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인터뷰] '부산문화' 박흥주 대표, "공연 문화 불모지 부산에서 문화의 향기를 전한다"
부산 클래식 공연 산증인 '부산문화' 박흥주 대표

[부산/뉴스투데이=김영남 선임기자]부산을 상징하는 문화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부산을 야구의 도시라고 한다. 부산 시민의 야구 찐사랑은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야구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부산 문화라고 하면 야구 이외에는 없다는 조롱아닌 조롱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이러한 말도 나돈다.
"부산은 문화 불모지의 땅이다......"
'문화 불모지 부산'을 인정하긴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기자 스스로에게 되물어 봤다. 평소에 클래식 음악을 자주 접하는 기자가 부산에서 몇번이나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갔는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척박한 공연 문화 환경 속에서 부산 클랙식 공연 문화를 긴 호흡으로 이끌어 오고 있는 장본인이 있다. 바로 '부산문화' 박흥주 대표다. 이미 부산 지역에선 클래식 공연 문화 역사의 산증인으로로서 정평이 난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부산문화'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게 됐는데, 지난 1995년 7월, 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어린이 뮤지컬 <달려라 UFO>를 무대에 올린 후 지난 30년 동안 무수히 많은 공연을 통해 부산시민들에게 문화의 향기를 전하는 전도자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오페라 갈라 콘서트로는 <푸치니가 사랑한 여인들>, <베르디의 4여인> 등을 무대에 올렸으며, <생상스와 브람스의 밤> 그리고 부산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황제> 등 크고 작은 많은 공연들을 무대에 올렸다. 피아니스트 제갈삼 교수의 <망백 음악회>와 <기네스 음악회>를 비롯해 지난해 돌아가신 피아니스트 한동일 교수와는 최근까지 많은 공연과 행사를 함께했다.
<투란도트>, <사랑의 묘약> 등 여러 편의 오페라를 제작했고, 쾰른챔버오케스트라와 드레스텐챔버오케스트라 등 외국의 오케스트라 공연을 유치했다. 아울러 첼리스트 조영창,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 등 세계적인 연주자 등을 초청해 많은 연주회를 가졌다.
뿐만 아니다. 박흥주 대표는 동의대학교에서 8년 동안 문화예술홍보전략, 지역문화예술기획 등을 강의하면서 젊은 대학생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 등을 제공, 학생들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유난히 화창한 5월 어느날 자신만의 향기로 부산 공연 문화를 이끌고 있는 '부산문화' 박흥주 대표를 <뉴스투데이>에서 만나 보았다.
다음은 박흥주 대표와의 일문일답
Q.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부산문화'는 어떤 의미를 지닌 단체입니까? 지난 30년 동안 '부산문화'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나 대표적인 공연 사례를 소개해 주십시오.
A.부산문화는 1995년 첫 공연을 시작한 이래로 30년 동안 꾸준하게 클래식 공연 기획을 해온 단체입니다. 지난 30년간 무수히 많은 공연을 해 왔고, 지난 2011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를 4회 공연이 대표적 공연 사례로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객석 점유율 80% 이상을 달성했습니다. 당시 부산에서 오페라 2편을 세우면 집을 판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힘든 시기에 티켓 판매 금액으로 1억 원 이상 수익을 올렸습니다. 참신한 기획력과 홍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증명한 공연이었습니다. 아울러 대한민국 1세대 피아니스트 한동일 교수의 공연과 부산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제갈삼 교수님의 망백 음악회와 기네스 음악회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Q.부산에서 클래식 공연을 꾸준히 이어온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요.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성 속에서 클래식 공연을 기획해오며 가장 어려웠던 점과 이를 극복해낸 대표님의 철학이나 방식이 궁금합니다.
A.부산은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라는 말들이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고전 음악으로 수백년간 명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공연 기획의 철학은 꾸준함과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30년 동안 꾸준하게 공연을 무대에 올려온 것이 저에게 있어 커다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1995년 어린이 뮤지컬로 시작해 지금은 국내외 오케스트라, 유명 연주자들과도 협업하고 계십니다. 그간 함께 했던 예술가나 공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연이나 무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A.공연 기획 초기에는 제가 오페라단과 오케스트라단의 사무국장을 역임했기에 성악가와 기악가들의 공연을 많이 했습니다. 돌아가신 테너 박세원 선생님을 비롯해 메조소프라노 김학남 등 지금은 원로지만 30년 전에는 아주 잘 나가는 유명 음악인이었습니다. 뒤로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조영창 교수와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과도 오랜 기간 함께 많은 연주기획을 했습니다.
Q.'만원의 행복'이라는 CMS 후원 제도를 통해 공연을 꾸준히 이어오고 계신데요. 이 제도의 취지와 대표님이 이 제도를 '시민운동'으로 확대하려는 이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클래식 음악은 후원과 동참이 필요합니다. 일반 가수 콘서트 등은 티켓 판매만으로도 충분히 공연 운영이 가능하지만 클래식 공연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후원기업, 후원이사, 만원의 행복 등의 제도를 오래전부터 운영해왔습니다. 특히 만원의 행복은 월 만 원씩 CMS로 후원하는 제도입니다. '부산문화' 뿐만 아니라 부산의 오페라단, 오케스트라단, 합창단, 무용단 등 여러 단체들도 만원의 행복 회원을 많이 모집할 수 있다면, 회원들에게는 공연을 통해 문화의 향기를 느끼게 하며, 단체에게는 경제적인 도움과 관객 동원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이 제도를 시민운동화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Q.부산문화 30주년 기념 공연이 다채롭게 예정돼 있습니다.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이어질 공연 중 특히 대표님이 기대하고 있는 공연이나 시민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어떤 공연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A.올해도 10여 회의 공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올해 4월 임시수도기념관과 함께하는 부산 전성시대(全盛時代)를 시작으로 6월 20일 부산문화 30주년 기념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오페라 여행이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립니다. 부산에 오페라하우스가 생기고 앞으로 오페라에 대한 저변확대가 필요한 시점에 이번 공연을 통해 오페라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전문 해설자가 해설을 하는 무대입니다. 하반기에도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 음악회를 비롯해 많은 공연이 준비돼 있고, 연말에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부산 시민을 위한 열린음악회로 30주년의 대미를 장식하려고 합니다. 가수 정태춘, 박은옥을 비롯해 성악가, 기악가들이 함께 출연하여 클래식과 가요가 함께하는 멋진 음악회로 30주년을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Q.공연기획자로서 대표님만의 공연 기획 원칙이나 기준이 있으십니까? 흥행보다도 '좋은 공연', '기억에 남는 공연'을 만드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A.클래식 공연도 스타마케팅이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나 임윤찬 같은 연주자들의 티켓은 고액임에도 불구하고 금방 매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성진이 쇼팽 콩쿨에 우승할 당시 파이널에 몇 명의 한국 연주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우승은 못 했지만 실력을 갖춘 피아니스트입니다.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티켓 판매가 거의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저는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해소되어야 클래식 공연이 활성화 되리라 믿습니다. 실력은 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연주자들을 초청해 공연을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런 공연들을 기획해나갈 계획입니다.
Q.대표님의 삶을 보면 단순한 공연기획자를 넘어 '문화활동가'이자 '연결자'의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공연기획 외에도 청소년 오케스트라 창단, 대학 강의, 메세나 운동 등을 활발히 하셨는데, 이 모든 활동이 대표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도 궁금합니다.
A.저는 인생의 삶에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삶이 타인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그것 이상의 커다란 가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악 기획을 하는 동안 청소년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오케스트라 운영도 해왔고 오페라단 운영도 했습니다. 동의대학교에서 2016년부터 8년간 대학에서 문화예술홍보전략과 지역문화예술기획 등 공연 관련 강의도 했으며, 학생들에게 공연을 통해 문화를 이해하고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삶에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Q.부산은 클래식의 불모지라고까지 하셨습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부산 문화예술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와, 앞으로 부산이 클래식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부산에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도 개관을 앞두고 있고, 부산오페라하우스도 건설 중입니다. 건물만 세워진다고 부산이 클래식 도시로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거기에 부합할 수 있는 연주자와 예술 종사자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변함없는 사랑과 끊임없는 지원 등이 어우러져 부산이 문화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합니다.
Q.공연기획을 30년간 지속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사람을 벌었다', '설레며 잠든다'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열정의 뿌리는 어디서 왔는지, 대표님의 개인적인 동기나 철학을 듣고 싶습니다.
A.저는 철학자 세네카의 ‘하루하루를 일생으로 살아라’라는 명언을 좋아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태어난 것이요 저녁에 잠들면 죽음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일생같이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랜기간 공연기획을 하다보니 주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후원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저는 물질적 후원은 받지만 항상 후원자들에게 좋은 공연을 통해 보답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후원해주시는 후원이사분이나 후원기업들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후원을 해주고 계십니다. 저 역시 그분들의 기업에는 홍보를 개인에게는 좋은 무대를 통해 보답드리고 있습니다.
Q.앞으로의 계획과 꿈은 무엇인가요? 단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는 민간 오케스트라 구성,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료 음악회 등 대표님이 꿈꾸는 '다음 30년의 부산문화'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올해 30주년을 되돌아보니 참 많은 공연을 했고, 많은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오케스트라 운동을 할 때는 월급 주는 민간오케스트라 구상도 했으며 실천에 옮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부산에서 평생 공연 기획자로서 살다가 간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만원의 행복 제도를 활성화 해 시민운동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많은 예술단체들이 혜택을 보며 경제적인 것과 관객 동원에 신경을 쓰지 않고 좋은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저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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