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현지르포①] 베트남판 테슬라 빈패스트가 점령한 하노이 거리
코로나이후 처음으로 다시 찾은 하노이 거리는 빈패스트 전기차를 비롯해 자동차 등록대수 크게 증가한 반면 베트남을 상징했던 오토바이 등록대수는 정부의 강력한 행정지도로 인해 큰 폭으로 감소
코로나19 기간 베트남 경제는 다른 나라들보다 큰 타격을 입었다. 관광산업과 수출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경제 특성상 관광객들의 급감은 경제 전반에 피해를 불러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관광산업은 눈에 띄게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중단됐던 외국기업들의 투자도 서서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4년만에 다시 찾은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 달라진 베트남 경제의 이모저모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하노이(베트남)=정승원기자] 4년만에 다시 찾은 하노이 거리는 활기 그 자체였다. 도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가득 차 있었고,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도로에 오토바이가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이 눈에 띄었지만, 자동차수가 과거보다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돌아다니는 자동차도 일제 소형차가 대부분이었던 코로나 이전과 달리, 지금은 현대차와 기아차, BMW, 벤츠 등 브랜드가 다양해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베트남을 상징했던 오토바이가 줄어든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하노이 도로교통국에 따르면 하노이에 등록된 오토바이는 2020년 580만대에서 2023년 현재는 520만대로 60만대 가량 줄었다. 반면 자동차 등록대수는 2020년 60만대에서 지금은 71만대로 11만대 가량 늘었다.
오토바이 등록대수의 감소는 베트남 정부의 정책 영향이 크다. 베트남정부는 2022년 하노이와 호치민을 비롯해 다낭, 껀터 등 4개 도시에 대해 2030년까지 오토바이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2030년이후에는 아예 오토바이 통행을 금지시키는 획기적인 방안을 발표했다.
오토바이가 뿜어내는 매연과 도로혼잡, 교통사고 등을 해소하기 위한 이 조치는 2022년부터 3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특히 하노이의 경우 시내와 인접한 12개 주요 지역에 대해 오토바이 통행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킬 계획이다.
베트남 정부의 새로운 정책에 따라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은 것은 전기차 부문이다. 그 중에서도 베트남판 테슬라로 불리는 빈패스트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빈패스트는 베트남에서 삼성 못지않은 최고재벌로 일컬어지는 빈그룹이 2017년 설립한 전기차 회사다. 한국 GM이 관리하고 있던 하노이 비담코 공장을 인수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이 회사는 처음에는 전기 스쿠터를 만들다가 2018년 파리모터쇼를 계기로 SUV와 세단 생산을 본격화했다.
BMW와 지멘스, 보쉬 등과 협력하여 기술개발과 설계를 진행하여 단기간에 베트남 전기차 시장을 석권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유럽 스타일의 세련된 디자인을 무기로, 스쿠터에서 경차, 세단, SUV 등 다양한 라인업을 내세워 저가 브랜드와 고가 브랜드를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일부 SUV 브랜드는 2억원 이상을 호가하여 벤츠와 BMW 등 고급 SUV 차종과 경쟁하기도 한다.
빈패스트는 특히 규모가 큰 택시 시장 공략에 성공했고, 애국심이 강한 청년층을 대상으로 애국마케팅을 펼쳐 매월 수백 대씩 판매고를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에서 빈패스트 택시를 몰고 있는 응웬 판씨는 “일제차도 몰아봤고, 현대차도 몰아봤는데, 빈패스트가 편리성에서 더 뛰어나다”면서 “택시 운전사들 사이에서 빈패스트 인기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빈패스트는 지난 8월 뉴욕증시에 상장되면서 투기열풍이 불어 주가가 순식간에 90달러 이상 뛰어 시가총액이 테슬라, 토요타에 이은 글로벌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주식의 99%를 팜 넛 브엉 빈그룹 회장이 쥐고 있고 시장에 풀린 주식은 1%도 채 안된 상황에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지만 빈패스트는 지금도 시가총액이 23조원에 달할 정도로 베트남경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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