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자산운용사, 엔저 효과에 '일학개미' 정조준…뜨거운 시장 점유 경쟁

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9.07 07:36 ㅣ 수정 : 2023.09.07 07:36

증권사, 서학개미에서 일학개미로 눈 돌려...서비스 확장
자산운용사, 일본 반도체 ETF 출시... 상품개발 준비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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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일본주식을 거래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올해 들어 일본주식을 거래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한 가운데, 이른바 ‘일학개미(일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엔저 기조 속 일본증시 열풍이 장기화하면서다. 엔화 가치가 낮게 되면 같은 달러로 더 많은 일본주식을 매수할 수 있어 외국인 투자자가 몰린다.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의 주가 상승을 점쳤다. 이에 증권사들은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투자 장벽을 낮추기 위한 서비스를 준비했고, 자산운용사들은 일본 지수나 개별 섹터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출시를 예정하는 등 다양한 투자상품 준비에 나섰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일본주식 거래량이 증가하며 보관잔고도 급격히 불었다. 1월 초 26억5319만달러에 불과했던 국내 투자자의 일본주식 보관금액은 지난달 말 34억3649만달러(약 4조5843억원)로 지난해 말(26억1109만달러) 대비 31.6% 늘어났다. 

 

국내 투자자들의 중화권(중국·홍콩) 주식 보관액이 올 들어 20% 가까이 쪼그라든 반면, 일본 주식 보관액(1005억9788만달러)은 30% 넘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하반기로 갈수록 외화증권 보관액은 꾸준히 증가세다. 

 

중화권 주식 보관액은 최근 중국의 부동산 부실과 경제지표 부진 등으로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돼 내림세로 방향을 틀었지만, 일본 증시는 올 초부터 저금리·엔화 약세로 훈풍이 불며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렸다. 

 

일본의 닛케이225 지수는 지난 6월 33년 만에 3만3000선을 돌파하기도 했고, 전일엔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평균주가는 8일 연속 상승 마감했다. 

 

상승 배경으로는 외환시장의 엔화 약세·달러 강세를 통해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진 데다, 고유가로 인해 석유 관련 종목도 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였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또 지난달(8월 1~31일) 일본 주식을 1억1040억달러 순매수했다. 이는 전년 동월 946만달러 순매수한 것과 비교해 약 12배나 많았다. 

 

간접 투자 역시 증가세다. 일본 펀드 설정액은 최근 3개월(6월1~9월1일) 간 207억6200만원이 불어났다. 국내 투자자들이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일본 시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품은 '아이셰어즈 20년물 이상 미 국채 엔화 헤지 ETF'로 5709만9108달러를 사들였다. 

 

일본 시장에서 미 장기채에 투자하는 ETF로, 엔화 저평가로 인한 환차익과 금리 하락에서 오는 채권 가격 상승을 기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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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식 투자가 늘면서 증권사들도 진입장벽을 낮추며 투자자 모시기에 바빠졌다. [이미지=freepik]

 

일본주식 투자가 늘면서 증권사들도 진입장벽을 낮추며 투자자 모시기에 바빠졌다. 금융투자업계는 그간 일본주식의 접근성이 낮아 투자에 제한적인 측면이 있었던 만큼, 문턱을 낮추고 시장 점유율 확보에 열을 올렸다. 

 

무엇보다 업계는 한동안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수요가 미국 주식에 몰리면서, 미국주식 위주로 정보를 제공해 왔다면 앞으론 서비스 및 상품 출시가 일본으로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일부터 해외기업 공시 번역 서비스 제공에 나섰다. 인공지능(AI)이 해외 기업 공시 내용을 번역·요약해 투자자에게 무료로 전달한다. 서비스 대상 국가를 미국·중국·홍콩에서 일본을 포함시켰다. 

 

KB증권은 지난달 리서치본부의 조직개편과 업무 재분장을 통해 일본주식 분석을 확대하고자, 자산배분전략부 내 신흥시장팀을 아시아시장팀으로 개편하면서 일본 주식 분석 강화에 나섰다. 

 

신한투자증권은 연말까지 '일본 주식 온라인 매수 수수료 제로(ZERO)' 이벤트를 열었다. 온라인 매수 수수료 무료뿐 아니라 엔화 환전 수수료 95% 우대 혜택도 자동 적용된다.

 

유안타증권도 일본주식 거래 서비스를 오픈하고 오는 12월 31일까지 일본주식 거래 투자자를 대상으로 거래수수료 무료 제공 등 이벤트를 실시한다. 거래대상 주식은 일본 도쿄거래소(TSE·약 3800개 이상 종목)에 상장된 주식이다. 

 

키움증권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일본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현재 키움증권 고객들은 HTS를 통해서만 일본주식 매매가 가능하다. 이 서비스는 내년 2월 출시 예정이다.  

 

자산운용사들의 펀드와 ETF 등 투자상품 개발도 활발한 가운데, ETF 점유율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개인이 일본주식을 직접투자 시, 최소 100주를 순매수해야 하지만 펀드를 통해 투자할 경우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어 부담을 줄어든다. 

 

한화자산운용이 최근 국내 최초로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출시하며 시장점유율 공략에 나섰다.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ETF’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소부장 관련 대표기업 20개 종목에 투자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17일 미국과 일본의 로봇산업에 투자하는 ‘TIGER 글로벌AI&로보틱스INDXX’ ETF를 출시했다.  특히 이달 일본 반도체 ETF 출시를 예고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증권가는 일본 증시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실으며 일학개미 투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시장 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주식시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일본 기업들의 1분기(4∼6월) 실적 저점 통과 및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며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 정책 지속 전망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엔저 현상이 완화되면 일본 주가지수도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금리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면 현재 ‘제로금리’ 수준의 일본과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해 증시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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