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철강·조선업계, 후판가격 인상 놓고 '줄다리기'

유한일 기자 입력 : 2025.05.12 05:00 ㅣ 수정 : 2025.05.12 05:00

中 반덤핑 관세에 韓 철강사 가격 인상 조짐
후판가격 상승에 철강업계 수익성 회복 기대
조선업계 원자재 부담에 보수적으로 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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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근로자가 선박 건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 인상을 놓고 조선업계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와 진행 중인 후판 가격 협상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여긴다. 정부가 중국산 철강에 적용한 반덤핑 관세로 공급망이 축소된 게 국내 철강업계 협상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선업 호황으로 선박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후판 가격이 오르면 철강업계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에 맞서 조선업계도 후판 가격 협상을 놓고 강경한 입장이다.  후판 가격이 차지하는 비용 부담이 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간의 기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와 올해 2분기까지 적용할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했다. 구체적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톤(t)당 8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제철도 조선업계와 올 2분기 후판 공급 가격을 조율 중인데 지난해와 비교해 가격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 역시 포스코와 비슷한 톤당 80만원 안팎 수준에서 가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강판이다. 조선사들은 선박을 건조할 때 철강사로부터 후판을 공급받아 사용한다. 특히 선박 제조 원가에서 후판은 20% 내외를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다. 나머지는 엔진과 목재, 인건비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국내 철강업계 후판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톤당 70만원대 후반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점진적인 인상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정부가 지난달부터 중국산 후판에 27.91~38.02% 범위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반덤핑 관세가 적용되면 중국산 후판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국내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중국산 후판과의 출혈경쟁 부담이 해소되고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반면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줄어들 지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은 선박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향후 기대 마진을 좌우할 수 있는 대목”이라며 “조선업계는 과거 조선 업황이 안 좋을 때 철강사에 ‘조금 도와달라’고 협조를 요청하는 등 후판 가격 협상은 항상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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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후판. [사진=연합뉴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1조4730억원, 1595억원이다. 두 회사 영업이익은 2023년과 비교해 포스코 29.3%, 현대제철 80% 각각 감소했다.  건설 경기 악화와 중국의 저가 철강 제품 공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철강업계가 휩싸여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철강업계가 지난해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적자를 기록한 후판 부문 수익성이 올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철강업계가 올 하반기 조선업계와의 후판 가격 협상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해 추가 가격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2분기는 철강업계의 계절적 성수기로  철강 수요 급증에 힘입어재무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라며 "이에 따라 철강업계가 후판 등 고강도 강재 부문의 기술 우위를 발판삼아 실적 개선에 나설 수 있다"라고 풀이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5월부터 중국산 후판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 가능성도 크다”라며 “이르면 6월 중국 및 일본산 열연에 대한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 결과가 발표되는데 후판에 이어 열연도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협상 대상자인 조선업계의 보수적 태도가 변수로 꼽힌다. 조선업계가 최근 잇따른 수주 행렬로 업황이 개선됐지만 원자재 비용 문제와 직결된 후판 가격 협상에 호락호락하게 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용 후판 수요는 연간 기준 약 500만톤으로 추산된다. 톤당 후판 가격이 1만원만 올라도 약 5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 협상 때마다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지난해 9월 시작한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올해 초까지 이어갔다. 각자 주장하는 적정 가격과 업황 전망 등이 첨예하게 맞서 사실상 ‘치킨게임’을 펼친 데 따른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다양한 외생변수에 요즘 산업계는 향후 전망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철강사나 조선사가 급격한 후판 가격 조정을 피하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하는 게 합리적인 수순”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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