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교영 기자 입력 : 2025.05.17 07:17 ㅣ 수정 : 2025.05.17 07:17
전체 글로벌 순익 8287억원 신한, 베트남·일본 중심 성장 KB, -834억원으로 적자폭 확대
[사진=각 사/ 편집=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시중은행들이 글로벌 성적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 침체 여파 속 현지화 전략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간 은행이 있는 반면 일부는 역성장하며 고전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해외법인 순이익 합은 약 82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7998억원과 비교하면 3.6%(289억원) 증가한 수치다.
은행별 성적표는 확연하게 갈렸다. 신한은행이 독보적인 순익을 올리며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하나은행이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 우리은행은 순익 감소, 국민은행은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해외에서 5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뒀다. 신한은행 해외법인 10곳의 합산 순이익은 5721억원으로 4대 은행 글로벌 순익 가운데 69.0%를 차지했다. 이익 규모가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전년(4824억원) 대비 성장률도 18.6%로 최대였다.
이는 신한베트남은행과 SBJ은행(일본)이 각각 2640억원, 1486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전체 은행 해외법인 중 1, 2위 성적을 기록한데다,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이 103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힘을 보탠 덕분이다.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의 호실적 배경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가 꼽혔다. 이들 국가에 있는 기업들이 지리적으로 인접한 카자흐스탄 소재 은행으로 거래를 옮기며 금융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서다. 신한은행은 국내은행 중 유일하게 카자흐스탄에서 영업하고 있어 수혜를 봤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총 11개 해외법인에서 당기순이익 1300억원을 기록했다. 규모면에서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 이어 세 번째지만 전년 대비 순익이 15.2% 늘며 성장세가 돋보였다.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얻은 지분법이익 1175억원이 하나은행 글로벌 실적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BIDV의 2대 주주로 이는 지난 2019년 베트남 최대 은행 BIDV의 지분 15%를 1조148억원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분투자를 통해 현지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자료=각 사/ 그래프=뉴스투데이]
반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해외 실적은 주춤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1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신한은행에 이어 이익 규모는 두 번째로 컸으나 전년 2279억원 보다 7.9% 가량 줄었다. 2023년 252억원 순익을 냈던 캄보디아우리은행 148억원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 한 여파가 컸다.
같은 기간 베트남우리은행의 순이익이 597억원에서 616억원으로 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러시아우리은행의 순익도 81억원에서 305억원으로 급증했으나 캄보디아의 부진이 뼈아팠다.
국민은행 해외법인은 적자를 내며 고전했다. 특히 2023년 234억원 손실에서 지난해에는 834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폭을 확대했다. 인도네시아 법인인 KB뱅크(옛 부코핀은행)가 2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영향을 미쳤다. 국민은행은 올해 인도네시아 법인 흑자전환 의지를 다진 가운데 1분기 약 290억원 흑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은행의 수익에서 해외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내수시장에서의 수익성 하락 우려 등을 만회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 확장은 필수적일 것”이라며 “이에 따른 은행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