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96)] 방공유도탄여단장⑥ 옛 상관과 부대원들을 초청해 뜻깊은 시간을 가져
을지연습을 앞두고 본토에서 파견된 미 육군 방공포병 장교들을 초청해 우의를 다져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미국의 33대 대통령인 해리 S. 트루먼이 한 얘기가 있다. 즉, “만약 모세가 이집트에서 여론조사를 했다면 과연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었을까? 예수 그리스도가 이스라엘 땅에서 여론조사를 했다면 그는 뭐라고 설교를 했을까? 마틴 루터가 여론조사를 했다면 종교개혁이 가능했을까?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의 여론조사나 여론이 아니라 옳고 그름과 지도력이다.”
필자는 이 문구를 초급장교때 어느 잡지에서 읽었고 그 내용이 인상 깊어서 수첩에 적어 놓았었다. 이후 각급 지휘관 임무를 수행하면서 부대원들의 여론을 참고는 하되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올바른 지도력’을 갖추고자 노력했고, 대위 포대장 때부터 여단장을 마칠 때까지 그렇게 부대를 지휘했다.
그러다보니 필자는 대체로 부하들에게 인기 없고 강한 이미지의 지휘관이 되어 있었다. 여단장이 되어서는 장군 부대장에게 주어지는 권한내에서 부대를 소신껏 지휘했었고, 강하고 건전한 부대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여단장 부임 후 1~2개월이 지나면서 필자의 지휘 방침대로 여단 업무가 진행되면서 여유를 가지고 부대를 지휘할 수 있었다. 이때는 일과시간 이외에 참모 장교들과 운동을 참 많이 했는데, 매주 수요일의 전투체육 시간은 물론이고 주말에는 부대에 잔류하고 있는 장교들과 부대 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많이 했다. 배드민턴이 그렇게 운동량이 많은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이때 사진을 보면 매우 자신감 있고 건강한 얼굴이다.
여기서 군 장병들의 주말 운동(특히 골프)에 대해 한마디 한고자 한다. 가끔 언론 기사를 보면 군 장병들이 주말에 골프하는 것을 마치 큰 잘못이라도 하는 것 같은 기사가 실리는데, 그럴 때마다 필자는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부대내에서 테니스를 하나 골프를 하나 운동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유독 골프에 대해서는 인색하다. 물론 우리나라 정서상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나 부대에 큰 사고가 있을 경우에는 운동(골프)을 하라고 해도 아마 본인들이 자제할 것이다.
군 장병들이 평소 부대내 골프장에서 골프하는 것은 대비태세의 연속이다. 각급 부대의 주요 지휘관 참모 정도가 되면 주말에 개인적인 일을 보러 마음대로 부대 밖으로 외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늘 대비태세를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주요 지휘관 참모들은 영내에서 대기하며 운동을 한다. 테니스를 하던지 골프를 하던지 배드민턴을 하던지.
예를 들어 주말에 부대 인근의 산으로 등산을 간다고 하자. 그러면 부대내 아파트에서 인근 산까지 이동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고, 산 정상까지 가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하여 비상소집을 할 경우에 부대 밖의 산으로 등산하러 간 장병은 절대 규정된 시간 내에 응소할 수 없다.
그러나 주말에 부대내 골프장에서 골프(또는 테니스나 배드민턴이나)를 하는 경우에는 비상소집 발령시 즉각 지정된 장소로 응소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볼 때 어느 것이 대비태세 유지에 적절한 것인가(골프냐 등산이냐. 즉, 부대 내 운동이냐 부대 밖 운동이냐)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제발 군 장병들의 주말 골프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한편, 필자는 여단장 근무 기간중에 국가적인 재난 상황이 여러번 발생하여 골프를 거의 하지 못했다. 일과 후와 주말에는 부대 내에서 체력 단련에 열중할 뿐이었다.

봄이 되면서 필자는 과거에 모셨던 옛 상관들과 발칸/유도탄 포대장 시절의 부대원들을 부대에 초청하여 서로 안부를 묻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특히 필자가 소위로 임관하여 강원도 부대에 배치받았을 때 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던 당시 중대장님 내외와 부대원 일부를 초청하여 저녁식사를 같이했다. 뜻깊은 시간이었다.
을지연습을 앞두고는 미국 본토에서 한국으로 연습증원차 파견된 미 육군 방공포병 장교들을 부대로 초청하여 전술토의와 식사를 하면서 우의를 돈독히 했다. 이들 장교 대부분은 한미 연합사와 주한미군 방공포병 부대에서 근무하였던 장교들로서 필자가 공작사 방공포병과장, 합참 방공작전과장, 방포사 참모장 시절에 업무 파트너였고, 매우 가깝게 지내던 사이라 초청행사의 의미가 남달랐다.
증원 장교들 중에는 오랜기간 동안 한국의 탄도탄 방어 임무에 열정을 쏟았고 필자와 매우 친했던 Carlos Betancourt 대령도 있었고, 연합사 방공처 근무시절에 필자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배웠던 Stikeleather 씨도 있었다. 그날은 Betancourt 대령을 비롯한 장교들과 밤늦게까지 이런저런 얘기하며 참 많이 마셨다.

현행작전을 이상 없이 수행하는 동안 크고 작은 부대행사가 많이 있었고,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듯이 일부 부대원들의 불군기 행위도 가끔 발생했다. 어느덧 가을이 되었고, 매년 시행되는 유도탄 사격대회가 가까워졌다. 이 유도탄 사격대회는 단순한 대회라기보다는 해당 유도탄 포대의 전투력을 측정하고 그 부대의 수준을 보여주는 그런 자리이기에 유도탄 포대장이 갖는 압박감은 대단한 것이었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사무총장, 現 국립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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