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돋보기 (下)] 최수정 한국전문간호사협회장 “안전하고 고도화된 간호 서비스가 필요한 때”
‘티슈간호사’ PA간호사 양산하는 정부 정책
미국은 PA‧전문간호사 경증 진료까지 담당
계약학과를 통해 전문간호사 인력 충원해야
PA간호사 한시적 특례로 전문간호사로 흡수
진통 끝에 탄생한 간호법이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진료 지원 활용 방안, 간호 업무 범위 지정 등 관련 시행령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종합병원 등 의료기관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간호사가 대체 인력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가이드 없이 간호법이 시행되면 의료계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간호법 시행령이 어떤 방향으로 제정돼야 하는지 취재했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최수정 한국전문간호사협회장(성균관대학교 임상간호대학원 원장)은 의료 현장의 간호 시스템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특히 전문간호사를 활용해 의료 현장의 인력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가 의료 선진국에서 경험한대로라면 전문간호사가 진료로써 경증환자를 담당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 의료 현실에는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사·간호사 모두의 반대를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13일 최 회장을 만나 국내 의료시스템에서의 간호 서비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전문간호사는 의료 현장에서 진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해 지난 2003년에 정부가 도입했다. 지난 2006년 전문간호사의 자격 인정 등에 대한 규칙이 제정되면서 의료계 13개 영역의 전문간호사가 배출되기 시작했다. 전문간호사는 임상 경험(해당 분야) 3년의 자격이 있어야 하며 간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해야만 된다.
미국에선 전문간호사는 간호사 출신이지만 PA는 학사 학위(어떤 학사 학위든 상관없음)만 있으면 전문 석사 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통상2~3년 과정이며 해부학과 생리학, 약리학, 진단학, 임상실습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 있다. 사실상 미국의 PA는 전문간호사와 마찬가지로 석사 학위 이상의 교육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PA가 법으로 제도화돼 있어 전문간호사와 함께 적극적으로 의료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편이다.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최 회장은 최근 다녀온 메릴랜드 대학병원을 사례로 들었다. 메릴랜드 대학병원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 의료기관으로 중증외상센터가 특화된 병원이다. 또 마그넷병원(수준 높은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은 “메릴랜드 대학병원은 850병상 정도 되는데 400명이 넘는 전문간호사가 활동하고 있다”라면서 “중증외상센터가 활성화된 병원이다 보니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에 몰려오지 않도록 어전트 케어(urgent care)라는 시설을 만들어 전문간호사로 운영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문간호사들은 복통과 두통, 긴급하지 않은 급성 출혈, 작은 외상 문제를 가진 환자들 돌봤다”라면서 “처음에는 의사들도 반대했지만 현재는 모두(병원·의료진·환자)가 만족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미국은 경우 PA와 전문간호사가 의사 업무 일부를 수행하기 때문에 이에 합당한 수준의 높은 자격을 요구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래서 미국은 전문간호사 과정을 2년 석사 과정에서 3년 이상 필요한 박사 과정으로 전환 중에 있다. PA 과정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 정부와 의료계가 PA간호사를 운용하는 것은 일천한 수준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낮은 연차 간호사들이 PA 업무를 맡아서 하는 경우도 많으며 별도의 교육과정 없이 의료기관에서 준비한 업무 숙지 정도만 받는 게 현실이다.
또 PA간호사들은 의사가 없는 필수 의료 분야에서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간호법에 의해 PA간호사가 합법화됐지만, 업무 영역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기에는 역부족이다. 전공의가 없는 필수 의료 분야에 임상전문간호사를 투입시키면 되지만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
최 회장은 “의사들은 본인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키우고 싶어 하는데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은 사람을 원한다”라면서 “전문간호사는 진료에 있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기피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간호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더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간호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간호사들이 일하면서 배울 수 있어야 하며, 전문간호사로서 대우 받고 활동할 수 있는 병원과도 연계돼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최 회장은 계약학과 형태를 제안하고 있다. 이미 4년 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에서 전문간호사과정을 만들었다. 서울대학병원이 간호사의 교육비 50%와 학교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의정 갈등으로 의사 인력이 부족할 때 서울대학병원은 진료과에서 요청한 전문간호사 100여명을 배치할 수 있었다”라면서 “최근 전남대학교 간호대학에서 전문간호사 교육과정이 사라졌는데 병원과 연계해 계약학과를 만들면 이 같은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도 의료기관 관리자들은 PA간호사와 전문간호사의 상존을 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예로 정부가 전공의 이탈에 따른 해결책으로 지난해 2월부터 1만1395명의 간호사 대상으로 PA간호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간호계에서는 PA간호사를 “쓰고 쉽게 버릴 수 있는 직군”이라고 해 “티슈간호사”라고 부른다.
최 회장은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보편성을 우선에 두고 일을 해결하려고 한다”라면서 “간호 서비스의 안전성을 고려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PA간호사 시범사업과 같은 보편성에만 집중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간호사의 법제화 후 16년이 지나서야 시행규칙이 제정이 됐는데 이 역시도 업무 범위가 모호한 상태다. PA간호사가 6월에 합법화됐지만 이들의 자세한 업무 범위를 법률로 지정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한국전문간호사협회의 예측이다.
이 기간 동안 PA간호사는 법의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이 같은 이유에서라도 한국전문간호사협회는 PA간호사를 전문간호사로 바꾸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간호 서비스의 안전성과 고도화에 있다.
최 회장은 “과거에 임상병리사라는 직군을 만들 때 병원에서 임상병리 업무를 맡아서 하는 고졸 출신 인력을 관련 학과로 입학시키는 한시적 특례를 준 사례가 있다”라면서 “또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를 만들 때도 모든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게 해 인력을 채운 후 학과를 운영한 사례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PA간호사로 근무한 자격을 한시적으로 인정해 이들을 전문간호사로 양성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활용한다면 과거의 사례처럼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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