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한국농수산대학교 이주명 총장 발언 무색… 실습생 사망에 자퇴율 3배, 한국농수산대 ‘경고등’
장기현장실습은 교육이라더니…이주명 총장, 안전강조 3개월 뒤 실습생 사망
자퇴율 3배 증가·유예율 30% 육박… 실습 시스템 전반에 구조적 허점

[전북/뉴스투데이=구윤철 기자] 청년 농업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한국농수산대학교가 교육 시스템의 전반적 부실로 인해 심각한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3년 새 자퇴율이 3배 가까이 치솟고 유예율도 30%대에 육박하는 가운데, 현장 실습에 나선 학생이 화재 사고로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한국농수산대학교의 교육·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교는 정예 농수산업 CEO를 양성하기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3년제 국립대학교로,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교육기관이다.
그러나 ‘현장 중심 실무 교육’이라는 설립 취지가 현실에서는 실습생의 안전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9일 한국농수산대학교 소속 실습생 한 명이 실습 파견지인 경남 합천 소재 농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안타깝게 숨졌다.
해당 학생은 실습이라는 명목으로 농장에 투입된 상태였으며 사고 당시 별도의 대피 시스템이나 안전 대응 매뉴얼조차 제공받지 못한 채 현장에서 고립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는 단순한 관리 소홀이나 개인적 불운으로 치부할 수 없는 한국농수산대학교 실습 운영 시스템의 전반적 허점을 드러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이미 2024년 10월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 있다.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임미애 의원(농해수위·여가위 소속)은 한국농수산대학교의 자퇴 및 유예 증가 실태를 공개하며 낡은 교육 체계가 청년 농업인 양성을 방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자퇴생은 109명으로 확인됐으며 2024년에도 학기 종료 전임에도 불구하고 80명이 자퇴했다.
최근 6년간 누적 자퇴자는 총 387명에 달하고 유예율은 2022년 30.2%, 2023년 26.7%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2023년 자퇴생 중 신입생은 31명으로 전체의 36.5%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82.4% 증가했다.
교육 내용에서도 구조적 한계가 확인된다. 대부분의 전공 수업은 수년간 개편 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1학년 필수 교양은 단 두 과목에 불과하다.
사회·인문 계열 교양 수업도 평균 9개 내외에 그쳐, 사고력과 다양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 기반은 매우 빈약하다. 이 같은 체계는 한국농수산대학교가 대학으로서의 역할보다 농업기술훈련소의 기능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농정 방향에 따라 2023년 개편된 학과들도 실질적 변화는 없었다. 한국농수산대학교는 말산업반려동물과와 농수산푸드테크과를 새로 구성했으나 교과목은 과거 체계를 그대로 유지했다.
명칭만 바뀌고 내용은 바뀌지 않은 ‘형식적 개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임미애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한국농수산대학교가 낙후된 교육 커리큘럼으로 인해 예비 농업인들이 영농을 포기하게 만든다면, 이는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교육과정 전반의 개편과 실습 제도의 구조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습 중 사망한 학생은 제도적으로 ‘학생’으로 보호받기보다 현장 ‘노동력’으로 활용되는 구조에 놓여 있었다.
한국농수산대학교는 교육 활동의 일환이라는 명분 아래 실습 운영 책임을 현장에 위임해왔으며, 이로 인해 실습생은 법적·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다. 이러한 운영 구조가 반복된다면 또 다른 사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보다 앞서 이주명 한국농수산대학교 총장은 2025년 2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2학년 장기 현장실습 교육과정은 졸업 후 농어업 종사를 위한 특화된 프로그램”이라며 “실습장 현장 방문, 안전점검, 학생 및 현장교수 대상 교육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3개 월 뒤에 발생한 이번 실습생 사망 사고는 해당 계획이 실제 현장에 충분히 작동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학생은 농장을 돕는 인력이 아니라, 지역과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다. 한국농수산대학교가 진정한 교육기관으로 존립하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맞는 커리큘럼 개편과 실습 제도의 전면 재구조화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자퇴율, 유예율, 실습생 사망이라는 개별 현상은 모두 한 구조에서 기인한 복합적 결과이며 그 구조의 출발점은 바로 교육기관의 책임 회피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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