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57)] 대대장의 유종지미(有終之美)는 눈물의 초등학교 졸업식(하)

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5.04.06 15:31 ㅣ 수정 : 2025.04.06 15:31

‘한명회의 초심’은 ‘시근종태 인지상정, 원신종여시(始勤終怠 人之常情, 原愼終如始)’라는 의미
청원군수, “초등학교 졸업식처럼 눈물을 흘리면 어떻게...ㅎ”하며 필자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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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취임식에 앞서 후임 대대장 박용규(육사39기) 중령과 함께 조영호 사단장에게 보직 신고후 기념촬영한 모습 [사진=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컬럼니스트] 조선 성종 재임 18년 11월, 칠삭둥이 한명회가 죽었다고 조선왕조실록에 실려있다. 한명회는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을 일으켜 임금(세조)이 되도록 만든 장자방이자, 예종과 성종을 왕위에 올린 원로대신으로, 경덕궁을 지키던 궁지기에서 영의정에 오르며 3명의 임금을 모신 전무후무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임종을 앞둔 어느날 성종이 신하를 한명회에게 보내 병문안을 대리케 했으며 아울러 원하는 것을 알아오라는 지시를 했었다. 이에 한명회는 노구를 일으켜 관복을 갖춰 입으며 정좌를 하고 다음과 같은 말로 소원을 대신했다고 전해진다.

 

‘시근종태 인지상정, 원신종여시(始勤終怠 人之常情, 原愼終如始)’는 “처음에는 부지런하고 나중에 게으른 것이 사람의 성정이니, 원컨대 나중에 삼가기를 처음과 같이 하소서”라는 풀이로 “임금께서는 사람들의 이러한 본성에 빠지지 않도록, 절대로 처음의 마음을 잃지 말고 끝까지 종사를 돌보라”는 의미이다.

 

이것을 두고 ‘한명회의 초심’이라고 부른다. 

 

대대장 이취임식을 앞두고 후임자 박용규(육사39기) 중령이 대대를 방문했다. 그때 마치 필자가 대대장으로 취임하는 것처럼 모든 일에 임했다. 인수인계 후에 사단장 신고를 위해 후임자와 함께 사단사령부로 갔다. 이동하는 짚차 안에서 그동안의 많은 일들이 회상이 되며 만감이 교차했다. 

 

특히 한명회의 초심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유종지미(有終之美)를 거두었는지도 자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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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취임식전에 대대장실에서 후임 박용규 중령에게 지휘관 견장을 달아주는 이병우 연대장과 필자 [사진=김희철] 

 

■ 사단사령부로 이동하던 차창밖의 풍경에 대대장 근무의 모든 것들이 오버렙되며 가슴이 뭉클해져...

 

지금은 부대개편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당시 청주시 강서동 청원대대에서 사단사령부까지 차로 이동하면 약 30~40분이 소요된다. 가로수 터널을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이동하는 짚차안에서 그동안의 수많은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3년전 2월, 늦겨울의 강추위 속에 눈까지 내려 길도 미끄러운데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이취임식 단상에 오르며 시작된 대대장 근무가 벌써 끝났다. 

 

취임과 동시에 고(故) 이완목 부대대장의 적극적인 보좌를 받으며 급하게 준비한 예비군교장 사열에서 최초 인정을 받았고, 군사령부 전투지휘검열에서도 극찬을 받아 군단장과 사단장들이 참석한 시범을 보였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2군 예하부대 뿐만 아니라 수방사 및 해병대까지 약 300명의 지휘관, 참모들이 훈련장을 견학해 자긍심을 높혔다.

 

진공포장된 개인화기의 오기 총번을 219정을 발견하여 보고하자 전군에 전파되어 모든 총번을 재확인하고 탁본까지 다시 작업하여 재포장함으로서 총기관리 체제가 보강됐다. 또 비행장방어 개념도 전술토의를 통해 공군의 작전개념까지 개선하여 대통령훈령까지 변경하며 전시에 대비토록 하였고 그 덕택에 선봉대대로 선정되었을 때의 흥분이 새롭다.

 

그밖에 141사서함 전파체제 구축, 정보분석조 조끼 개발 활용, 유니온 써치라이트와 제논탐조등 54대 확보로 야간전투 수행능력 제고, 군전투지휘검열 사격 측정시 필자도 놀란 2군 최고 사격수준 달성, 환경보존 급양관리 시범, 병력관리 전산화, 주기적 야간순찰로 질식사 직전의 경계병 구출 등에 보람을 느꼈다.

 

또한 청원군수와 막역한 친분의 인간관계로 이루어진 민관군 통합작전태세 강화, 그리고 새벽에 미호천 수해 현장에서 우연히 군수를 만나 급하게 전개된 수해복구를 위한 대민지원 등 달리는 차창밖의 풍경에 이 모든 것들이 오버렙되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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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장 이취임식에서 이임사를 하는 필자 모습 [사진=김희철] 

 

■ 사단 군악대와 기수단의 지원받은 이취임식에 청원군수를 비롯한 지역 기관장들이 모두 참석

 

사단장 신고를 마치고 대대로 복귀하자 사단 군악대와 기수단의 지원속에 이취임식이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단상에는 청원군수를 비롯한 지역 기관장들이 모두 참석했고 취임하는 박용규 중령(육사39기)의 친지들도 보였다. 

 

대대장실에서 이병우 연대장과 함께 후임 박용규 중령의 어깨에 녹색 지휘관 견장을 달아주고 다시 연대장에게 보직 신고를 했다. 동료 대대장들의 박수 소리에 가슴이 또 요동을 쳤다.

 

3년전 이취임식에서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올랐던 단상을 이번에는 시원섭섭한 심정으로 지팡이 없이 꼿꼿하게 올랐다. 군악대의 반주에 맞춰 국민의례가 있었고 연대장의 훈시 뒤에 필자의 이임사 순서가 되었다.

 

대대원들은 지휘하는 유혁상 중대장은 필자가 단상에서 참석한 기관장들과 귀빈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다가 필자가 단상 마이크 앞에 서자 뒤로 돌아 ‘부대 차렷’ 구령을 붙였다. 그리고는 필자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이임사’ 복창을 하면서 경례를 하는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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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취임식 피로연에서 변종석 청원군수와 정담을 나누는 모습 [사진=김희철] 

 

■ 군인이 약해지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어...

 

이임사 원고를 펴서 읽기 시작하며 제병 지휘자 유 대위의 얼굴을 보자 그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안하고 충혈된 눈을 글썽이며 필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울컥한 감정에 필자도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다시 그동안의 많은 일들이 스쳐갔다. 그리고 참석해 자리를 빛낸 청원군수를 비롯한 기관장들과 대대장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충성을 다해준 대대원들이 고마웠다. 어느 순간 필자의 빰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군인이 약해지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고 간신히 행사를 마칠 수 밖에 없었다.

 

행사 후에 식당에서 간단한 피로연이 있었다. 그때 대대원들은 식당에서부터 위병소까지 도열 준비를 했다. 그동안 아버지같이 의지하며 도움을 주었던 변종석 청원군수는 필자를 놀리기 시작했다. 

 

피로연 행사장에서 미소를 머금은 그는 “어린 병사도 아니고 어른인 대대장이 이취임식장에서 초등학교 졸업식처럼 눈물을 흘리면 어떻게...”하며 필자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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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프로필▶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이사장(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2024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2017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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