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실적 호조에 민영화 앞둔 HMM, 본사 이전 논란에 미래전략 차질 빚나

최현제 기자 입력 : 2025.05.25 07:00 ㅣ 수정 : 2025.05.25 07:00

이재명 “HMM 부산 이전” 공약에 노조 “사전 동의 없어”
HMM 본사, 인력 구성·운영 효율성·외부 네트워크 고려해야
수도권 핵심 인력 이탈 우려…“이전은 경영 패러다임 전환”
2030년 글로벌 종합물류기업 목표와 탄소중립 계획에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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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왼쪽 세번째)가 지난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열린 유세에서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공약을 선보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최현제 기자] 민영화를 앞둔 국내 최대 해운업체 HMM(옛 현대상선)이 오는 6월 3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로 등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부산에서 열린 유세에서 HMM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공약은 표면적으로 부산 시민을 겨냥한 대표적인 지역 균형발전 전략으로 비춰지지만 정작 HMM 내부에서는 강한 반발이 일어났다. 

 

HMM은 공적자금이 투입돼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이지만 엄연한 민간기업이다.  또한 회사 핵심 기능과 인력이 집중된 서울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회의론과 함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점도 불거졌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가 “(HMM) 내부 동의를 얻었다”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본사 이전에 직접 영향을 받는 HMM육상노조는 “동의한 적 없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HMM육상노조는 HMM 직원 1800여 명 가운데 900여 명이 가입했다.

 

이에 따라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메시지와 기업 현장의 인식 사이에 불거진 간극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직원도 시장도 “우리는 몰랐다”…절차 생략된 정치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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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지분구조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표 = 뉴스투데이 편집]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MM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지분 약 36.02%)과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진흥공사(약 35.67%)가 최대 주주로 두 곳의 지분이 71.69%에 이른다. 여기에 국민연금 지분(5.17%)까지 포함하면 76.86%까지 늘어난다. 

 

정부 지분이 80%대에 육박하지만 HMM 경영성적표는 좋은 편이다. 

 

HMM은 올 1분기에 매출 2조8547억원, 영업이익 61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52%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50.84%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좋은 경영실적에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HMM은 주요 대선 후보가 특정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하겠다고 공언한 것에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5월 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큰 해운회사 HMM을 부산으로 옮겨오겠다”라며 본사 이전 계획을 밝혔다. 그는 “민간 회사라 쉽진 않지만 정부 출자 지분이 있어 마음먹으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실제로 HMM 주요 화물터미널은 부산신항 4부두에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을 해운 산업 중심지로 여기고 본사 이전 가능성을 제기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그러나 HMM 본사 위치는 단순히 항만과의 거리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인력 구성·운영 효율성·외부 네트워크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노조도 발끈했다.  HMM 육상노조는 성명을 통해 “본사 이전과 관련한 사전 논의나 동의는 전혀 없었다”라며 “공약을 빌미로 일방적인 조직 개편이 시도된다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HMM 관계자 역시 “현재까지 본사 이전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 균형발전이냐 비효율이냐…‘본사’ 무게는 생각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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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HMM]

 

이재명 후보 공약은 분명 부산과 해운업계를 위한 균형발전 전략으로 이뤄졌다. 항만 기능과 해운 물동량 대부분이 부산에 집중해 해운사 본사도 관련 지역에 자리잡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HMM 본사는 단순한 행정 거점이 아니라 전략·재무·계약·리스크관리 등 회사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두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여의도에 자리잡고 있는 HMM 본사는 국내외 투자자, 금융기관, 법률 자문사들과의 네트워크가 밀집한 곳이며 본사 인력 대부분도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라며 “정치적 공약으로 이처럼 중대한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하면 조직 내 대규모 인력 이탈 가능성이 있고 신규 인력 충원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기반 강화는 중요하지만 본사 이전은 단순한 기지 이전이 아닌 경영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이 과정은 최소 수년간에 걸친 검토 작업과 이해당사자간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본사를 옮기려면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동의가 있어야 한다"라며 "정관에 명시된 지역에서 이전하는 '관내 이전'은 이사회 동의만으로 충분하지만 HMM처럼 본사를 서울에서 지방으로 옮기는 이른바 '관외 이전'은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결국 정관 변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라며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한 주주의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일반 결의와 비교해 쉽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민영화를 앞두고 불거진 정치적 파장이 자칫 HMM 미래 경영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HMM은 오는 2030년까지 총 23조 5000억 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을 추진 중이다.

 

또한  2045년까지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을 실현하기 위해 저탄소·무탄소 선박 등 친환경 선박을  70척까지 확보하고 친환경 연료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9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민영화 길로 나아가는 HMM이 시장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무대 확장에 나서야 하는 시점에서 본사 이전이 정치 공약으로 단숨에 이뤄지면 회사 미래 전략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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