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한국의 ‘윈윈전략’ 필요하다
캠프 험프리스 내에 지상 장비 MRO 담당할 종합정비창 설치로 한미 간 상호 이익 도모해야
[뉴스투데이=장기윤 前 국방부 전력정책관] 한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통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일부를 분담해 오고 있으며, 바이든 정부 막바지인 지난해에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의 비용을 합의해 국회에서 비준한 바 있다. 양국이 합의한 주요 내용을 보면, 2026년 분담금은 전년 대비 8.3%(1,164억원) 오른 1조 5192억원으로 정하고, 이후 연간 인상률은 소비자 물가지수와 연동하되 최대 5%는 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중 인건비 분담은 현금지원이며 군수 비용 및 군사건설은 현물지원(in-kind support)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곧 방위비 분담금 예산이 결국 한국경제로 환원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문제와 더불어 한국 방위비의 대폭적인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어느 정도의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 예상된다.
그렇게 될 경우, 그 틀 안에서 우리의 국익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사항이 무엇인가를 미리 검토해 우리의 실리를 최대한 찾아야 한다. 그중 하나의 방책으로 “캠프 험프리스(평택 미군기지) 내에 종합정비창을 설치”해 미군의 함정, 항공 분야의 유지·보수·정비(MRO)에 이어 지상 장비 분야 MRO까지도 감당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보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종합정비창 설치를 위한 국내외적인 환경들은 어떠한가?
첫째, 방위비 분담금 사용과 관련해 다행히도 “정비용역은 한반도 주둔 자산에만 해당하며, 그간 일부 실시해 오던 역외자산 정비지원을 폐지했다”(2024.10.4.일 외교부 보도자료)는 사실이다. 또한, 주목할 만한 내용은 방위비 분담금이 대폭 증액되더라도 인건비는 거의 변화가 없어 군수 비용 증액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한국 내에서의 정비소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따라서 한국기업들의 정비사업 참여 기회가 확대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둘째, 정비체계와 관련된 미국 내의 주목할 만한 방위산업 환경 변화이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제조 인프라가 거의 붕괴 수준에 이르렀고, 공급망도 매우 열악한 지경이며, 서비스 인력들의 조기 은퇴로 인력난마저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지역거점 운영유지체계(RSF) 정책’을 도입해, 거점지역 내 우방국들의 방산 인프라와 전문 인력들을 활용한 실효성 있는 MRO를 통해 장비 가동률을 높이려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에 발맞추어 한미 간 정비 협업 체계를 갖추고 발전시킬 수 있다면, 주한미군 장비는 물론 역외 미군 자산의 정비까지도 흡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이러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그 역할을 일본이나 호주 등에 빼앗길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양국은 한미상호조달협정(RDP-A) 체결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 협정이 시행되면 미국과의 기술격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다소 불리한 면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양국 방산업체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방산협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특히 MRO 분야는 RSF 정책과 맞물려 우리 방산업체의 사업 기회가 확대되고 세계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이미 함정 분야 MRO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도 위에서 언급한 미국의 RSF 정책 차원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군과 인도·태평양 지역 장비의 상당 부분이 지상 장비이고 우리가 참여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지상 장비 MRO 사업에 대한 준비가 시급하다. 그 준비가 바로 국내에 미군 장비를 전담하여 정비할 수 있는 종합정비창을 설치하자는 제안이다.
그렇다면 종합정비창을 설치할 수 있는 여건은 어떠한가?
첫째, 설치장소 면에서 보면, 평택 미군기지 내에 설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평택 기지는 장소가 넓어 아직 다소의 여유 공간이 존재하며 특히 미 정부 규정상 민감하거나 비밀 분류 자산의 MRO 시설 선정 시 우려 사항인 보안과 방호능력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내 다양한 방산 인프라의 활용과 협업이 가능하므로 한미협조 등 사업추진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둘째, 건축비용 면에서 보면, 대폭 증액이 예상되는 방위비 분담금의 상당 부분이 “군수 비용 및 군사건설 비용” 쪽으로 대부분 사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현물지원 부분인 이 비용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특히 앞으로는 한국 이외의 역외자산에 대한 정비지원이 불가능해 모든 비용을 국내에서의 시설비와 주한미군 자산만을 위한 정비지원에 활용해야 하므로 그 재원의 목적성과 효율성에도 부합된다.
셋째, 정비능력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에는 미군의 지상 장비를 전문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업체와 전문 인력이 충분하다. 이미 미 정부 기준의 자격을 모두 갖추고 수십 년간 미군 장비 정비를 전담하던 한국업체의 즉각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전문 인력도 군에서 전역하는 정비 요원들을 활용하면 되는데, 이는 곧 퇴직 군인들에 대한 재취업의 기회까지 제공하게 되어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상 장비 MRO를 위한 종합정비창 신설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첫째, 방위비 분담금 사용에 있어 양국은 정비시설이 국내에 있고 특히 ‘국내업체’로 ‘국내물자’를 ‘현물지원’ 한다는 공식 문서에 원칙적으로 합의 한 바 있다. 따라서 모든 계약은 한국업체만을 원청업체로 선정해야 하므로 결국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업체들의 참여가 가능하다. 아울러 미군 부대 내에서의 공동 정비 활동을 통해 협업 체계를 잉태하고 발전시켜, 향후 국내외에서의 다양한 MRO 사업 모델을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다.
둘째, 종합정비창을 국내에 설치하기 때문에 주한미군 장비는 당연히 한국기업이 정비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RSF 정책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운용되고 있는 우방국의 지상 장비 창정비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부수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도 자연스레 높아지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안보에도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종합정비창에서의 실질적인 MRO 사업을 토대로, 정부가 한국과 미국업체 간 협업 체계를 마련해 주는 계기가 되고, 그렇게 협업이 가능해지면 국내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 업체의 공동 참여가 가능하게 돼 MRO 사업의 규모를 크게 성장시킬 수 있다. 부가적으로 MRO 사업을 통해 그동안 부진했던 절충교역의 현실적인 실행 방안들을 개발해 한국 중소업체들의 사업참여 기회를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이렇듯 정비창 신축 및 운용을 계기로 정부가 하는 역할에 따라 MRO 사업의 확대와 절충교역 제도의 실효성 제고라는 두 가지를 개선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관세 문제와 방위비 협상에서 오히려 우리가 주도적으로 국익에 부합되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 그 제안의 하나로 캠프 험프리스 내에 지상 장비 MRO를 위한 종합정비창을 신설함으로써, 방위비 분담금 인상의 부담을 상쇄하고, 나아가 함정, 항공은 물론 지상 장비까지 모든 MRO 사업을 한국이 전담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 장기윤 프로필 ▶ 前 국방부 전력정책관, 前 한미연합사 군수참모부장, 前 육군본부 전력집행통제과장, 광운대 방위사업학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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