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SBI저축은행 교보생명 품으로…저축은행 '대격변' 일어날까
교보생명,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 인수 계획
OK금융도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추진…매각가 관건
저축은행업계, 1‧2위사 M&A에 지각변동 예의주시
저축은행 M&A 성사 기대‧활성화 제한적 의견 공존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교보생명이 저축은행업계 1위 SBI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업계의 지각변동이 전망된다. 업계 2위인 OK저축은행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어서 상위사 간의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이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SBI홀딩스로부터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인 1억5614만7223주를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취득목적은 저축은행업 진출이며 인수금액은 약 9000억원이다.
SBI저축은행은 업계 1위사로 지난해 80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총자산은 14조289억원, 부채총계 12조1295억원, 자본총계 1조8995억원을 기록했다. 거래고객 수는 175만명이다.
교보생명은 저축은행 운영 경험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지분을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이 결정되면 하반기 중으로 30%의 지분을 취득한다. 이후 금융지주사 전환에 맞춰 2026년 10월 말까지 나머지 지분을 인수할 예정이다. 인수가 완료되면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의결권 58.7%를 갖게 된다.
다만 교보생명의 주식 취득 후에도 경제적 지분은 30%만 확보하게 된다. SBI저축은행의 자사주 보유율 14.77%를 고려하면 의결권 기준 지분비율은 58.7%이며, 교보생명이 확보하는 경제적 권리는 30%다. 배당의 70%는 SBI홀딩스가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SBI저축은행이 교보생명에 인수되면 보험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고객층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계약자에게 저축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저축은행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연계하는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층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SBI저축은행 계좌를 보험금 지급 계좌로 활용해 금융서비스 편의성을 제고하고 보험사 대출이 거절된 고객을 유입해 가계여신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의 예금을 교보생명의 퇴직연금 운용 상품으로 활용하는 등 금융 시너지를 발휘할 계획이다.
SBI그룹은 교보생명의 '우군'으로 꼽힌다. 2007년부터 우리금융 인수 추진, 제3인터넷은행 설립 논의, 디지털 금융 협력 등 전략적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SBI홀딩스는 올해 3월부터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며 교보생명 지분율을 2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SBI저축은행이 대형 생보사라는 지원군을 확보하게 된 가운데 업계 2위 OK저축은행의 모기업 OK금융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며 몸집을 불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392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총자산은 13조5890억원, 부채총계 12조265억원, 자본총계 1조562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조6009억원, 거래고객 수는 128만명이다.
OK금융은 지난해 12월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한 실사에 나선 바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규모는 2조3763억원으로, OK저축은행과 합병한다면 SBI저축은행을 넘어 업계 1위에 오르게 된다. 또 개인 및 중소기업 대상 여신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매각가를 두고 OK금융과 상상인그룹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OK금융은 1000억원 이하를 제시한 반면 상상인은 1000억원 이상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OK금융은 페퍼저축은행 인수로 눈을 돌리는 듯 했으나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페퍼그룹 최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 KKR이 매각 중단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KKR은 현재로서는 매각에 실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상상인저축은행 인수가 결렬된 것이 아닌 만큼 OK금융 입장에서는 인수를 통한 순위 도약 기회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업계 1위사가 피인수 되고 2위사도 인수를 추진하면서 업계에서는 M&A가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매물로 거론되지 않던 SBI저축은행이 매각된 데다 OK금융도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어서 업권에 적체된 매물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라며 "중견기업 등 수요자들이 인수에 나선다면 M&A에 불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형사 위주로 성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데다 업권 전반의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매물 적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저축은행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당국이 M&A 완화 조치에 나섰지만,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11% 이하에 해당하는 곳 등 부실한 곳에 해당돼 인수에 나설 곳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업황이 좋지 않은 만큼 M&A가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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