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이자 이익만 30조↑…“결국 피해보는 건 국민”
올해 9월까지 5대 은행 이자 이익, 총 31조4387억원
은행 이자 이익으로 금융그룹들 역대 최대 실적
“은행, 비이자 이익 증가 위한 자구책 마련해야”
금융 소비자 부담 당분간 계속될 전망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5대 은행의 올해 9월까지 총 이자 이익이 30조를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미리 반영돼 시장금리가 내려간 상황에서도 은행권의 이자 이익은 고공행진이다.
7월부터 급격히 불어난 가계대출로 대출 규모 자체가 커졌고, 이를 잡기 위한 대출 금리 인상 기조로 이자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자 장사’ 논란에 빠진 금융권과 ‘가계빚 잡기’에 나선 금융당국 사이에서, 결국 가장 큰 피해는 대출 이자를 감당해야하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3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발표한 3분기 경영실적을 보면, 올해 9월까지 5대 은행의 이자 이익을 합산한 결과 총 31조4387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이 7조64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조3319억원 대비 4.3% 증가했고, 신한은행은 6조6045억원으로 지난해 6조2563억원 대비 5.6%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이자 이익이 5조6324억원으로 0.3%, NH농협은행은 5조7706억원으로 0.07% 각각 증가했다. 다만 하나은행은 5조7826억원으로 3.05% 감소했다.
지난해 5대 은행의 9월까지 이자 이익은 30조9368억원이다. 같은 기간 올해는 5000억원 넘게 늘었다.
3분기 이자 이익만 보면 국민은행 2조5158억원, 신한은행 2조2247억원, 하나은행 1조9002억원, 우리은행 1조8808억원, NH농협은행 1조8560억원으로 5대 은행 합산 10조3775억원을 기록했다.

은행의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금융그룹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5대 금융그룹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6조5805억원이다. 지난해 15조6559억원 대비 5.9% 증가한 규모다. 기존 최대치였던 2022년 3분기 15조8261억원을 큰 폭으로 웃도는 수치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은행권의 이자 이익도 둔화돼야 하지만,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 맞춰,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수차례 대출금리를 높여왔다. 5대 은행의 이자 이익이 증가한 이유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금융당국은 은행의 이자 장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제9회 금융의날’ 기념식에서 “최근 은행 이자 수익 증가에 대한 비판은 궁극적으로 금융이 과연 충분히 혁신적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의 관행이나 제도가 만드는 울타리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든 금융인들이 돌아봐야 한다”며 “금융이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나친 예대금리차 확대를 경계했다. 이 원장은 지난 11일 금융상황 점검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될 수 있도록 예대금리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달라”고 당부했다.
당국의 이자 장사 비판을 의식한 듯 은행권은 3분기 경영실적 발표 이후 잇따라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를 발표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대출 만기일 전에 대출금을 상환할 경우 고객이 부담하는 해약금을 11월 한 달간 한시적으로 전액 면제해주기로 했다.
은행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차주의 대출 상환 부담을 낮추고,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통한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 산업은 각종 인허가가 필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당국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금융 소비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은행이 돈을 많이 벌면 국내총생산(GDP)과 경제성장률 등이 올라 일자리도 늘어나는 등 좋은 점도 있지만, 지금 문제는 대출 이자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이자를 감당해야하는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이 ‘이자 장사’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이자 이익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보다는 사업 다각화를 통한 비이자 이익 증가를 위해 자구책을 강화해야한다.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대부분의 은행은 영업 이익의 90% 정도를 이자 이익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은 은행 거래와 관련된 수수료 자체가 매우 적은데다, 이체, 환전 등 간단한 수수료는 시중은행에서 면제해주는 분위기가 확산돼 있다”며 “수수료를 많이 받는 다른 나라들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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