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기자 입력 : 2025.05.23 08:25 ㅣ 수정 : 2025.05.23 08:25
서울대 이철희 교수, 제조업 취업자수 10년간 51만명 감소 예측 "장년 계속 고용 지원, 근무 환경 개선이 제조업 인력난 해결책" 노사발전재단, 22일 '일터혁신포럼'서 장년 지원 성공 사례 공유 유재원 남영판지 대표, "장년 재고용, 장년 친화 환경이 인력 30% 늘려" 한재민 아성플라스틱밸브 대리, "직능급 계속고용이 이직률 11.1% 감소" 김지각 자여 과장, "고용 약자 근로 문화‧시설 개선 도와 연 20억원 절감"
고용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제조업 인력난을 해결하는데 장년 근로자의 계속 고용 지원과 근로 환경 개선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진=미드저니 / Made by A.I]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우리나라 제조업 인력난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년 재고용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조업 경력이 풍부한 장년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고, 이들을 위한 장년 친화적인 근로 환경과 시설 개설에 앞장선 기업들이 실질적인 경영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는 지난해 10월 NRC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발표한 '지역별 산업별 인력 수급 및 공급 전망과 분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제조업 인력난 부족 문제에 대해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보고서에서 오는 2023년 우리나라의 제조업 취업자수는 지난 2022년과 비교해 51만명(-11.1%)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경남(약 11만명 부족)과 울산(약 7만명 부족), 경북(약 6만명 부족), 대구(약 4만명 부족) 등 동남권에서 제조업 분야 인력난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에서 제조업 분야의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제조 분야 인력이 고령화되고,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결과로 판단된다. 이철희 교수는 "제조업 분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업 근로자의 계속 고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확대하고, 일자리의 질과 근로 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방 제조업이 오랜 경험을 가진 숙련 인력을 요구한다는 특징을 반영하면, 현재 근무중인 장년 인력에 대한 복지를 확대하고, 계속 고용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안이 빠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유재원 남영판지 대표이사는 22일 시흥비즈니스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5년 제2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에서 장년 근로자를 재고용하고, 장년 친화적인 설비를 갖추면서 얻게 된 경영적인 이익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2025년 일터혁신 상생 컨설팅 포럼' 유튜브 화면 캡처]
■ 지역 제조업 종사자들, '장년 재고용‧장년 계속 고용‧장년 근로 환경 개선=고용률‧생산율 향상'이라는 공식 증명
이와 관련해 지방 제조업 현장에서 장년 계속 고용을 지원하고, 근무 환경을 개선하며 인력난 해결에 나선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알려져 제조업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데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노사발전재단(사무총장 박종필)은 22일 오후 2시 시흥비즈니스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5년 제2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지방 제조업 분야의 심각한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권기욱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주)남영판지 유재원 대표 등 장년 일자리 전문가들은 "장년 계속 고용과 동기 부여 시스템 등을 산업 현장에 활용하는 것이 제조업 인력난을 타파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시흥시 소재의 남영판지는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지난해 노사발전재단에 일터혁신 컨설팅을 신청했다. 유재원 남영판지 대표이사는 포럼에서 "장년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사내 강사 제도를 도입했다"면서 "장년 친화적인 설비로 교체함으로써 불량률을 2%대로 낮추고, 생산성 향상과 매출 증대를 달성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인력이 30.8%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재민 아성플라스틱밸브 경영관리팀 대리가 노사발전재단이 마련한 '2025년 제2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에서 장년 계속 고용과 근로 환경 개선 후 얻은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2025년 일터혁신 상생 컨설팅 포럼' 유튜브 화면 캡처]
아성플라스틱밸브㈜는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에 성공하며 장년 근로자의 계속 고용을 실현했다. 아성플라스틱밸브는 일터혁신 컨설팅에 참여하기 전까지 숙련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저성장 기조로 인해 인건비를 부담하기 어려웠다. 한재민 아성플라스틱밸브 경영관리팀 대리는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해 사무직에는 직무급을 고도화하고, 생산직에는 직능급을 도입함으로써 우수 인력을 유지하고 계속 고용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성과를 거뒀다"라고 말하면서 "이직률이 11.1% 감소했고, 재고용 인원은 21명에 달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노사발전재단과 같이 장년 근로자의 고용을 지원해 경영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널리 알리고, 지역 제조업 관계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인센티브 지원 등에도 앞장서야 할 필요가 있다. 장년 근로자에 대한 지원이 실질적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경영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진행된 '2025년 근로자의 날 유공 정부포상 시상식'에서 철탑산업훈장을 받은 '(주)자여'의 김지각 과장은 <뉴스투데이>에 "기아자동차에서 34년 넘게 근무하며 쌓아온 공정 노하우와 근로자를 아우르는 경험을 인정 받아 은퇴후에도 근무할 수 있었다"며 "고용 약자를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이들을 위해 작업 환경을 개선한 결과 고용률이 높아지고, 생산성이 향상됐다"라고 밝힌 바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김 과장은 고용 약자를 위한 근로 환경 개선과 엔진 라인 공정 재설계를 통해 연간 20억원의 원가 절감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