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미·중 패권경쟁 시대 우리의 선택, 역사와 주변국에 답이 있다(6)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5.16 12:52 ㅣ 수정 : 2023.05.16 12:52

중국은 미국과 패권경쟁에서 우호국 확대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친중국화에 노력 기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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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은 미·중 패권경쟁 시대이다. 현재 우리는 미국과는 동맹 관계이고,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은 모두 중요하며, 그래서 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국가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제에 대해 ‘미·중 패권경쟁 시대 우리의 선택, 역사와 주변국에 답이 있다’란 제목으로 총 9편의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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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2012년 2월 당시 중국 부주석 시진핑은 G2 반열에 오른 중국의 권익을 미국이 인정하라고 제기하면서 핵심이익에 대한 상호존중을 요구했다. 시진핑은 “태평양은 두 강대국을 수용할 정도로 넓다”라고 언급하면서 태평양을 반으로 나눠 서태평양을 중국의 세력권으로 인정해 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중국은 이 구상을 ‘신형대국관계’라고 했다. 미국은 이 요구를 거부했고, 이때부터 미·중 패권경쟁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패권경쟁 초기 미국의 압력을 받으며 3가지에 놀랐다고 한다. 첫째, 미국이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 몰랐다. 둘째, 중국 때리기에 이렇게 초당적으로 나올 줄 몰랐다. 셋째, 중국을 지지하는 나라가 이렇게 없을 줄 몰랐다. 이 중 ‘어느 한 나라도 중국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인식은 향후 우호국이나 동맹국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부 공감을 형성하고, 기존의 우호국 관계는 공고히 하면서 미국 우방국은 점차 친중국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우 전쟁으로 중국에 의존하는 러시아 지원해 중국 진영 편입시켜

 

중국과 러시아는 언제라도 적대국으로 마주할 수 있는 잠재적 경쟁국이지만 현재는 미국 대항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가 ‘신시대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이 구분한 외교 관계에서 최고 단계이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금년 3월 러시아를 방문해 이 관계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NATO의 확장으로 안보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러시아를 지지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라고 주장한다. 또한, 중국의 러-우 전쟁 종식 중재안은 러시아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판로가 막힌 러시아의 원유와 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국의 이러한 지지와 지원이 없다면 전쟁에서 더욱 고전하고 미국-NATO 진영의 압박으로 수세에 몰릴 것이다. 

 

과거에 중국과 러시아는 대등한 입장에서 상호 견제하던 관계였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하면서 중국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중국에 종속되어 간다’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중국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한 러시아는 중국이 주도하는 진영에 참가하는 방법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이 러시아와 협력해 자국을 포위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났으며 나아가 러시아를 자기 진영으로 확실히 편입시키게 됐다. 

 

중국은 자기 진영을 공고히 하면서 미국 진영을 분리해 약화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선 중국은 러-우 전쟁에서 미국과 유럽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첨단무기 러시아 제공’ 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는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을 확대할 의도가 없고 유럽의 비난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력 이용해 유럽과 미국 분리시켜 미국 진영 약화 유도 

 

중국은 유럽연합이 2022년 자신들을 ‘전면적 경쟁자’로 규정했지만,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 왕차오(王超)는 유럽에 대해 “중국과 유럽 사이에는 근본적인 전략적 불일치는 없다. 서로 역사와 문화, 이데올로기에 차이가 있어 일부 문제에 대해 이견이 있는데 이것은 정상이다”라고 언급하면서 “중국은 유럽을 포괄적 파트너로 간주하고 유럽연합의 전략적 자주성을 지원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왕 대변인은 미국을 겨냥해 “사적 이익을 위해 국제법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국내법의 역외 적용을 남용한다”라고 발언함으로써 유럽과 미국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유럽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면서 미국과 ‘갈라치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유럽 주요국의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해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고 있다. 유럽 내에서 어느 정도 비난의 여론은 있었으나 이들은 유럽 내 행동통일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한 것이다. 중국은 유럽을 미국과 분리해 대응하고 있고 유럽을 대상으로도 국가별 각각 상대하는 등 미국 주요 진영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 

 

유럽은 중국과 교류 추진하지만, 주권과 정체성 문제는 엄정 대응

 

유럽은 NATO를 통해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이며, 미군과 미국의 전술핵이 유럽 주요국가에 배치돼 있다. NATO는 미국 핵무기 배치와 사용계획에 대해 미국과 협의를 할 정도로 군사 및 안보 분야에서 밀접하다. 이런 연유로 유럽은 미·중 패권경쟁 국제질서 속에서 미국 진영임에는 분명한 사실이다. 

 

유럽연합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2020년 유럽연합과 중국의 교역액이 미국과 교역액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미국과 대등하거나 더 중요해진다는 의미이다. 유럽 주요국가는 점증하는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를 무시할 수 없다. 미국도 유럽 각국이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중국과의 교류 확대를 제어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미국이 중국보다 더 큰 경제적 이익을 보장할 수 없는 데다, 여러 국가가 보이는 단체행동이기 때문이다. 

 

2022년 11월에는 독일의 올라프 슐츠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고 지난 5월에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우르즐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동시에 중국을 찾았다. 금년 후반기에는 이탈리아 총리가 방중할 예정이다. 이들은 방중 목적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중국에게 러시아 설득을 권유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제적 이득이다. 독일 총리는 민항기 140여대 판매계약을 체결했고 프랑스도 에어버스 160대 판매를 성사시켰다. 

 

우리가 이런 유럽에 대해 간과해선 안 될 사항은 중국이 주권과 정체성을 침해하면 강하게 대응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이 공자학원을 거점으로 영향력 확대를 추구한다는 의혹이 일자 영국에서는 리시 수낙 총리가 2022년 7월 자국에 있는 공자학원 30곳을 모두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고,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2020년 자국의 모든 공자학원을 폐쇄했다.

 

핀란드도 올해를 끝으로 공자학원 운영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유럽은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 활동에 대해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럽에서 유일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국인 이탈리아는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자 이 프로젝트에서 탈퇴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북한의 국지도발 묵인 예상…중립 지키도록 설득할 대책 필요

 

북한은 지난 3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자 “가장 열렬한 축하를 보낸다”라는 축전을 보냈고,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어서 “(김정은) 총비서 동지와 소통을 강화하고 중·조 관계의 발전 방향을 공동으로 인도해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적극적으로 공헌할 용의가 있다”라는 답신을 보냈다. 중국이 북한에게 소통을 강화하자고 하는 의도는 중국을 곤란하게 할 중요한 결정은 사전에 중국과 상의하고 독자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로 볼 수 있다. 

 

시진핑은 답신에서 전 세계의 비난을 초래할 7차 핵실험을 북한이 해서는 안 되고, 일본열도를 통과해서 태평양에 이르는 ICBM 시험발사 또한 일본과 미국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하지 말라는 중국의 가이드라인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중국 진영의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의 의사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한·미·일 군사협력도 증대돼 남북한 힘의 관계에서 수세에 몰려있다. 게다가 핵무기를 보유했으나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경제난도 계속돼 외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과 중국의 관심을 끌어내고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대남 군사도발의 유혹을 받을 수 있다. 단 도발 범위는 한국을 교란할 수 있지만, 중국이 곤란하지 않고 미국을 자극하지 않을 정도일 것이다. 

 

북한의 역대 대남 군사도발에 대한 학습효과로 첫째, 도발 주체가 불분명하면 국제적 비난을 회피하면서 한국사회 분열과 남남갈등을 유발할 수 있고, 둘째, 도발 범위를 한반도로 한정할 경우 중국은 사태 수습에 역점을 두게 되며, 미국도 한반도 긴장 고조를 원치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전방 철책 통문 목함지뢰 매설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최근 북한은 미국이 UN 안보리에 북한의 UN 제재 위반행위를 회부해도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어떠한 비난 성명도 채택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 국제질서는 북한이 대남 군사도발을 감행하기에 유리한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대남 군사도발을 시도할 경우 우리의 대응수위를 상정하고, 미국의 지지와 지원은 물론 중국 진영을 설득해 최소한 중립을 지키게 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7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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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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