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미·중 패권경쟁 시대 우리의 선택, 역사와 주변국에 답이 있다(5)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5.02 14:50 ㅣ 수정 : 2023.05.04 22:20

일본은 중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일동맹 강화하면서 미국과 ‘군사 일체화’로 나아가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오늘날은 미·중 패권경쟁 시대이다. 현재 우리는 미국과는 동맹 관계이고,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은 모두 중요하며, 그래서 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국가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제에 대해 ‘미·중 패권경쟁 시대 우리의 선택, 역사와 주변국에 답이 있다’란 제목으로 총 9편의 연재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image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현재 일본은 미·중 패권경쟁의 국제질서 속에서 기존의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과 ‘군사 일체화’로 나아가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필요하고, 미국도 아태지역에서 중국이라는 패권 도전자를 억제하기 위해 일본이 필요하므로 양국이 ‘군사 일체화’를 형성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급성장한 경제력을 배경으로 군사력을 강화해 해양진출을 시도하자 일본은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중국이 진출하고 있는 해양은 남중국해 그리고 대만,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대를 포함한 동중국해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중국이 대만과 센카쿠 일대를 장악한다면 자국의 해상교통로가 중국에 의해 차단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또한, 일본은 중국이 러시아와 연합으로 일본 열도 근처에서 실시하는 해상훈련이나 공중훈련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안보위협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의 군사력은 비록 첨단화돼있다고 해도 핵과 장거리 미사일, 항공모함 등 공격용 전략무기를 보유하지 않아 자국에 가해지는 위협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미국·NATO와 군사협력 증진…미·중 패권경쟁은 진영 대결로 진화

 

2023년 1월 11일 일본은 미국과 외교+국방장관 회담(2+2회담) 공동성명에서 ‘양국의 새 국가안보전략과 방위전략이 통합된 방식으로 억지력 강화’라는 문구를 시작으로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서 통합된 방식으로 대처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상설통합사령부를 설치해 미 7함대,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와 협력할 예정이며, 미일 공동 정보분석조직을 발족시키고, 양국이 서로의 군사기지를 공유하거나 합동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일본이 2022년 12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3개 안보문서에 반영한 ‘반격능력 보유’도 미국에 대한 무력공격 임박 시 적 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포함한다. 이를 위해 사거리 1,600㎞인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400발을 구매해 2026년까지 이지스함에 배치하며, 2026년 이후에는 사거리 200㎞인 자국의 12식 미사일을 1,000㎞까지 늘려 1,000발 이상 보유할 계획이다. 이 미사일들은 중국의 상하이와 대만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2023년 1월 유럽을 순방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영국 런던에서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군대 및 장비가 상대국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군사협력) 원활화 협정’에 서명했다. 이 협정은 유사시 상호파병을 쉽게 할 수 있어 준군사동맹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와는 2023년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개최하고 이어 자위대와 프랑스군의 연합훈련을 구상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은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으로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할 예정이다. 

 

일본은 지속적으로 NATO 주요국가와 군사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2019년에는 해상자위대가 프랑스 샤를 드골 항모와 해상훈련을 했고, 2021년 9월에는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이 일본 요코스카항에 입항한 바 있으며, 2021년 11월에는 독일 호위함이 일본에 기항했다. 또한,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에 가입해 있으며 미국, 영국, 호주가 구성멤버인 오커스(AUKUS) 가입 문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경제와 무역 분야에서도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2022년 5월에는 미국 주도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창설됐고, 한국·일본·대만 등과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칩4’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일본이 주도해 2018년 1월 창설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PTPP)’에 영국이 오는 7월 가입 예정인데, 점차 NATO 주요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동북아의 미·중 패권경쟁은 일본과 NATO, 호주가 미국 진영을 구성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과 국민, 정부 발표 신뢰하며 안보문제에 한목소리 나와

 

일본 정치권은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군사력을 증강하는 일련의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 일본 정치권에서 나오는 다른 목소리는 5년간 소요되는 방위력 증강 예산 약 43조엔의 확보 방법이다. 정치권은 방위력 증강을 위해 세금을 추가로 더 걷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사회복지 분야에서 예산이 삭감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정도이다. 

 

일본 정부는 법인세 증세 외에도 주세와 담뱃세, 지진피해 지역 부흥세 활용 등의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은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는 소위 평화헌법 9조 개정문제는 보류한 가운데 국민이 공감하는 범위 내에서 안보정책을 신중하게 추진하고 있다.

 

2023년 4월 6일 일본 육상자위대 8사단장 사카모토 유이치 육장(陸將)과 사단참모 5명 등 총 10명이 탑승한 헬기(UH60JA)가 대만과 근접한 미야꼬지마(宮古島) 일대에서 실종됐다. 8사단은 대만 유사사태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남서제도(南西諸島)에 배치된 부대이다. 헬기는 지상 통제센터와 ‘이상 없음’ 교신 후 2분 만에 아무런 교신 없이 레이다에서 사라졌다. 

 

때마침 사고 하루 전에 중국 항공모함이 사고 해역을 항행했다는 첩보와 주변에서 검은 연기를 보았다는 어부의 증언이 있었던 만큼 일본 인터넷에서는 즉각 ‘중국의 미사일 발사설’, ‘전파 방해설’, ‘일본정부 사고 은폐설’ 등 각종 괴담과 음모론이 퍼져나갔다. 

 

그러나 주요 언론들이 ‘폭발음이 없었고, 접근한 비행물체도 없었으며, 방해 전파도 없었다’, ‘어부의 증언은 사고 2시간 후의 상황’, ‘이 사건은 중국과 관련이 없다’라는 일본 방위성 발표를 사실로 보도하자 괴담과 음모론은 수그러들었다. 일본 정치권은 비난을 자제하면서 수색결과를 기다렸고, 자위대는 사고 7일 만에 ‘해저에서 헬기 기체와 6명의 시신을 확인했다’라고 중간발표하고 이어 사고 2주 후인 21일 사단장의 사망과 사건 경위를 최종 발표했다. 

 

사실에 입각한 정부 발표에는 의혹의 소지가 없었고, 정치권과 국민도 정부의 발표를 신뢰했다. 정치권이 분열된 상태라면 불가능한 모습일 것이다. 괴담과 의혹이 난무하고 진상규명과 특검, 국정조사 요구가 끊이지 않아 정치권부터 국론이 분열된 우리나라의 국민 입장에서는 일본의 모습이 부럽기만 했다.  

 

중국, 한목소리 내는 일본 예우…한국, 미·일과 군사협력에 더 다가서야

 

중국도 이런 일본을 예우하고 있다. 2023년 4월 2일 일본 외무상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가 중국을 방문해 중국 외교부장 친강(秦剛)과 회담했다. 이때 친강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하야시를 맞이해 회담했고, 이어서 리창(李强) 총리와 왕이(王毅)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사판공실 주임 등이 하야시 외상과 대담했다. 

 

중국이 박진 외교부 장관을 예우한 것과 차이가 있다. 중국은 박진 장관을 베이징 국빈관이 아닌 산동성 칭다오의 한 호텔로 불러 회담했고, 중국 고위층과 면담도 없었다. 중국이 볼 때 우리는 이렇게 대우해도 될 만한 정도로 생각한 것이다. 국내 정치권이 자국의 외교부 장관을 탄핵하려는데 중국이 그런 한국의 외교부 장관을 제대로 예우할까? 우리 정치권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2022년 이전에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정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진영 대결로 진화해 가는 국제질서 변혁기에 진영 밖에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홀로서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 진영으로부터 동시에 견제와 압력을 받아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 대해 필자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진영인 한·미·일 군사협력에 한 발 더 다가서야 한다. 그 이유는 ①현재 우리 안보의 기축인 한미동맹은 미일동맹과 긴밀히 연계돼 있어 한미동맹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유엔사 후방기지가 있는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협력은 미일동맹으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②우리 자체 능력으로 유럽 및 중동에서 이어지는 해상교통로를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해상교통로 확보는 일본과 이해가 일치하는 지점으로 일본과 협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③현재 한·미·일 안보협력 밖에서 우리 단독으로 북한핵과 미사일에 대응하면서 중국의 군사적 압력을 상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④한·미·일 군사협력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현재로서는 마땅하지가 않다. 

 

둘째, 정부 여당은 야당을 포함해 안보 관련 사안에 대한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정책 결정 과정과 내용을 국민과 야당에게도 충분히 설명해서 공감을 도출해야 한다. 야당도 국익이라는 큰 틀에서 정부 여당에 협조해야 한다. 이때 당연히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속한 진영뿐만 아니라 다른 진영에서도 정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다. 

 

셋째, 중국과 상호주의에 입각한 전략적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 이 내용은 다음 6편과 7편에서 언급하겠다. (6편에 계속)

 

 


 

image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