에서 근무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실무자로 재직했고 다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참사관과 정무공사로 근무했다. 근무 당시 그는 제2의 위안스카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전랑(戰狼, 사나운 늑대) 외교를 선보였다. 이를 두고 에포크타임스는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라는 외교가의 평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 우리 여당은 “싱하이밍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여당이 정부를 향해 강력한 조치를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싱하이밍 대사 후임이 더 도발적이면 똑같이 추방하자고 주장할 것인가? 시진핑 1인 지배체제라는 중국의 정치 상황을 이해하고 중국 대사에 대한 비난을 거두면서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무시하지 않도록 우리 정치권의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
■ 금지선을 넘은 여야 공방에 국민은 불안하며 여기서 멈춰야 회복 기대
싱하이밍의 발언뿐만 아니라 우리 여야의 공방도 금지선을 넘고 있다. 여당은 야당 대표를 지칭해 “중국공산당 한국지부장인지 제1야당 대표인지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성토했다. 국민은 여당이 이 정도로 야당을 적대시해서 어떻게 국정을 펼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갖는다. 만일 야당이 여당을 향해 미국 정당의 지부냐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비난을 유도하는 여당은 국민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야당도 마찬가지이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중국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 있다는 발언을 연달아 쏟아 내고 있다. 어느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대해 일방적 현상 변경 절대 반대라고 밝힌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라고 방송에서 언급했다. 다른 의원은 “중국은 변하지 않았으므로 지금 한·중 관계 악화 원인은 윤석열 정권에 있다”라고 발언했다. 중국은 두둔하고 자국 최고 지도자를 힐난하는 야당을 국민이 과연 지지할 것인지 두고 봐야겠다.
중국 속담에 ‘집안의 창피한 일을 밖에서 이야기하지 마라(家醜不可外楊)’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이 속담과 반대로 집안의 창피함이 담을 넘고 나라의 수치가 국경을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멈추지 않으면 중국이 우리 정치권의 분열을 이용할 것이고 내부적으로 적대감의 골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질 것이다. 구한말 조선이 망할 때도 그랬다. 필자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여야 간 날 선 상호 비난을 그만 보고 싶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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