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미국과의 RDP 체결, 글로벌 방산수출 확대의 첩경(1)
28개국의 RDP 협정서 분석 통해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익 차원의 체결 추진해야
K-방산이 전례 없는 수출실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수출품목을 다변화하고 고가 첨단무기체계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그 첫걸음이 미국과의 국방상호조달협정(RDP) 체결임에도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방위산업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오해함으로써 체결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28개국의 RDP 협정서를 분석해 책을 발간한 저자가 ‘미국과의 RDP 체결, 글로벌 방산수출 확대의 첩경’이란 제목으로 총 4편의 글을 기고한다. <편집자 주>

■ 방산수출 15위 이내 국가 중 RDP 미체결한 우방국은 한국이 유일
[뉴스투데이=박태준 RDP 전문가] 미국은 1963년 이후 동맹국 및 우방국 등 28개국과 RDP를 체결했다. 세계 방산수출 15위 이내 국가 중 RDP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중국, 러시아, 한국 등 3개국뿐이어서 미국의 주요 우방국 중에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이 유일한 것은 또 있다. 방사청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10월 중으로 미국과 공급망안정협정(SOSA)를 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SOSA를 체결한 13개국은 모두 RDP 체결 후 방산협력을 해오는 과정에서 SOSA를 체결했다. 방사청의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RDP보다 SOSA를 먼저 체결한 유일한 국가가 된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경쟁이 심화하면서 최근 2년간 4개국과 SOSA를 연이어 체결할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지만, 한국도 그러했을까? 물론 우리에게도 유익하지만, SOSA와 RDP 모두 방산협력과 관련된 협정임을 고려할 때 정부는 패키지-딜로 추진해 최소한 SOSA를 RDP 체결 간 유리한 협상카드로 활용했어야 한다. 방사청은 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미국과 방산협력에 중요한 협약들을 체결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 강한 구속력 갖지 않으며 언제라도 종결 가능한 안전장치 존재
RDP는 양해각서이든 협정이든 국가 간 협약이므로 이행의 강제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RDP에는 방산교역 불균형 심화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종결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다. 첫째, 3개월 또는 6개월 이전에 서면으로 통보하면 언제든지 종결할 수 있다. 상대방의 승낙이 필요하지 않다. 둘째, 캐나다를 제외한 27개국 모두 유효기간을 정하고 있다. 5년 또는 10년의 유효기간이 도래하면 RDP를 유지할 것인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
셋째, RDP 협정서에는 “각국의 국내법과 규정에 합치된 범위 내에서(consistent with their national laws, regulations)” RDP를 이행토록 명시돼 있다. 미국과 체결국의 법·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작동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무조건 미국의 법과 제도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넷째, RDP는 방산협력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그 자체로 강한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미국 국방부 연방관보에서 RDP는 우방국과 효과적인 방산협력 및 조달 관련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고 했다.
또한, 1975년 RDP를 체결한 영국 항공방산협회 수출본부장도 RDP에서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가치는 협정서보다 그 이후에 협의해 체결되는 부속서에 있다고 했다. 즉 RDP 협정서에는 방산협력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칙, 범위 등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이 포함되고, 세부내용은 별도의 부속서(Annex)를 통해 구체화 된다.
■ RDP 체결만으로 국내 방위산업이 잠식되지는 않아
RDP 체결만으로 국내 방위산업이 잠식되지는 않는다. 그 근거로 첫째, RDP를 체결한 28개국 모두 1963년 이후 현재까지도 RDP를 유지하고 있다. 방산시장이 잠식됐다면 28개국 모두 RDP를 유지하고 있겠는가?
둘째, 28개국 중 12개국은 세계 방산수출 점유율 0.01% 미만으로 방산기반이 취약함에도 방산시장이 잠식되지 않았다. 미국이 FTA처럼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했다면 방산기반이 취약한 국가들의 방위산업은 크게 잠식되었을 것이다.
셋째, 세계 방산수출 상위 6개국의 경우에도 RDP 체결로 방산시장이 잠식되지 않았다. 프랑스, 영국 등 상위 6개국을 정량분석한 결과, 영국을 제외한 5개국의 방산시장이 잠식되는 추세는 발견되지 않았다.
RDP를 체결한 22개국은 “절충교역의 부작용을 제한하는 대책을 논의하는 데 동의”하는 수준으로 합의했으며, 대부분 RDP 체결 이후에도 절충교역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한국산우선획득제도 및 절충교역을 RDP 체결의 걸림돌로 지적하는 등 절충교역에 대한 압력이 예상되나, 정부의 협상 과정에서의 정책적 선택일 뿐이다. 체결국 사례에서 보듯이 RDP를 체결한다고 반드시 절충교역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FTA와는 다르며 국내연구개발 시장 빼앗기지는 않을 듯
RDP는 경제적 이익이 주목적인 FTA와는 다르다. 첫째, 미국은 우방국과의 국방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안보협력 수단으로 RDP를 활용한다. 초기에는 냉전 시기 공산 진영에 대응하기 위해 NATO 국가들과의 방산협력을 증진할 필요성에서 시작됐다. 1970~1980년대 미국과의 방산교역 불균형에 불만을 가졌던 NATO 국가들과 방산협력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8대1로 우세했던 방산교역이 2대1 수준까지 감소하는 불이익도 감수하면서도 RDP를 유지했다.
둘째, FTA 협정은 무역 및 투자를 자유화하고 확대하기 위한 경제개방이 목적이어서 협정서는 세부 합의 내용 및 부속서를 포함해 580페이지에 달한다. 반면 RDP는 안보협력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형성하는 협정이므로 미국이 한국에 요구한 리투아니아 협정서를 기준으로 했을 때 8페이지에 불과하다.
28개 체결국 협정서를 살펴보면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협력 범위를 국방 물자 및 용역을 포함해 연구개발·양산·조달·군수지원 등 포괄적인 범위까지 확대한 것을 알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연구개발인데, RDP 체결을 하면 국내 연구개발 시장을 완전히 개방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RDP의 연구개발이 국내연구개발과 어구(語句)가 유사해 오해 소지가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
방위사업관리규정 제25조(2023.1.)에는 무기체계 연구개발을 국내연구개발과 국제공동연구개발로 구분하고 있으며, 국제공동연구개발은 외국 정부 또는 방산업체가 공동의 개발목표를 위해 개발비를 공동부담하면서 연구개발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RDP 연구개발은 미국과 체결국이 공동 연구개발 목표를 위해 상호 기술교류, 비용의 공동부담 등을 통해 연구개발을 함께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국제공동연구개발에 해당한다. 실제로 RDP 체결국 중 어느 국가도 자국의 국내연구개발까지 완전히 개방한 사례는 없다. 따라서, 국방부 또는 방위사업청이 특별한 사유로 국내연구개발 시장을 개방하려고 하지 않는 한 RDP 체결만으로 국내연구개발 시장이 잠식당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 RDP 체결한다고 방대한 미국 방산시장이 모두 열리지 않아
일부에서는 RDP를 체결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의 방산시장이 모두 열리는 것으로 오해해 큰 기대에 부풀어 RDP 체결을 강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RDP 체결만으로 미국으로의 방산수출이 획기적으로 확대되기는 쉽지 않다. RDP 체결로 미국 방산시장이 모두 개방되는 것이 아니며 통제된 가운데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RDP를 체결하면 적격국가(Qualifying Country)로 지정받아 미국산우선구매법의 적용을 면제받을 수 있지만, 그 허용범위는 미국 정부에 의해 통제되며, 대통령 행정명령만으로 더 엄격한 통제도 가능하다. 미국 의회는 자국의 방위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방산수입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행정부도 방산수입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자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 국방부는 회계연도 2021년 조달에 1,463억 달러를 지출했으며, 이 가운데 32억 달러만 RDP 체결국으로부터 구매했다. 미국 국방부 연방조달의 2.2%에 해당하는 작은 시장을 두고 RDP 28개국이 경쟁하는 것이다. 따라서, RDP 체결만으로 미국 수출의 획기적인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2편에서 계속)

◀ 박태준 프로필 ▶ ‘미국의 RDP와 한국의 방산수출전략’ 저자, 前 방위사업청 육·해·공군 대외군사판매(FMS) 사업 담당관, 駐美 군수무관단(2011∼2014년) 근무, 미국 국방획득대학 FMS 과정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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