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립임실호국원, 상징만 남고 실질은 실종…관리감독 실태 도마 위

구윤철 기자 입력 : 2025.05.13 15:13 ㅣ 수정 : 2025.05.13 17:09

현충문 앞에서 벌어진 음주…경건함 훼손한 장면 포착
‘성역’이라 불리는 공간, 운영은 민간 수준
공적 예산 투입에도 실효성 떨어지는 현장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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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임실호국원 현충문 앞에서 김제무공수훈자회 일부 회원들이 음주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왼쪽). 해당 장소는 “역사를 명상하는 호국 성지”라는 상징 아래 조성된 국립시설로, 공공성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구윤철 기자]

 

[전북/뉴스투데이=구윤철 기자] 13일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영령이 잠든 국립임실호국원에서 상식 밖의 음주 행위가 벌어졌음에도 관리주체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방관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동안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는 성지”라는 구호 아래 정비와 확충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점을 고려할 때, 운영 실태는 낙제점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3일 본지 카메라에 포착된 현충문 앞 음주 장면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전반적인 관리 부실의 단면이다. 

 

해당 장소는 호국원 내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공간 중 하나로 조문객과 유족, 일반 국민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장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묘지 예절에 반하는 음주 행위가 수 분 이상 지속됐고 직원들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임실호국원 관계자는 “우리가 계속 계도 방송을 하고 있는데, 제가 나가서 다른 데도 아니고 이런 데서 하시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소주병 두 병이 있더라고요. 제가 제지를 해서 바로 정리를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현장 대응이 있었음을 주장했지만 제지 시점이 한참 뒤였다는 점에서 초기 통제 실패와 현장 순찰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단순한 ‘한순간의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 현장을 지나친 국립임실호국원 직원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술 자리 현장을 지나쳤고 이후 자신들의 업무를 현충문 입구에서 수행했다. 

 

국립임실호국원 측은 방문자 통제, 질서 유지 등 기본적인 운영 매뉴얼조차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최근 신축된 제3충령당 시설이 늘어난 만큼 관리 인력의 충원과 교육, 운영 매뉴얼 개선이 병행돼야 함에도 기존 인력만으로 모든 구역을 관리하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임실호국원의 운영 실태는 국가시설이라는 위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시설의 상징성과 그간 투입된 막대한 공적 예산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느슨한 운영 체계로는 성역으로서의 품격과 공공성 모두를 지켜내기 어렵다. 

 

국립임실호국원은 매년 6·25, 현충일, 한식 등 특정일에만 ‘의전행사’에 치중하고 평상시에는 참배 환경 관리나 시설 통제에 허점을 드러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국립묘지관리법 제23조에 따라 음주, 취사, 소란 등의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통제·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임실호국원은 이제라도 성역으로서의 품격을 회복하기 위해 전면적인 관리체계 점검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고 시설 규모에 맞춘 인력 확충, 정기 순찰 시스템 도입, 입장객 질서유지 규정 마련 등 전반적인 운영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이곳이 ‘추모의 공간’으로 남을 것인가, ‘방치된 공간’으로 전락할 것인가는 이제 전적으로 운영 주체인 국립임실호국원의 책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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