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58)] 삼성전자 이재용 사면건의 받은 문 대통령이 고민해야할 단 한 가지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1.04.27 14:03 ㅣ 수정 : 2021.04.28 11:15

재계가 이재용 사면을 청와대에 공식건의, 사면권자인 대통령이 고민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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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출두하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면론이 그것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을 필두로 한 경제5단체장이 27일 이 부회장 사면 건의를 청와대 관련 부서에 공식전달했기 때문이다. 수일 전 홍남기 국무총리대행에게 구두로 재계 의견을 전달했을 때보다 진전된 상황이다. 

 

재계의 사면 건의가 공식창구를 통해 접수된 만큼 최고통치권자인 문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입장 표명을 해야 할 상황이다. 그만큼 이 부회장 사면은 뜨거운 국민적 관심사이다. 한국 언론이 삼성그룹 광고 유치 등과 같은 경제적 목적으로 사면론에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진보성향 언론매체나 시민단체 등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중 간 반도체 패권 전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과거 어느 때보다 삼성전자의 전략적 투자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대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보는 게 현실에 가깝다. 언론사가 얄팍한 상업적 계산속만으로 여론을 부추긴다고 거기에 놀아날 국민이 아니다. 한국인은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정치판 돌아가는 생리에도 빠삭한 사람들이다. 언론이 장난을 치고 국민이 그 주판알에 휘둘려서 이재용 사면론이 핫이슈가 됐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진보적 관점’이 아니라 ‘국민모독’이다.

 

청와대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기류도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면 검토해볼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국민 공감대가 고민?...문 대통령 핵심 지지기반인 40대도 찬성론 우세

 

문 대통령도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여론을 청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민 공감대를 사면조건으로 삼는다면 크게 고민할 사안이 아니다. 이재용 사면을 찬성하는 여론이 압도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뿐만 아니라 불교계, 성균관 등 종교계도 이 부회장 사면을 공식 건의한 상태이다. 

 

일반 국민도 대다수가 찬성 쪽인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안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용 사면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은 70%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40대의 찬성률도 55%에 달한다. 데일리안이 친기업성향의 매체라는 점을 감안해도,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여론의 기류는 두 가지 사실에 대한 공감을 토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삼성전자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에 반도체 설비를 투자할 것을 경쟁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전략적 투자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총수인 이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 글로벌 각축전과 삼성전자의 역할에 대한 역사적 통찰이 진짜 고민

 

한국의 주요 대기업 집단이 총수체제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총수체제가 옳거나 그르다는 식의 가치판단은 다를 수 있지만 총수가 주요 결정을 하는 구조에 임직원들은 길들여져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부문별로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지는 시스템이지만 ‘큰 판’을 결정할 권한을 행사하는 데 익숙하지는 않다. 그 권력은 최근 수년 간 이 부회장이 행사해왔다. 일반 국민들도 이 정도 상황은 미루어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정농단 사건으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이 옥중에서 중대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대규모 투자 결정을 주도하기란 불가능하다. 삼성전자의 CEO나 주요 임원이 이 부회장을 면담할 수 있는 시간은 1회에 10분에 불과하다. 그것도 교도관 입회하에 발언내용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뤄진다. 

 

물론 법적으로 변호인단은 무제한 접견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변호사가 이 부회장과 접견해 삼성전자 경영진의 말을 전달하고, 그에 대한 이 부회장의 판단이나 지시를 다시 경영진에게 전하는 방식을 통해 총수부재 하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의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도 있다. 이 역시 문제가 있다. 일종의 편법이다. 더욱이 변호사가 경영진의 고민과 이 부회장의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 부회장이 A라고 했는데, 변호사는 B라고 전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적 통찰력이다. 미중 간 반도체 패권전쟁이 향후 상당기간 글로벌 경제의 판도를 뒤흔들 것인지 여부, 그리고 삼성전자의 전략적 선택이 한국경제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만약에 이 같은 2개의 빅이슈가 실제상황이라면 이 부회장을 사면하는 게 맞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는지를 따지는 것보다 글로벌 현실과 삼성전자의 역할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직관과 판단력이 이재용 사면건의를 검토하는 데 핵심 과정이 돼야 하는 것이다. 

 

■ ‘법의 형평성’ 파괴가 고민?....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법의 형평성 파괴가 전제 

 

사면을 결정하는 데 또 다른 걸림돌이 있기는 하다. ‘법의 형평성’ 위배논란이다. 이 부회장 사면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핵심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우스꽝스러운 주장이다.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그 자체가 법의 형평성을 파괴하는 개념이다. 

 

통치권자가 국가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서 필요할 경우 범죄자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게 특별사면이다. 이 부회장 사면이 법의 형평성을 깨는 것이라 안된다면, 대통령의 사면권력을 폐지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특별사면을 실행할 경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문제를 분리할지 여부도 부차적인 고민이 될 수 있다. 이 역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전직 대통령 사면론은 당파적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반면, 이 부회장 사면은 당파간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50~60대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의 최대 지지기반인 40대도 과반이 이 부회장 사면을 찬성한다는 조사결과만 봐도 그렇다. 

 

정리하자면, 문 대통령의 세 가지 고민  중 두 가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첫째, 사면의 전제조건인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법의 형평성’ 위배 논란은 어처구니없는 시각이다. 사면은 태생적으로 법의 형평성을 파괴하는 존재이다. 반도체 전쟁으로 세계사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한국이 반도체 패권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이재용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문 대통령이 제대로 된 통찰력을 발휘할지 여부가 미완의 열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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