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4.02 00:48 ㅣ 수정 : 2025.04.02 00:48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 1988년 이후 37년만에 최악의 분기 실적 기록하자 시장참여자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 친위대로 불리는 공화당 상원의원 일부가 민주당이 발의한 관세철회 결의안에 합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관련해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 뉴욕증시는 올해 1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88년 이후 37년만에 가장 안 좋은 성적을 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트럼프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됐지만, 정작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후 받아든 증시 성적표는 기대이하였다.
경제인들 사이에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란 말이 있다.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 경우 기업이든 투자자든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는데,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란 지적이다.
현재 글로벌 증시의 가장 큰 리스크는 트럼프의 무차별적인 관세정책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유럽연합(EU) 등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을 겨냥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전세계 교역국에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상황이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 친위대로 불리는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몇몇 상원의원들은 민주당과 연대해 관세 철회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잔 콜린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민주당 상원의원 팀 케인이 발의한 결의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비판하는 주요 공화당 의원 중 한 명임을 의미한다. 랜드 폴과 톰 틸리스 상원의원 또한 북미 이웃 국가에 대한 과도한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폴리티코는 콜린스 의원이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동맹국인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는 심각한 실수이며 양국 경제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메인주를 기반으로 하는 콜린스 의원은 랍스터, 목재 펄프, 농업 생산 등 지역 경제에 미칠 타격을 강조해서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미국 경제와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블룸버그 경제 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안드레아스 라슨은 "미국 증시는 이미 글로벌 시장 대비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추가적인 관세 조치는 경제 성장 둔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의 국제경제학 교수 마크 윌리엄스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과거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이 시행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었던 사례를 상기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올 1분기 조정 영역에 진입했으며, 1988년 이후 글로벌 시장 대비 최악의 분기 실적이란 오명을 남겼다. 펀드스트랫의 공동창업자이자 수석 시장전략가인 톰 리는 "시장 참여자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반영해 가격을 책정하면서 주식 시장이 심각하게 과매도 상태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시장참여자의 우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벤징가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시장이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29%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았으며, 23%는 오히려 시장 상승을 점쳤다. 그러나 실질적인 데이터는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벤징가는 지적했다.
경제 및 산업단체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지역 상공회의소와 자동차 산업 단체 미치오토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차량 및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자동차 중심 경제인 미시간주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제안된 관세 정책은 자동차 가격을 상승시키고 소비자 수요를 감소시켜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너럴 모터스(GM), 포드, 토요타, 스텔란티스 등을 대표하는 자동차 혁신 연합도 관세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비용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미국 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부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생산 비용이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과 함께 실시된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모두 승리를 거둬 의회권력까지 장악한 가장 힘있는 대통령으로 꼽힌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관세정책이 공화당 내부의 균열을 초래하며 민주당과의 협력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예상치 못한 정치적 지형 변화를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침없이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에 위배되는 3선 도전 카드를 내밀고 있는 것은 이런 내부분열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