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5.23 01:27 ㅣ 수정 : 2025.05.24 07:57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 대체투자처로 인식되면서 사상 최고가 경신, 전문가들 기관투자자 유입으로 당분간 상승세 이어갈 것으로 관측
비트코인이 22일(현지시간)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정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가운데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또 한 번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은 장중 11만2000달러에 육박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비트코인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비트코인의 급등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트럼프발 금융 불안이 안전자산 혹은 대체투자처로서 비트코인을 주목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국채금리 급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불안 등이 겹치며 전통 금융자산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가상자산 규제의 제도권 편입 움직임이 비트코인 상승에 불을 지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9일 미국 상원이 통과시킨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규제 틀을 제시함으로써 가상자산이 제도권 내에서 기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기관투자자들의 유입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스카이브릿지 캐피털 창립자 앤서니 스카마치니는 “지니어스법은 단지 규제가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이는 일종의 ‘합법화 선언’에 가깝다”며 “이는 곧 비트코인과 같은 주요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 회복과 연계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관 자금의 유입이 결정적인 상승 원동력으로 꼽힌다. 기관들은 직접 비트코인을 보유하기보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나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스트래티지 같은 기업을 통한 우회 투자를 선호한다.
소소밸류에 따르면 21일 현재 비트코인 현물 ETF 누적 순유입은 433억8004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ETF(IBIT)는 올해만 88억9784만달러가 유입돼 미국 전체 ETF 중 5위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기관들의 스트래티지 주식 보유량도 급증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웨일위즈덤에 따르면 노르웨이국부펀드와 스위스중앙은행은 각각 180만주, 12만주 이상을 새로 매입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캘퍼스), 교직원 연금(캘스터스)도 스트래티지 매수대열에 가세했다.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 제임스 세이파트는 “비트코인 ETF는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경로가 됐으며 향후 유동성 확대와 가격 안정성 측면에서 비트코인 시장의 체질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비트코인 가격 전망에 대해 시장은 두 가지 시각으로 나뉜다. 하나는 제도권 진입과 기관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며 ‘슈퍼불 마켓’이 전개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반면, 단기 급등 이후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급등이 ETF 순유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유입이 둔화될 경우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여전히 높고, 규제 리스크와 글로벌 거시경제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제도화가 가상자산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은 “2025년은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되는 해로, 비트코인은 금과 유사한 디지털 가치 저장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