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급락②] 푸틴 캐시카우 천연가스 무기화 전략에 똘똘 뭉친 유럽

정승원 기자 입력 : 2023.01.09 23:59 ㅣ 수정 : 2023.01.10 00:12

러시아 푸틴 대통령 돈줄 역할했던 천연가스 작년 최고치 대비 61% 하락,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 맞서 유럽국가들 충분한 비축분 확보와 에너지 절감 대책으로 가격하락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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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가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보다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한때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캐시카우로 불리던 천연가스 가격 폭락은 유럽 등 서방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가격상한제와 더불어 이례적인 따뜻한 겨울기온이 합쳐져 가격급락을 몰고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하락은 단순히 원자재 가격의 변동뿐 아니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진행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천연가스 급락의 배경과 그 여파, 그리고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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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유럽은 에너지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수출규제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수급불균형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특히 천연가스 의존도는 독일 등 일부 국가의 경우 거의 60%에 달할 정도로 러시아산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대오각성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수입다변화를 통해 러시아산 의존도를 줄어나갔다. 유럽은 미국을 비롯해 카타르 등으로 눈을 돌렸는데, 지난해 미국산 수입물량은 2021년 대비 100% 늘었고 카타르산 역시 20% 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덧붙여 LNG 하역, 저장, 기화, 송출 설비인 터미널도 신속하게 증설해 나갔고 전기사용료를 인상하는 한편 강도 높은 절전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로 인해 가정 및 산업부문 가스 소비량은 20% 가량 감소했다.

 

러시아의 수출규제로 인한 가격조작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비축분 확보에도 적극 나섰다. 현재 유럽국가들은 가스 비축분을 최대용량 대비 90% 가량까지 높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70%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최대 용량치까지 비축분을 확보해 놓은 것이다.

 

이같은 노력 덕분에 천연가스 가격은 작년 12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이상고온 현상까지 겹치면서 가격은 무서운 속도로 급락했다.

 

천연가스 2월물 가격은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MMBTU(열량단위)당 3.89달러로 전거래일보다는 4% 가량 올랐지만 한달 전과 비교하면 35.2% 떨어졌고 작년 최고치였던 지난 8월의 9.98달러와 비교하면 61% 하락했다.

 

여기에 덧붙여 주요 유럽국가들을 비롯해 G7, 호주 등 27개 국가들이 오는 2월부터 러시아산 석유 및 천연가스에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가격하락 압박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 가겨급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12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전비를 에너지 수출을 통해 조달했는데, 가격급락으로 수출단가가 크게 떨어지고 물량 또한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렵게 되었다.

 

알렉세이 밀레르 가스프롬 CEO는 지난해 옛 소련을 제외한 지역으로 수출한 가스량이 2021년 보다 45% 이상 하락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같은 수치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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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요국가들의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는 2020년만 해도 40%를 넘었다.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는 이와 관련, “2022년의 경우 2021년 대비 가스 생산량은 12% 떨어지고, 수출은 2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이 기대 이상으로 강경한 결속력을 보이자 배짱 일변도로 나갔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푸틴은 작년말 그간 ‘비우호적인’ 국가에 러시아 루블화로만 천연가스 가격을 지불하도록 했던 조치에서 후퇴해 달러 등 다른 외화로도 지불하도록 허용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산 가스 결제 수단을 루블화로만 제한하는 등 에너지 무기화를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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