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북한의 국제정치적 위상 높아져…‘한목소리’로 ‘전방위 외교’ 전개해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5.05.19 10:46 ㅣ 수정 : 2025.05.19 10:46

강대국이 북한과 관계 증진 희망하며, 유엔 주도 대북제재는 중·러 반대로 실효성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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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국제정치에서 약소국이 강대국을 움직일 때가 있다. 그것은 ▲약소국인 나를 두고 주변 강대국이 경쟁할 때, ▲내가 한목소리를 낼 때다. 북한이 이 2가지에 해당한다. 중·소 분쟁 당시 북한의 지지를 얻고자 중국과 소련이 경쟁했고, 현재는 북·러 관계가 강화되면서 중국이 북한에 손짓하고 있다. 미국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타진 중이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김정은 목소리 이외에 어떠한 다른 목소리도 나올 수 없다. 

 

더욱이 북한은 잠재 핵보유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전략 국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UN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국제법 위반 사항을 제재하려고 해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실효성이 거의 없다. 북한은 트럼프 시대 ‘다극 체제’ 국제질서에서 강대국 간 안보거래에 있어 하나의 변수로 등장했다. 북한의 국제정치적 위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높아졌다. 우리는 이러한 북한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러시아 파병으로 필요한 첨단 군사기술 획득하고 러시아 뒷배 확보

 

북한은 러시아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꼭 필요한 사항을 지원했다.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에 지난해 10월부터 정예부대인 폭풍 군단 약 15,000명을 파병했고, 부족한 포탄도 대량으로 지원했다. 북한의 지원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피탈 당한 쿠르스크 일대를 회복할 수 있었다. 푸틴은 지난 9일 모스크바에서 거행된 전승절 행사에서 북한대표단에 감사를 표했다.  

 

북한이 얻고 있는 반대급부는 크게 2가지이다. 첫째, 첨단 군사기술 획득이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군사정찰위성 성능 개선, ▲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 ▲핵추진잠수함 건조 등 관련 기술의 전수가 예상된다. 이 분야는 김정은이 2021년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이다. 추가해서 최근 공대공 미사일 개선, 전차 성능 개량에도 러시아 기술이 전수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한반도 무력분쟁 시 러시아 지원을 담보했다. 북한은 러시아와 지난해 6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는데, 이 협정은 상대방이 무력 침공을 받을 경우 즉각적인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북한은 향후 한반도 위기 시 러시아에 파병을 포함해 군사적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 

 

영향력 유지하려는 중국에 북한이 러시아를 지렛대로 활용할 여지 생겨

 

중국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적대세력이나 경쟁세력의 북한 진출을 허용하지 않았다. 중국은 한국전쟁 시 UN군이 북한지역으로 진격하자 참전했으며, 1960년대 중·소 분쟁 당시 북한이 소련으로 편향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한 사례가 있다. 지금도 중국은 지난 4월 30일 두만강에 북-러를 연결하는 차량용 교량 준공식 이후 대응조치로 신압록강 대교 개통을 준비 중이다. 

 

신압록강 대교는 2014년 준공 이후 계속 개통이 지연되고 있었는데, 러시아의 북한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압록강 대교 개통을 통해 북한에 우호증진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북한은 중국이 자신들을 전략적 자산으로 여기기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나 미국과 관계 증진 움직임을 보인다면 중국은 자신들에게 접근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김정은은 2023년에 “러시아와 관계는 북한의 최우선 과제”라고 천명해 중국을 자극한 바 있고, 북·러 관계를 혈맹으로 격상시켜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러시아 편향과 이로 인한 러시아의 대북한 영향력 증대를 막아 자신의 절대적인 대북한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과 관계 증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에 러시아를 지렛대로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미·북 정상회담은 상호 국익 극대화 기회…우리 입장 미국과 사전조율 필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까지 김정은에 대해 호의적 발언을 이어가며 정상회담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31일 “김 위원장에게 연락할 계획이 있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나는 어느 시점에 무엇인가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정은은 직접적인 호응 없이 우라늄 농축시설과 핵추진잠수함 건조 현장을 방문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에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정상회담에 나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정상회담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우선 미국은 북한과 정상회담에 이어 관계개선까지 이어진다면 ▲중국 견제 ▲북한 핵미사일 미 본토 위협 차단 ▲동북아 안정 등을 달성할 수 있고, 북한은 ▲대북제재 해제 ▲핵보유국 인정 ▲경제지원 등을 얻을 수 있어 서로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가 북한의 요구는 수용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무시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과 사전조율이 필요하다. (임방순 칼럼 참조, ‘트럼프와 김정은이 향후 관계개선을 통해 얻으려는 것들’ 뉴스투데이 2024년 11월 8일)

 

외교안보 정책에서 ‘한목소리’ 내며 ‘전방위 외교’ 전개하는 것이 출발점 

 

북한은 강대국 간 안보거래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전략적 가치를 높여가고 있다. 러시아·중국·미국 모두 북한을 의식하고 관계개선과 증진을 희망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초당적 외교안보 정책을 수립하고, 주도적으로 국제질서 변화에 개입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정치에서 주변부로 밀려날 수밖에 없고 남북한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 기존의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와 관계 증진은 물론이고 일본, 호주, 유럽 등 우호국을 대상으로 전방위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트럼프가 백악관을 찾은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은 카드가 없다”라고 면박을 준 바 있다. 앞으로 한국은 “많은 카드를 가진 상대하기 어려운 국가”라는 평가가 나오게 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바로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한목소리’이며, 이를 기반으로 한 ‘전방위 외교’라고 생각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트럼프의 다극 체제와 세력권’이라는 주제로 그동안 연재했던 5편의 칼럼에 대한 결론으로 우리의 대응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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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한국과 중국, 대등하다’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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