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전망 ③] 겉으론 달러 약세, 속으론 달러 강세? 헷갈리는 트럼프 의중
1기 행정부 때부터 줄곧 강달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인위적인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제2의 플라자합의를 이끌어낼지도 모른다는 관측 제기
원달러 환율이 다시 한번 시장의 중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관세전쟁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과거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인위적인 환율조작에 나섰듯이 트럼프 정부가 2차 신플라자 합의를 준비중이라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급격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원달러 환율 움직임을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기 집권 때부터 줄곧 “강달러는 미국 제조업에 해롭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는 최근까지 공개적으로 달러 약세를 선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왔다. 그렇다면 그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약달러일까, 아니면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한 것일까.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이었던 1980년대 초, 미국은 강력한 달러 정책을 유지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억제와 미국의 패권을 상징하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지나친 달러 강세는 수출기업에 부담을 주며 무역적자를 심화시켰다. 결국 1985년, 미국은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과 함께 플라자 호텔에서 '달러 가치 절하'를 위한 공동개입을 선언했다. 플라자합의는 인위적인 달러 약세 유도로서, 국제경제 질서에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이 엔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버블경제 붕괴와 함께 잃어버린 10년 시대를 연 것은 유명한 일화다.
플라자합의는 미국은 언제든지 필요할 경우 '강달러' 원칙을 버릴 수 있다는 전례를 만든 사례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같은 사례를 염두에 두고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한 도구로 ‘달러 약세’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이던 2017년 "달러가 너무 강해서 미국 기업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1기 재임시절 내내 지속됐다.
하지만 정작 그가 임명한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은 ‘강달러는 미국의 국익’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과 재정지출 확대는 금리를 끌어올렸고, 이는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구조로 이어졌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 데이비드 윌콕스는 “트럼프가 1기 행정부 당시 실제로 원하는 것은 달러 약세가 아니라 수출 증가와 무역수지 개선이며, 이를 위한 수단으로 약달러를 언급한 것”이라며 “그러나 현실은 재정확대가 달러 강세를 유도하는 구조였다”고 분석했다.
영국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캐시 라니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약달러를 선호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높은 실질금리와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달러는 강세 압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의 장 피에르 라포르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가 약세가 되길 바란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달러 약세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며 “이는 저소득층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정치적으로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들을 종합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정책의도보다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정치경제학 아담 투즈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 발언은 노동자 계층을 향한 정치적 제스처일 가능성이 높다”며 “그는 무역전쟁이나 약달러 발언을 통해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려는 것이지, 반드시 지속적인 약달러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무제한적인 달러 약세가 아니라, 미국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관리된 강달러’ 혹은 ‘전략적 약달러’일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미국 제조업 수출을 촉진하고 무역수지를 개선할 만큼만의 약세는 환영하지만, 미국 국채 매입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준의 약세는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미국 이익을 모든 것에 앞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을 고려하면, 과거 플라자합의처럼 미국이 자국 중심의 글로벌 경제 구조를 유리하게 재조정하기 위한 도구로 환율을 활용하는 전례는 다시 반복될 수 있다. 달러의 향방은 경제논리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맛에 따라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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