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ESG금융포럼 2024⑧]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ESG 공시 로드맵 필요…투자자 관점 중견·중소기업 빠른 확대 시급"

황수분 기자 입력 : 2024.05.22 16:27 ㅣ 수정 : 2024.05.23 16:50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 향후의 쟁점과 과제'로 주제발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마련, 기업들 인식 개선 등 과제로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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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뉴스투데이가 주최한 ‘2024 ESG 금융 포럼’에서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요인은 싫든 좋든 이제 기업가치의 완전한 이해 그리고 개선의 관점에서 앞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이 의미에서 최근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이 공표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뉴스투데이가 주최한 ‘2024 ESG 금융 포럼’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 포럼은 '밸류업과 ESG, 금융산업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 연구위원은 이날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 향후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지속가능성 정보공개가 한국·일본이 유럽보다 더 절실한 국가일 수 있다”며 “이에 앞서 코로나19 이후 비재무적 요인이 기업가치를 설명하는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통일된 공시기준이 마련된다면, 비교하기 쉽고 신뢰도 높은 ESG 정보의 확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지형도 변화는 환경(E), 거버넌스(G) 요인을 떼어내고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의 평판가치와 직결되는 사회(S) 요인 역시 그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말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토대로 우리나라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이 발표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한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그간 기후변화 대응, 책임투자 확산으로 ESG 활동에 대한 정보 수요는 급증했으나 여러 기준제정기구 간 공시기준이 달라 기업의 정보생산 부담은 가중됐고, 공시 정보의 비교가능성은 투자자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ESG 정보 공시의 한계…“기업들 인식 개선 필요”


 

최근 ESG 공시 등 제도화에 따라 기업 ESG 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ESG 정보 관련 대부분의 기업이 아직 공시 방법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조금 거창하게 표현을 하면 회사만 알고 있는 내부 정보를 우리에게 숨김없이 또는 정보의 비대칭이 없이 공개해 달라는 게 공식이지만 문제는 ESG 정보의 경우 대부분 기업도 모르고 있어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의 ESG 담당자들에게 물어보면, 결산 정보는 기업이 미리 알겠지만 ESG 정보는 대부분 담당자도 잘 모르기 때문에 알릴 수 없는 것이지 숨기는 게 아니라고 답한다”고 재차 말했다. 

 

때문에 작성해야하는 기업 담당자 입장에서는 너무 어렵거나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이슈다. 결국 어렵지만 따라가야하는 것에 공감하고 지속가능성 공시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야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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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뉴스투데이가 주최한 ‘2024 ESG 금융 포럼’에서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DB]

 


■ ESG 공시의 필요성…온실가스 배출 규제 강화로 ‘교체 수요 급증’


 

이 연구위원은 한국과 일본 미국, 독일, 영국 등이 하나의 상장 시장으로 본 기업가치에서 비재무적 요소, 즉 ESG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흔히 PBR(주가순자산비율)이 낮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라고 하는데, 평균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상장됐다고 해도 극적으로 PDR(주가·꿈비율)이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러한 PBR을 부여받게 된 수익구조·성장기회를 얻고 있어 우리나라 기업의 비재무적인 가치비중이 그리 크지 않는 반면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은 2010년부터 무형의 가치가 주가를 설명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다고 예를 들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코로나19 이후에 구조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을 유발하면서 탈세계화, 탈탄소화, 인구구조 변화 등이 발생했다”며 “이런 시장체제 변화는 지금 투자자들이 ESG 정보보호를 요구하는 대표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탈세계화로 국제무역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내가 투자하는 기업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까, 기후변화 대응 기조가 확산할 경우 내가 투자하려는 기업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궁금해한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ESG 정보 공시는 규제의 관점이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고, 철저히 기업가치를 이해해보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비재무적 요인으로 기업가치를 설명하는 방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는 점도 강조해 설명했다.

 


■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 로드맵 중요…중견·중소기업 “공시의무화 시급”


 

앞서 언급한 경제구조 변화측면에 대해 살펴보면 사실 탈세계화는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 입장에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측정·관리 및 주주와의 소통이 필요할 뿐 아니라, 사실 법제화된 감축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 기업이 변화를 줘야할 부분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코로나19 이후 가장 최근 주가 수익률이 가장 많이 상승했던 업종은 전기장비 업종이었다”며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절반이 넘는 업종은 손실을 기록했지만, 전기장비 업종만큼은 평균수익률이 65%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친환경 에너지원이 다변화하면서 글로벌 전력망 투자수요가 구조적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선 업종 역시 국제해사기구(IMO)가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 고탄소 선박에 대한 교체 수요가 급증해 모처럼 실적과 주가 모두 가파른 상승 추세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결국 환경 요인에 대한 가치 관련성이 최근 들어서 굉장히 증가한다는 거다. 실제 금융업종도 배당성향을 확대했고 자사주 매입 소각을 동시에 진행했던 은행주는 통상적인 배당수익률 이상으로 주가가 많이 뛰었다. 

 

이번에 공개된 공시기준 초안은 범국가적으로 규제가 확대되는 기후 사안만을 의무공시 대상으로 규정하고, 산업 기반 지표 등 기후 이외의 광범위한 영역에서 기업의 공시 자율성을 보장한다. 

 

앞으로는 공시기준에 대한 논의가 진전을 이룬 만큼 앞으로는 이를 적용할 대상 기업, 시행시기 등 ESG 공시 로드맵에 관한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규제압력을 강하게 받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대부분 자발적으로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개하고 있고 공시수준도 글로벌 기준선을 표방하는 ISSB 기준을 최소한으로 고려한다”고 요약했다. 

 

향후 지속가능성 공시를 누구에게 언제까지 공시 의무화할 것인가와 관련한 로드맵 문제는 “실질적으로 ESG 공시의무를 중견·중소기업에까지 빠르게 확대할 필요성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에 주안점을 둔다면 대규모 기업만 공시를 의무화하더라도 충분한 반면, 투자자 보호의 관점에서는 ESG 대응 수준이 낮은 중견·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시급한 공시의무화 대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공시 로드맵의 구체화 논의 이전에 ESG 공시 확대를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정책적 목표가 무엇인지를 먼저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가 합리적으로 마련돼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기업가치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개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포럼은 뉴스투데이와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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