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미국-중국 안보 거래(하), “미국, 남중국해 중국 영향력 묵인하며 현상유지 추구할 듯”
미-중 패권경쟁은 제2도련선까지 진출하려는 중국과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않는 미국의 대결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미-중 관세전쟁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관세전쟁은 미-중 패권경쟁의 한 부분에 불과하며, 본격적인 대결은 해양에서 벌어질 것이다. 도전자 중국은 2012년 당시 시진핑 부주석이 미국에 제안한 ‘태평양을 반으로 나누자’가 실현될 때까지 해양 진출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패권국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고 패권을 지킬 수 있는 현상유지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현재 ▲인도양을 넘보고 있고,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굳히려 하며, ▲대만 통일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尖閣 제도)를 노리고 있고, 하와이를 겨냥할 수 있는 ▲남태평양 도서국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 초강대국 시절처럼 이러한 중국의 해양 진출을 모두 억제할 수 없다. 필자는 미국이 본토와 멀리 떨어져 있으며 광대한 지역인 남중국해의 중국 영향력 일부를 묵인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해양 진출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 덩샤오핑, 시진핑의 해양강국 건설 추진으로 지난해 미국보다 많은 함정 보유
중국은 ‘100년 치욕의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 1840년 아편전쟁 패배로부터 시작해 1895년 청일전쟁 패배로 중국이 서구의 반식민지로 전락한 시절이다. 중국은 이러한 침탈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덩샤오핑 이래 해양강국을 지향해 왔다. 덩샤오핑은 “나의 유골을 남중국해에 뿌려달라”고 유언할 정도로 바다를 중요시하면서 항공모함 보유를 주장했다. 중국은 현재 2척의 항공모함이 작전 중이고, 1척이 2022년 진수돼 조만간 작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시진핑은 차기 국가주석으로 결정됐던 2012년 11월 당 대회에서 ‘해양강국 건설’을 선포하고 ‘해양 굴기’를 선언했다. 그는 2018년 남중국해에 인접한 하이난 싼야에서 해상 열병식을 주재했고, 이듬해에는 칭다오 국제 해군 관함식을 주관했다. 중국 지도부의 일관된 해양강국 정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중국 군사력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 군함은 297척이지만 중국은 370척을 보유하고 있고, 2030년에는 미국 304척에 비해 중국 435척으로 격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의 해양 진출이 제2도련선까지 진행될 경우 미국과 충돌 불가피 예상
중국은 해상 일대일로에 세 방향으로 진출하기 위해 전략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우선 ▲인도양 방향으로는 스리랑카 함반토타항, 미얀마 챠육퓨항을 사용하고 있고, ▲남중국해 방향으로는 캄보디아 레암함을 확장해 사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평양 방향으로는 호주 일대 남태평양 도서국과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솔로몬 제도 등 10개 국가와 그들의 항만을 해군 기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포괄적 개발 비전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키리바시와는 칸톤섬 활주로 보수사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와이가 칸톤섬에서 3000㎞에 불과해 중국이 스텔스 전략폭격기 H(轟)-20을 배치할 경우 미 본토를 지근거리에서 위협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제1도련선 이내로 억제하려 한다. 제1도련선은 일본 남부 큐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연결하는 선으로 중국 해안선에 근접하고 있다. 중국이 제1도련선을 돌파해 제2도련선 즉 서태평양의 오가사와라 제도-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까지 진출한다면 미국은 아시아 전략 거점을 괌에서 하와이로 철수해야 한다.
이렇게 중국이 제2도련선까지 진출하게 되면 중국이 아시아 패권국으로 대두되었음을 의미하고 시진핑 주석이 주창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이루어지는 시점이 도래한다. 미국은 이런 상황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 진출 억제하되 남중국해 영향력 묵인할 듯
미국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억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했다. 이 전략의 특징은 동맹국과 ‘소다자 안보협력체’를 결성해 지역별 맞춤 대응을 하는 것이다. 인도양에 나타나는 중국 해군에 대해서는 인도를 포함한 Quad로 대응하고,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센카쿠 열도는 미국과 영국, 호주가 참여하는 AUKUS 및 미-일 동맹으로 맞선다는 구상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의 범위도 한반도를 벗어나 대만해협과 남중국해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증대하고 있다. 남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주로 호주와 협력해 억제하고 있다. 한편, 미국 입장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지역은 대만해협이다.
대만은 제1도련선에 포함돼 있고 대만이 중국에 장악당하면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약속은 신뢰를 잃어 동맹 관계가 이완될 수 있다. 또한, 대만 부근을 통과하는 한국과 일본의 해상수송로는 중국의 위협에 노출돼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 그다음 우선순위는 남태평양 도서국이다. 하와이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은 지역이 남중국해라고 판단한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해안선과 이어져 있지만, 미국으로부터 약 12만㎞ 떨어져 있으며, 면적은 한반도 16배인 356만 ㎢로 남중국해 전 지역에서 중국을 억제하기에는 너무 넓다. 이미 중국은 인공섬을 만들어 활주로 등 군사 요새화하고 있고 행정구역도 정했으며 주민들도 이주시키고 있다. 미국도 이러한 중국의 기득권을 되돌리기에는 해군력이 과거만큼 압도적이지 않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이 지역을 오가는 상선의 자유 통행을 보장받으면 타협의 여지가 생긴다. 또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영유권 분쟁이 있는 필리핀, 베트남 등과 협력이 예상된다. 결국, 미국은 본토 안전과 패권 유지를 위해 남중국해의 일부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묵인하는 대신, 남중국해의 자유 통행을 보장받으며 필리핀과 베트남의 입장을 지지하고 지원하면서 현상유지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 중국, 아직 해상에서 미국 군사력 압도하지 못해 현상유지 타협 가능성 커
중국도 미국의 현상유지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첫째, 중국은 미국 군사력을 능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핵탄두는 지난해 기준 중국이 약 410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은 약 5,000기이고, 항공모함도 중국은 재래식 항모 3척에 불과하나 미국은 핵추진 항모 11척을 운용하고 있다. 둘째, 미국의 대만 방어 의지가 강하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대만이 침공을 당했을 때 군사개입을 언급했고, 트럼프 정부는 3월에 발표한 ‘국방 잠정 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와 본토 방어에 초점을 둔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셋째 중국은 대만 통일을 위해 대만 상륙작전 능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지난 3일 미국 내 한 포럼에서 “현재 전력으로는 중국과 군사 충돌 발생 시 미국이 중국에 승리하겠지만, 갈수록 중국의 도전이 거세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략 중국군 건군 100주년이 되는 2027년에 대만 공격 준비가 완료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넷째, 미국은 현재까지 미국-NATO 동맹, 미·일 동맹 등 동맹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 동맹은 중국-러시아 준동맹보다 결속력이 강하다. 다섯째,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중국과 인접한 대만과 남중국해 베트남은 교류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중국 세력권으로 편입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최근 중국이 대만 청년층에 같은 민족이란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중국 연수 또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는 것도 이런 의도일 것이다.
■ 동맹국 관세 갈등 파고들며 동맹과 협력에 기초한 인도·태평양 전략 약화 노려
미국이 중국의 해양 진출을 억제하고자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 단독이 아니라 동맹국과 협력을 기초로 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부과와 관세 협상은 동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동맹국 관세 갈등을 파고들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약화를 노리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새로운 흐름은 우리에게 두 가지 과제를 던지고 있다. 첫째, 미국의 관세 압력 대응책으로 중국이 제시하고 있는 한-중, 또는 한-중-일 협력을 수용해야 하는가 문제와 둘째, 최근 중국이 서해상 한-중 잠정수역에 설치한 구조물 대응을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적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우리 단독으로 가능한가의 문제다. 이런 가운데 북한 문제도 소홀할 수 없다. 다음 편에는 북한의 전략적 가치 상승과 미·중·러 상관관계를 알아보겠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한국과 중국, 대등하다’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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