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킹어바웃] 퓨전을 말한다. 크로스오버 연주자 남돈순

(뉴스투데이=오소연 기자) 밴드 비틀즈가 풍미한 시대와 LP세대 속에서 자란 소년은 사춘기시절부터 일주일 내내 모은 돈으로 낙원상가를 향해 가 해적판을 샀다. 음악을 듣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던 소년은 LP를 사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 멀다고 느끼지 못했다.
크로스오버 연주자 남돈순씨의 소년시절이야기다. 드럼웍스의 이사, 아르츠 팝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크로스오버 밴드 코즈의 연주자, 그리고 와인바 뱅가의 음악감독까지. 4가지의 일을 한꺼번에 하고 있는 그를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일 년 열두 달을 음악에 젖어 사는 그를 만난 것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던 날, 아늑한 조명을 빛내고 있는 와인바 뱅가에서 였다.
연말은 그에게 한참 바쁜 시기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 스케줄을 소화하는 그는 서글서글한 얼굴로 “시간을 쪼개 쓰는 것 같아요. 집에서 별 의미 없이 보낼 수 있는 시간에 또 다른 장소에 나와 음악을 이어감으로서 나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라며 털털히 웃는다.
음악 자체를 즐기는 그의 음악인생은 어찌 보면 필연적으로 시작되었다. 고등학교시절, 재즈를 하기 위해서는 깊이 면에서도 클래식을 전공을 하는 편이 완벽하겠다고 생각해 음대에 진학했다는 그는 다소 독특한 학생이었다.
“93년 정도부터 돈을 벌었어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으니까요. 낮에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밤이 되면 홍대 근처에 재즈클럽이 많은 곳을 찾아가 라이브공연도 많이 하곤 했어요.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전공교수님한테 꿀밤을 맞아가면서도 몰래몰래 홍대에 나갔죠(웃음)”
하지만 그러면서도 대학 4년 내내 성적은 A 를 받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해, 어찌 보면 전공교수님들에게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당시 ‘공부는 안하고 벌써부터 돈 벌러 다닌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그는 이젠 ‘너가 그러길 정말 잘했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했다.
“입장이 바뀌었죠. 그땐 이렇게 세상이 바뀔 줄 몰랐으니까요. 지금 후배들만 봐도 참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만 해도 장르를 넘나드는 연주자들이 드물었는데 요즘은 많아졌어요. 최근에는 실용음악과처럼 클래식을 구지 전공하지 않았어도 이 장르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세상이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그의 본격적인 음악인생을 이야기해보자. 12년째 롱런중인 ‘코즈’는 재즈와 클래식을 결합한 크로스오버밴드다. 철저히 관객들을 위한 대중화된 밴드를 만들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코즈’는 재미있는 비화를 가지고 있었다.
“바리톤 김동규씨와 친분이 있는데 그 분의 반주를 하며 시작된 것이 ‘코즈’에요. 김동규씨는 아시다시피 정통파시지만 외향적으로 보여 지는 것만큼 크로스오버도 많이 하시잖아요, 거기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어진 밴드에요. 보컬리스트도 재즈신예가 아니라 이태리에 유학까지 하고 오신 정통파분을 섭외해서 시작했는데. 그 보컬분이 저와 같이 이쪽에 관심이 있어 함께 하게 되었죠. 보컬이 팀의 반이 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분이 있음으로 크로스오버 밴드가 된거구요”
코즈의 외국인 멤버들은 그가 이태리 유학당시 만났었던 사람들로 그는 한국뮤지션들도 좋지만 외국인 뮤지션들이 좀 더 자신과 맞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같이했던 친구들인데 많은 작업과 연주를 함께하다 보니까 마음이 잘 맞는 부분들이 많아요. 특히 가장 기본적인 ‘프로페셔널’한 것. 이를테면 시간약속 같은 것도 잘맞구요”

그는 코즈와 함께 아르츠 팝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역임하고 있다. 아르츠 팝스 오케스트라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곡들을 연주하며 많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태리에서 지휘공부를 했었어요. 지휘공부를 하게 된 것도 그런 '팝'을 다룬 오케스트라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 한 거구요. 사실 코즈나 드럼웍스를 하면서 오케스트라에 대한 러브콜을 많이 받았어요. 주변 분들을 소개시켜드리고 이어드리다 보니 ‘이거 내가 하면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부지휘자로 활동하다가 맡은 ‘아르츠 팝스 오케스트라’는 국악악기가 들어간 다소 독특한 구성을 자랑했다.
“저는 국악을 배제하고는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에요. 감동을 주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죠. 악기들도 이미 개량이 되어 있고 모던하게 가려고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국악 같은 경우에는 레벨이 점점 높아가고 있어요”
국악악기를 함께 지휘하려면 까다로울 것 같다는 예상과 다르게 그는 지휘에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다고 답했다.
“국악관현악단을 봐도 모든 지휘가 서양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지휘패턴도 마찬가지고 지휘자들도 서양의 지휘를 배우고 하는 거라 크게 문제되는 것은 없어요. 다만 국악악기들이 음정이 불안해요. 물론 매력이기는 하지만 동양음악과 서양음악은 근본적으로 틀릴 수밖에 없거든요. 동양음악은 정적인 것을 중요시하고 서양음악은 화성적인 구성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것을 중요시해요. 그러다보니 부딫힐 수밖에 없는 면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울리는 것을 보면 제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고 생각해요”
그는 옹헤야와 아리랑부터 서양의 모차르트, 베토벤의 곡까지 방대한 범위의 곡을 편곡해 선보이지만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고 한다. 편곡은 새로운 곡을 만드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편곡작업에 있어서 다른 이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는 편이었다.
“앙상블을 잘하는 사람이 진짜 프로라고 생각해요. 특히 외국친구들한테는 제 멜로디가 뜬금없고 낯설 텐데도 가져다주면 알아서 코드를 만들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또 아이디어를 받고.. 그런 작업을 되풀이 하면서 완성하는 거죠”
“한국적인 곡도 많이 하지만 편곡하는 것 자체를 좋아해요. 곡을 연주했는데 관객들이 ‘어 저건 뭐지? 분명 내가 아닌 곡인데 저렇게도 연주를 하네?’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걸 좋아해요. 음악이 시작되고 관객 쪽에서 웅성웅성하는 반응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죠(웃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요즘, 그는 2,3년 전 직접 기획했던 크리스마스 공연이 기억난다고 했다.
“티켓팅부터 기획까지 제가 다 도맡았던 공연이 있었어요. 고생을 굉장히 많이 했죠. 스텝이 없어서 음향시스템이며 악기도 멤버들이 다 같이 옮기고 뒷풀이도 새벽 2,3시에나 할 수 있었던 만큼 고생했는데 기억에도 오래 남네요.(웃음)”
어떤 형태, 어떤 색깔이 되었던.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하는 그는 자신이 좋아하고 있는 것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고 행복해했다. 그와의 대화는 유쾌했고 순수한 열정이 빛나는 눈은 명랑히 빛났다.
퓨전의 매력에 흠뻑 빠진 크로스오버 연주자 남돈순, 그의 음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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