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리라화 폭락 이스탄불 현장 긴급취재]①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 하지만 관광객은 즐겁다
[터키리라화 폭락 현장 긴급취재]①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 하지만 관광객은 즐겁다

트럼프 대통령 한 마디에 터키 리라화 한때 20% 이상 폭락
(뉴스투데이/이스탄불(터키)=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지난 10일 터키 아타튀르크 국제공항 입국장은 세계 각국에서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발 디팀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었다.
특히 이날은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에 대한 터키 정부의 장기구금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터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높인다고 발표한 직후여서 터키 리라화가 한때 달러대비 20%이상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을 겪은 날이었다.
공항 곳곳에 있는 은행 환전창구에는 돈을 바꾸려는 관광객들로 길게 줄이 늘어 서 있었다.
창구옆 고시판에 나와 있는 터키 리라화 환율은 1달러에 6.8리라(은행 매도기준)까지 치솟았다. 불과 1개월 전만 해도 달러당 5.5리라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리라화 가치가 얼마나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지를 짐작케 했다.
환전창구에서 만난 독일인 관광객 헬가 마이어씨는 “올해 터키 여행만 세번째인데 환율이 이렇게까지 떨어진 적은 없었다”면서 “관광객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인 목사 구금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터키경제는 올들어 계속 하락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융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위를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중앙은행 금융통화위원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할 수 있도록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이러는 사이 국가빚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고 물가는 폭등했다. 경상수지 적자 또한 줄어들기는커녕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리라화가 올들어 달러화 대비 41% 가량 급락한 것만 봐도 터키 경제의 현주소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말해준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 미국인 목사에 대한 터키 정부의 장기구금이다. 터키는 2016년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50)을 체포했다. 브런슨이 터키 내에서 테러조직 2곳을 지원하고 이슬람교도를 기독교로 개종시키려 했다는 혐의로 구금했다.
터키정부는 지난달 25일 브런슨을 교도소에서 석방했지만 완전히 풀어주지 않고 가택 연금을 시켰다.
브런슨에 대한 완전한 석방을 요구했던 미국은 터키정부가 가택연금 조치를 취하자 즉각 보복조치에 들어갔고 향후 추가조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사실 터키정부에 대한 미국의 좋지 않은 감정은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터키내 기지 이용을 거부당한 것과 미국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이슬람국가(IS)에 대한 터키정부의 미적지근한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것으로 보인다.
▶관광산업은 오히려 기회, 이스탄불 시내 전세계 관광객들로 북적= 터키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과 함께 전통적으로 세계 5대 관광수지 흑자국으로 꼽히는 국가이다. 관광자원이 풍부한데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이점까지 더해져 해마다 전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2016년 7월 군부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불안감을 느낀 관광객들의 방문이 줄어들었다가 올들어 다시 관광객수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주말인 11일 이스탄불 시내 역시 관광객들로 매우 북적거렸다. 이스탄불 아시아에서 성소피아 성당까지 택시로 1시간 30분이 걸렸다. 관광지 자체만 보면 금융시장 혼란이나 경제위기의식 같은 불안감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관광가이드로 6년째 일하는 하산씨는 “뉴스를 통해 리라화 폭락 소식은 들었지만 관광지에서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고 말했다.
하긴 관광객들 입장에서는 리라화 폭락이 오히려 기회로 다가온다. 리라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터키 관광지내 물가가 더 싸지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내 곳곳에 있는 환전소들은 리라화 가치폭락을 반영해 달러화를 교환해주고 있었다. 주말임에도 환전소들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환전업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매입과 매도에 따른 가격차이가 더 커지면서 환전상들은 환차익을 짭짤하게 즐기고 있는 듯 했다.
환전은 아타튀르크 공항 보다는 시내에서 하는 것이 더 유리해 보였다.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미화 100달러를 교환하면 580리라화를 받지만, 시내에서는 600리라화를 받을 수 있었다.
4일전부터 유럽을 여행중이라는 한국인 김모씨는 “리라화 환율폭락 소식에 예정에 없던 터키관광 일정을 하루 넣었다”면서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확실히 물가가 싸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 하루 더 묵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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