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대선 토론서 '중처법' 격돌…권영국 "노동자 생명" vs 김문수 "악법 개정"

김성현 기자 입력 : 2025.05.20 08:26 ㅣ 수정 : 2025.05.20 08:26

김문수, 중대재해처벌법 '악법'으로 규정
권영국 "매일 7명씩 사망"...정면 반박
노동계·건설업계, 김 후보 발언 두고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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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hat GPT]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제1차 대선 토론에서 대통령 후보간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중처법을 '악법'으로 지칭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저격이 이어지는 한편, 업계에서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18일 진행된 첫 TV 토론은 △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방안 △트럼프 시대의 통상 전략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권 후보는 김 후보에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권 후보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희생자를 포함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하루에 여섯 명의 노동자가 출근한 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매년 산재로 몇 명의 노동자가 죽는 줄 아냐"고 추궁했다.

 

실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노동재해종합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동재해로 다친 사람은 총 94만3626명으로 하루 평균 517명이며, 사망자는 1만2848명으로 1일로 환산 시 7명 수준이다.

 

권 후보의 이 같은 질의는 김 후보의 지난 발언을 겨냥한 질문이다. 김 후보는 15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조찬 강연 축사를 통해 "중처법을 과연 이런 소규모 중소기업에까지 적용하는 게 맞느냐"며 "중소기업인들이 전국 곳곳에서 개정을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결정권자가 될 때는 반드시 이런 악법은 반드시 여러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고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발언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16일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김문수의 발언은 21세기에 다시 등장한 백골단식 반노동 인식의 전형"이라며 "스스로 노동운동가였다 말하는 자가, 노동자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법을‘악법’이라 규정하고, 이를 없애겠다고 공언하는 현실은 한국 사회 노동의 참담한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 사망 사고의 94%는 중소기업에서 발생하며, 그중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율은 무려 69.9%에 달한다"며 "법의 보호를 가장 절실히 받아야 할 이들이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음에도 김문수는 '기업 없는 국가는 공산국가'라는 극단적 프레임으로 노동자의 목숨을 비용으로 치부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건설업계는 김 후보의 주장에 대해 노동계와는 사뭇 다른 입장을 보였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스투데이>에 "중처법이 처벌 강화를 통해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건설업 등에서 안전의식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 있었지만 시행 이후 사고 감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여기에 사전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서류 작업이 지나치게 많아 행정 업무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며 인적자원이 풍부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의 발언은 지난 1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판결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처법 제정 이전에도 사망사고는 더디지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법이 시행된 2022년 전후를 비교하더라도 사고사망자 감소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며 "모호성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중처법 조문의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중대재해의 획기적 감소,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관리 수준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처법 시행 전(2021년) 산업현장의 사망자 수는 248명으로 시행 이후(2023년) 244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총은 "중처법 시행 이후 중소기업에 중처법 기소가 집중되고 유죄 판결로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인력·재정이 열악한 소규모 기업 대표의 형사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 27일 이후 검찰이 중처법 위반으로 공소제기한 62건을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 62.1%, 중견기업 25.8%, 대기업 10..6%, 공공기관 1.5%로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기소 비중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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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규모별 중처법 판결현황 [표=한국경영자총협회]

 

 

그러면서 "특히 2024년 1월 27일부터 중처법이 적용된 영세·소규모 기업(5~49인)은 중처법 이행준비가 부족해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대표)의 실형 가능성이 매우 높고,대표 부재 및 벌금 부담 어려울 시 폐업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며 "중처법의 엄벌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 3년(1월 27일 기준)을 앞둔 현재 시점에서의 산업재해 발생 추이를 보면, 법률 제정이 산업현장의 중대재해 감소에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처법이 노동자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지만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홍 연구위원은 "지금의 중처법은 사실상 대기업은 처벌을 피해 가고 중소기업만 맞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의 처벌 중심의 규제를 넘어 기업 규모와 업종의 특성을 고려한 세분화된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획일적인 의무 대신 산업별 맞춤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등의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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