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건기식 판매 나선 '다이소'...업계 우려 속 '메기 효과' 기대
다이소 "소비자에 가성비 높은 제품 공급 목적"
약사들 "제약사의 배신...약국과 협업관계 깨져"
제조사 "함량 낮은 건기식, 소비자 외면 받을 것”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다이소가 저가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판매에 나서자 업계 안팎에 파문이 일고 있다. 건기식 매출이 줄어든 약국은 다이소에 납품하는 제약사에 대해 부정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약사들을 의식해 판매 닷새만에 공급을 철회하는 제약사까지 등장했다. 또 건기식 전문 제조사들은 고객을 다이소에 빼앗길까 우려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3일 건기식 판매에 대해 다이소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건기식 판매와 관련해 약사들과 제약사들의 볼멘소리에 대해 별도의 입장은 없다”라면서 “다만 다이소가 갖고 있는 가성비 높은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에 대해선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주로 판매된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물량은 전체의 4%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 1500여 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다이소가 건기식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약국들은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한 제약사에 대해 부정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계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제약사와 약국(약사)은 오랫동안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건기식을 약국에는 비싸게 납품하고 다이소에는 싸게 공급하니 약사들이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의 사례를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과거에 제약사들이 숙취해소제를 약국에 공급한 뒤 시장이 형성되자 편의점으로 판로를 바꿨을 때도 배신감이 컸다”면서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 약사들이 느끼는 감정은 이와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하는 제약사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제약사의 매출은 전문의약품(의사 처방 구매)과 일반의약품(약사판매), 건기식이 대부분이다. 약사들이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한 제약사의 일반의약품과 건기식 판매를 거부하면 매출 급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한 일부 제약사는 판매 닷새만에 철수하기도 했다.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하고 있는 또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약국에는 약사가 있기 때문에 고함량의 제품들을 납품하고 있다”면서 “약국과 판매가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제품들로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국에 피해가 가지 않게 구성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제약사들이 다이소에 건기식을 공급하는 것은 경기 불황에 따른 매출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복수의 제약사 관계자는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제품만 구매하는 상황”이라면서 “꼭 필요한 약도 아닌 건기식 소비가 줄어든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이소의 저가 건기식 판매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건기식 전문 제조 판매 기업이다. 제약사는 건기식 매출이 줄어도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매출을 올리면 된다. 하지만 건기식 제조 판매 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예산을 써서 적정선의 가격으로 건기식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는데, 다이소가 저가로 판매하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건기식 제조사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건기식의 하루 권장량과 어느 원료를 사용하는지 꼼꼼히 알아보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소비자의 눈이 높아졌는데 저함량의 값싼 건기식이 시장에서 통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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