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상호 윈윈’ 잘 키운 사내벤처 하나, 열 계열사 안 부럽다

전소영 기자 입력 : 2022.05.02 02:10 ㅣ 수정 : 2022.05.02 02:10

삼성전자, C랩 인사이드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될 신사업 적극 발굴
현대차, 'H스타트업' 출범해 제품 개발과 사업 기회 제공
LG전자 '스프라우트컴퍼니', 기업 실적 향상과 신사업 발굴에 기여
SK하이닉스, '하이개라지'로 스타트업과 예비 창업가 대거 양성
사내벤처,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상생협력 생태계 확장의 핵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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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듯이 기업의 수 많은 사내벤처 중 하나로 시작한 회사가 국내 주요 기업들과 어깨를 견줄 만큼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국내 대표 정보기술(IT)기업 네이버가 그 대표적인 예다. 네이버는 삼성SDS의 '사내벤처 웹글라이더'라는 이름으로 출범해 1999년 '네이버컴'으로 독립했으며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하면서 사업영역을 넓혔다. 이후 네이버는 2013년 NHN과 분리돼 지금의 네이버로 자리잡았다.

 

네이버의 성공사례에 고무된 기업은 ‘제2의 네이버’를 꿈꾸며 사업 확장과 우수인재 발굴을 통해 사내벤처 육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도 기업들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사내벤처를 앞다퉈 키우고 있으며 일부 우수 사내벤처는 기업의 실적 호조를 견인하며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과연 주요 기업들이 최근 어떻게 사내벤처 시스템을 운영하고, 어떤 실적을 내고 있는지 등 ‘기업별 사내벤처 현주소’를 점검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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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3일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열린 ‘C랩 스핀오프 론칭데이’ [사진 = 삼성전자]

 

■ 삼성전자 ‘C랩 인사이드’, 전 세계에 기술력 입증

 

삼성전자는 ‘C랩 인사이드(C-LAB Inside)’이라는 이름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C랩 인사이드는 지난 2012년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해야 한다는 경영진 뜻에 따라 도입된 제도다. 

 

삼성전자는 C랩 인사이드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이 될만한 신사업 영역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또 임직원들끼리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과감히 도전하는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직원이 팀을 만들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평가단 심사를 통과하면 현업에서 벗어나 아이디어 실현을 위한 최대 1년의 기회가 주어진다. C랩 인사이드에 채택되면 자율근무와 독립된 근무 공간이 보장된다. 또한 결과물이 삼성전자에서 활용되면 별도의 인센티브도 지급된다. 

 

삼성전자는 20015년부터 별도의 회사로 독립해 창업할 수 있는 ‘스핀오프(Spin off·기업 분사)’ 제도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초기 사업자금 지원, 5년 내 재입사 기회가 부여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웰트(WELT)'는 삼성전자 C랩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몸집이 커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가운데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웰트는 2016년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 됐다. 

 

웰트는 누적 140억원의 자금을 유치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기업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9월 식품의약안전처에서 불면증 불면증 치료제 관련 확증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현재 임상시험 중이다. 올해 첫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어 관련 분야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웰트 외에도 삼성전자가 키워낸 사내벤처는 꽤 많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1년까지 C랩 인사이드 프로그램에 참여한 삼성전자 임직원은 1395명에 이른다. 339개 아이디어가 지원 받았으며 스핀오프로 독립한 사례도 57개에 달한다. 

 

C랩 인사이트를 통해 성장한 사내벤처들은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2’에서 최고혁신상과 14개의 혁신상을 거머쥐며 기술력과 우수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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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도 노리는 H스타트업 [사진 =현대트랜시스 홈페이지 ]

 

■ 재계 사내벤처 시스템 도입의 원조는 현대자동차

 

사실 재계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원조는 현대자동차다. 현대차가 2000년 도입한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벤처플라자’ 는 대기업이 연구개발(R&D) 및 자금을 지원해 벤처기업을 직접 육성한 전례가 없어 그 의미가 상당했다.

 

하지만 벤처플라자 도입 이후 15년간 분사에 성공한 기업이 7개에 그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실효성에 의문을 사기도 했다. 

 

이후 현대차는 프로그램 명칭을 2018년 ‘H스타트업’으로 바꾸며 새롭게 시작했다. H스타트업은 3억원의 개발 비용을 지원하며 1년간 제품·서비스 개발과 사업화 기회도 준다. 또한 1년 후 사업성과와 재무계획 등을 종합 검토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분사 또는 사내사업화 여부를 결정한다.

 

분사 이후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현대 크래들'가 사업 개발과 확장, 운용 자금 마련, 해외 진출 등을 돕는다. 다만 분사에 대한 직원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3년까지 재입사 기회를 제공한다.

 

모빌리티(이동수단), 자동차부품, SW서비스 등 현대차과 관련된 분야 뿐만 아니라 그동안 접근한 적이 없는 사업 분야이지만 시장성과 혁신성을 갖춘 사업 아이템이라면 H스타트업 지원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H스타트업은 현재까지 58개 사내벤처를 육성했으며 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2개 기업이 분사 창업에 성공했다.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혁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사내벤처 투자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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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사내독립기업 ‘스프라우트컴퍼니’가 탄생시킨 ‘LG 틔운 미니’ [사진 = LG전자]

 

■ LG전자, 사내벤처로 틈새시장 개척 성공적

 

우수한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독립해 스타트업으로 새로운 도약에 성공한 사례도 있는 한편 기업 실적 향상과 신사업 발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내벤처도 있다. LG전자 사내독립기업 ‘스프라우트컴퍼니’가 그 주인공이다.

 

LG그룹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하나인 CIC(Company In Company·사내 독립기업)는 2018년 구광모 LG그룹 회장 작품이다.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애자일(agile)’ 조직문화를 구축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CIC는 기획부터 제품 출시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독립 조직이다. 경영기획, 재무, 인사, 총무 등을 회사로부터 관여 받지 않아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또한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거나 개발 정도에 따라 특진 혜택을 주는 등 보상도 확실하게 보장한다. 

 

스프라우트컴퍼니는 LG전자의 CIC 소속이다. 

 

최근 큰 인기몰이 중인 신개념 식물생활가전 ‘LG 틔운’은 스프라우트컴퍼니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게 팔리겠어”라는 의아함이 무색하게도 ‘LG 틔운 미니’는 출시 첫날부터 온라인브랜드숍에 준비된 초도 물량 100대를 당일 매진하는 기염을 토했다.

 

LG전자가 향후 신사업 육성과 기존에 없는 새로운 시장을 효율적으로 개척하는 데 LG 틔운은 CIC 모델의 첫 사례로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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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하이개라지’ 1기 차고엔지니어링팀 [사진 = SK하이닉스]

 

■ 자율책임 경영 SK, 사내벤처도 ‘따로 또 같이’

 

자율책임 경영을 추구하는 SK그룹은 사내벤처도 계열사에 따라 독립적으로 추진한다. 대표적으로 SK하이닉스는 사내벤처 육성 프로젝트 ‘하이개라지(HiGarage)’가 있다. 

 

하이개라지는 구성원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실현하는 창업을 지원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이개라지에 선정되면 기존 조직에서 분리돼 별도의 전담팀으로 옮겨진다. 이후 벤처 창업 전문가의 전문 컨설팅과 창업 교육을 이수해 시장조사, 특허 출원 준비 등 창업을 준비한다. 준비가 완료되면 회사 승인을 받아 재직 중 법인을 설립하고 사무실 임대, 직원 고용 등 창업이 좀 더 구체화된다. 

 

하이개라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후 2년의 사업화 과정을 무사히 마치면 독립 분사가 가능하다. 기간 내 창업에 실패할 경우 재입사를 보장하기 때문에 임직원들은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

 

현재까지 하이개라지를 통해 탄생한 스타트업만 15개에 달하며 올해도 6명의 예비 창업가를 선발해 그들의 꿈을 지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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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바야흐로 이제는 사내벤처 육성 시대다. 우수 인재들을 그저 한데 묶어 오로지 업무에만 몰두시키지 않고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발산할 기회를 주고 이를 사업화하는 것 또한 기업의 몫이 됐다.

 

이에 따라 사내벤처는 단순히 기업 대 독립적 조직에 그치지 않고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상생협력 생태계를 확장하는 핵심축으로 거듭났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나 카카오도 삼성SDS 사내벤처에서 시작된 기업”이라며 “성공적인 사내벤처는 분사를 통해 독립할 수도 있고 계열사로 분리돼 대기업 확장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우수 인재가 퇴사하지 않고 사내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사업을 진행할 수 있으니 좋고 사내벤처는 대기업 시설과 자금을 토대로 사업하니 실패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기업을 나와 창업에 성공할 확률은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사내벤처 시스템은 모기업과 스타트업이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함께 발전하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 처럼 현재 여러 기업들이 사내벤처를 대상으로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분위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시스템은 앞으로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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